2013.10.28
사진은 2012년 여름, 제주도의 어느 집 옥상에서 말라가는 오징어들.
사진 얘기를 계속 이어가면,
그냥 제주도에 가고 싶었고, 소셜 커머스에 저렴한 항공편이 뜨자 이때다 싶었지.
스쿠터도 빌렸겠다, 일주를 해볼까 해서 마음대로 해안 도로를 쏘다니다가 무작정 들어 간 동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좀비 마을인가 싶을 정도로 썰렁한 곳이었는데 당장 귤이 먹고 싶어 들어 간 마을 농협에는 사람이 좀 있어서 안심.
목도 좀 축이고 둘러볼 여력이 생겨서 슬렁슬렁 구경을 하다가 발견.
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사진 상 왼쪽이던가, 아무튼 바닷가 쪽으론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해는 지려고 하고
제주에 도착한 첫날이었다.
기억엔 기분이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 안타깝게도 이 여행도 첫날을 제외하곤 비가 쫓아다녀서 스쿠터로 이동하기 힘들었고 일주는 포기하게 되었다.
섬의 동쪽은 구경도 못하는 돌발상황.
난 아직 제주 동쪽은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도 못 해, 그래서.
+) +) 당연히 방향감각 따위 없으니 네비만 의지하고 가는데 배터리가 다 떨어지고,
자정이 되었고,
숙소의 위치는 모르고,
요의로 가득 찬 몸뚱이,
스쿠터엔 주유 등이 점멸.
간신히 편의점 찾아서 충전하고 경찰 아저씨 도움받아서 숙소로 돌아갔다.
+) +) +) 마지막 날, 일정 하나를 취소하네 마네 하면서 경로를 바꾸는 와중에 예기치 못한 소나기를 만나게 되었다.
주변에 건물이라곤 달랑 소방서 한 동.
무작정 들어가 소방차 옆에 웅크리고 있는데 소방관 아저씨가 나와서 실내로 들어오라고,
믹스 커피도 한 잔 얻어 마시고 몸도 녹였다.
이내 비가 그치고 공항으로 출발했는데,
그 믹스 커피가..
시간이 흘러 소변이 되는 그때,
쉼 없이 공항으로 전진하던 중 뒤 따라오는 친구가 나에게 경적을 울렸다.
갓길에 세우니,
'나 화장실 너무 가고 싶어! 차라리 비라도 오길 바랬다고!!'
했다.
다행히 시내로 진입한 찰나여서
우리는 문화인으로서의 체통을 잃지 않고 제주를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