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하디의 <더버빌가의 테스> 속 등장인물
서두 : 등장인물로 주변 인물 이해하는 법
"맞아요. 당신이 좋아서 갔거나 내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한 적이 있거나 지금도 사랑한다면, 우유부단했던 내가 이렇게 싫거나 밉지 않을 거예요!…… 그냥 잠깐 눈이 멀었고 그게 전부예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당신의 속셈이 뭔지 알게 되었을 땐 너무 늦었어요."
"여자들은 모두 그렇게 말하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의 말을 덧붙임으로써 그는 침묵을 깼다. "그래, 내가 찾아갈게."
"안 돼요. 근처에도 오지 마요." 그녀가 대답했다.
"생각해볼게. 헤어지기 전에 이리로 와봐." 그는 돌기둥으로 다가갔다. "내가 믿는 교리는 성물과 무관하지만. 이건 옛날에 성십자가였어. 넌 날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만 난 어떤 순간 네가 두렵거든. 그러니까 내 두려움을 덜어주려면 이 돌에 새긴 손에다 손을 얹고 다시는 날 유혹하지 않겠다고 맹세해, 미모로든 행동으로든."
"테스, 내 사랑, 널 다시 보기 전까지는 최소한 사회적 구원의 길을 걷고 있었어." 그는 어린아이를 다루듯 그녀를 잡고 흔들며 미소를 띠었다. "그런데 왜 날 유혹한 거야? 그 눈과 입술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 누구보다도 굳은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정말이지 이브 이후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입술은 없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았고, 검은 눈동자에서는 호색적인 교활함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테스, 넌 요부야. 사랑스러운 저주받을 바빌론의 마녀지. 널 다시 만나는 순간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