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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Aug 15. 2023

남편이 변하기를 기대한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방을 바꾸려는 노력을 나에게 하자.

아주 올바른 방법으로 말이다.






그간 남편과 잘 살아보기 위한 나의 노력들은 결과적으로 헛수고였다.

방향을 잘못 잡고 노력을 했기에 패배의 결과는 참담했고, 갈피를 잃었고, 그럴 때마다 주저앉고 싶었다.



결혼 후, 나의 원대한 목표는 "남편과 잘 살아보기"였다. 아이들을 낳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은 없었다. 반드시 잘 살아내어야만 했다.



남편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일어나는 감정들을 받아들이거나 소화시킬 수 없는 사람이었고, 한번 해보았던 결혼을 스스로 실패했다고 여기는 사람이었기에 나에게 하는 행동들이 서투르다기 보단 일부러 한 발 뺀 듯이 보일 때가 많았고, 늘 자기 방어적인 모습을 먼저 내보이곤 했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이 사람에게 내가 받고 싶은 마음을 먼저 내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매주 시댁은 만난 것뿐만 아니라 아이 둘을 혼자 케어하며 매일 저녁상을 남편 퇴근하는 9-10시에 차려서 나의 집안일이 늘 11시가 넘어 끝이 난 것도, 남편이 오면 벗어둔 옷들을 모두 스타일러에 넣고 다 돌려진 것을 옷걸이에 걸어 정리한다던지, 남편의 구두를 닦아놓는다던지, 남편 건강에 맞는 식단과 각 종 영양제들, 그리고 남편 발톱 깎아주는 것, 새벽에 나가는 남편의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서 손에 들려 보내는 것 등등 나는 남편의 수족이 되어 남편을 케어하는데 힘썼다.



이 사람이 내가 주는 사랑을 받다 보면 마음의 경계가 풀려 나에게도 존중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돌싱을 남편으로 둔다는 것, 그 마음을 열게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감이 올 것이다.

결과는 아주 처참히 패배했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부터 잘 못 잡은 방향이었다.

마음을 먼저 내어준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남편을 바꿔보겠다고, 남편이 변했으면 좋겠어서 시작한 것이니 당연히 패배할 수밖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변하려는 계기가 생겼을 때 변화하는 것이지, 그것을 본인 대신 다른 사람이 아무리 사랑으로 챙겨주고 보듬어주려 노력한다고 해서 변하진 않는다는 게, 지난 7년간 노력해 본 패배자의 경험이다.









이 결혼이 실패했다고 느끼던 때, 너를 포기하고 너에게 노력했던 나를 포기하려고 했던 그때, 문득 정신이 차려지듯 '내가 한 노력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첫 아이의 포켓몬 가오레 게임을 하러 간 곳이었는데, 그곳은 서점 안에 게임기가 있었기에 오랜만에 도서관이 아닌 서점을 둘러볼 기회가 되었고, 첫 아이와 남편이 포켓몬 가오레 게임을 하는 동안 마음에 닿는 책을 찾으러 둘째를 유모카에 태워 이 코너, 저 코너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책 한 권을 마주한 것이 계기였다.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저자 '쑤린'의 책이었는데,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던 때 나의 방향을 다시 잡아준 책이 되어주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두 아이를 재우고 나서 정신없이 책을 읽어갔고 두껍다면 두꺼운 축에 속하는 이 책을 그날 저녁, 순식간에 반절을 읽어내고 나서 내가 여태 생각해 왔던 것이 굉장히 틀에 박힌 생각이었고, 방향을 잘못 설정했기에 삶 자체를 실패했다고 느끼는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가 다른 사람은 통제할 수 없어도 제 자신은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고, 날씨를 제 손으로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지만 기분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요."



-


과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여섯 마리의 꿀벌과 같은 수의 파리를 각각 마개가 없는 유리병에 가둔 후, 병 바닥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유리병을 눕혀두었다. 몇 분 후, 두 개의 유리병을 확인한 결과 꿀벌들은 병 속에서 모두 죽은 반면, 파리들은 유리병 입구를 통해 전부 빠져나가고 없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빛을 좋아하는 꿀벌들에게는 밝은 쪽에 출구가 있을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반면, 파리들은 빛의 방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빛을 따라 병 바닥 쪽만 공략하던 꿀벌들은 결국 기력을 모두 소진하고 목숨을 잃었고, 사방팔방 무턱대고 날아다니던 파리는 우연히 출구를 발견해 자유와 새 삶을 얻을 수 있었다.

 꿀벌과 파리의 이야기는 틀에 박힌 생각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또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책 -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중에서








나는 마치 그 실험 속의 꿀벌 같았다.

이렇게 하면 남편이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변할 것이라 굳게 믿고서 그 노력을 모두 소진하고 서서히 죽어갈 정도로 했으니 말이다.



남편에게 쏟아부었던 희생이 결부된 나의 노력은 남편을 변화시키려 했던 노력이었다.

물론, 먼저 마음을 내어주면 그 마음이 고마워서 변화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결혼생활에서는 상대에게 그것이 결코 맞는 방법이 아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다. 남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만의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이혼하지 않고서, 내가 희생하지 않고서, 나와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했다.

내 목을 쥐어 잡고 있던 견디지 못할 스트레스부터 사소한 것 하나씩 놓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목에 동여 메었던 목줄을 풀어내고 숨을 좀 고르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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