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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Aug 21. 2023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절실함을 담아, 남편에게






한동안 나의 갈 곳을 잃은 분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했다.



남편은 이제 내가 원하던 상태로 변화하였는데, 내 안의 분노는 결혼 후 적어도 3-4년차에 머물러서 맴돌고 있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왜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다 이유를 알았다. 남편의 말버릇이 여전했기 때문이었다. 남편과 살아보니 사람 입에서 나오는 그 말, 그 말로 사람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다는 것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어떡하면 남편에게 나의 의도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편지를 썼다.



아래는 남편에게 전달한 편지이다.






절심함을 담아, 남편에게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답을 찾았으면 좋겠어.


우린 무수히 많은 시간동안 신뢰를 쌓을 시간에 오해와 불화를 쌓아왔기에, 어떡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글로 정리해봤어. 잘 읽고, 행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서, 당신은 이 "대화의 수용"만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정말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100점짜리 남편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가정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주는거 알고있고, 당신은 나에게 더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이 있는 거 알아. 하지만 나는 당신과 살면서 한번도 경제적으로 불편함이 없었어. 그러기에 내가 아이들 곁에서 키워낼 수 있었고 당신과의 삶에서 내가 추구했던 이 환경, 결혼을 선택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었고, 변함없도록 생활할 수 있게 해 준건 당신 덕분이라는 걸 알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삶이 견딜 수 없게 된 것은, 당신 자체가 아닌 "당신의 말버릇", 단 한가지 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당신에게 요청하는 단 한가지는, 대화를 할 순간에 화를 내지 않고 대화를 했으면 하는거야.

당신이 내게 다툴때마다 "너는 어떻게 한번 잘못한거 가지고 전체를 잘못했다고 말해"라고 했었어.

그런데 당신이 내게 잘못한 건, 당신의 무신경함과 부주의함, 그리고 나에게만 눈치없던 그 행동들이 아니라 본의아니게 상처준것에 대한 인정과 미안함을 갖지 않는 것이었고, 그것은 모두 당신의 본심과는 다르게 나오는, 당신의 말버릇 때문이란걸 알았어.


상대방이 불편함을 호소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듣고 고치려는 노력이 잘 살아보려는 노력이잖아.

그런데 당신은 항상 "듣고,고치려는 순간"이 필요할때마다, "화"를 내어서 이렇게 관계가 무너지게 된거야.



서로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그럴때마다 당신의 "화를 내뱉는 말버릇" 때문에 관계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어.



올바르게 대화하는 법이 필요해.

그것이 우리가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 중 하나



당신에게서 받았던 무수히 많은 상처들, 그 상처들은 당신의 생각없이 행동한 것 뿐만이 아니라 그 행동에 대해서 설명이 아닌 화부터 낸다는 것이였어. 그 순간에 화를 내지 않고 당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하고 그 답변으로 내가 그것을 감당하는게 힘들었다고 말하면 당신이 그 행동을 안하겠다고, 상처주려 일부러 한 것은 아니였다고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면, 우린 얼마나 잘 살 수 있었을까.. 생각했어.



예를 들어볼게, 우리가 평소에 하는 대화야.

"오빠, 이런건 아니라고 생각해. 친구를 어떻게 집에 데려와서 재워" (문제제기)

"나는 원래 이러고 살았어. 나는 내 집에서 친구를 재울수도 없어?" (이해받지 못함에 대한 분노)

"아이를 키우는 집이잖아. 내가 처음부터 그랬어? 아이를 낳기 전에 친구 데려와 자는거 아무말도 하지 않았잖아. 왜 아이낳고 내 인생만 변해야 하고 오빠 인생은 그대로 유지하려고해. 왜 오빠의 선택 하나로 나와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않아?"

"내가 언제 피해를 줬어! 내 집에 친구 데려와 재우는것도 문제야? 너는 내 모든게 다 문제지?'



객관적으로 잘 들여다 봐봐. 나와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줘놓고 오히려 당신을 이해못한다고 화를 내고 있는 것을. 당신의 대화법이 '당신의 배려엔 나와 아이들이 아닌 친구만 있었던 것으로'보이게끔 말을 해.

이제는 알아. 본심은 그럴 의도가 아니였다는 것을. 그러나 그 순간에 그럴 의도가 아니였다고 말을 하면 싸움으로 번지지 않는데, 당신은 늘 본심을 말할 순간마다 화를 내기에, 상대방에겐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고있다고 받아들여지게 되는거야.



내 입장에서는 이미 이혼한 사람의 행동처럼 나와 아이들에게 행동해놓고, 당신은 단 한번도 이혼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하지. 어떻게 친구를 배려하는게 가족보다 먼저인 사람이, 그 친구를 배려하기위해 가족을 희생시키는 사람이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고싶었던 사람인건지 너무나 혼란스러웠어.

그래서 나는 당신을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어.

그리고 이제는 알아. 당신은 정말 단 한번도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나를 희생시키려는 의도없이 나와 아이들과 함께 잘 살고 싶었던 사람이라는것을.



재대로 들여다 봐봐. 이것은 대화가 아닌, 당신이 이해받지 못함에 있어서 분노를 표출하는거야.

그리고 당신은 대화를 싸움으로 배운 사람이라 대화하는 법을 모른다는걸 이제는 확실하게 알았기에, 당신의 문제부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본심이 아닌 화를 표출하는 대화방법을 바꾸어주었으면 해서 글을 쓰게 되었어.





문제를, 문제가 되지 않게 하는 대화법



"오빠, 이런건 아니라고 생각해. 친구를 어떻게 집에 데려와서 재워"


 "나는 술만깨고 가라고 잠깐 자고가면 대리 안불러도 되고 그래서 그런거지"

(문제행동에 대한 설명)


"아이가 있는 집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쉽게해. 내가 친구 데려와서 재우는거 봤어? 이건 아니지"



"왜 친구를 데려와 재우면 안되는건지 설명해줄래? 나는 네가 이렇게 화를 낼거라곤 생각못했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닌, 의도 자체를 물어보기)



"술취한 사람을 재우면 술 냄새나서 환기시켜야하지, 코고는 소리에 애들 깰까 걱정되지. 그리고 이 집은 오빠 혼자 사는 집이 아니잖아. 나는 이게 배려의 문제라고 생각해. 그래서 당신에게 우리가족이 배려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화가나"



"나는 친구 술만깨고 가라고 한거지, 우리 가족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못했어. 그런데 네 얘길 듣고보니 피해를 준 것은 맞네. 앞으로는 하지 않을게. 내 생각이 짧았어"

(본인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 것을 인정하고, 행동을 변경하겠다는 말을 담기)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고, 그것에 있어서 화라는 감정이 생겼다가도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내비치면 싸움으로 번지진 않아. 그런데 오빠는 항상 당신이 먼저 이해받아야 하는게 당연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친구를 데려와 재우는 것이 문제가 된 상황' 그 자체를, 내가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잖아.

당신이 틀렸다고 생각한 부분은 그 부분이 아니라 "화를 낼때 안낼때 구분못하고 화를 내서, 상대방에겐 희생을 강요하게 되는 결과가 되고, 결국엔 소중한 사람을 떠나가게 만들게 되는" 부분이야.

왜냐하면, 상대방이 불편함을 호소할때 화를 낸다는건, '너 나에게 맞춰살아'로 받아들여지게 되거든.

그 상황에선 화를 내는게 아니라 오빠 입장을 설명하고, 본의아니게 피해를 준 것임을 인정하고 모르고 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안하면 되는거야.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올바른 대화를 하고 싶어서이고,

우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것을 반드시 고쳐야만 살 수 있는것을 당신이 깊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서야. 나에겐 이 글이 마지막 희망이라는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문제가 되었던 부분 두번째



시댁을 보지 못하겠다는것에 당신은 받아들이는 척 했으나 불편한 티를 계속 내고있었어.

그래서 대화하자 했을때도 당신은, 당신이 화가 난 이유를 정당화시키기 위해서만 말을 이어갔어.

당신이 대화하는 방법은 불화를 낳는 방법이였어.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도 당신은 상대방이 그런 말을 한 이유보다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감정만을 말하는게 대화라고 생각한다는것인데,


대화는 수용하기 위해서 하는거야.

내 화를 받아내라고 하는게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수렴할 수 있는건 하고, 할 수 없는건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서로에게 중요한 가치를 서로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화의 수용이야.



이 것을 반드시 행해주어야 우리가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래야만 당신과 내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맺을 수 있어.




Q1.  시부모님 뵙는건 당신만하고 나는 이제 안하는게 맞는것같아.


A1. 전에 어머님 전화받은것 때문에 그래?


Q2. 응. 나는 내가 할 수 있는만큼 한것같아. 우리가족이 잘 살기위해 내린 결정이야.


A2.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듣고싶어.


Q3.  전화받은 내용들 말하면서, 속상함을 풀어내고 이런 결정을 한 이유들을 말함.


A4. 그래. 그런 말들을 들었었구나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인정)


많이 힘들었겠어. 그런 말 들으면 나도 힘들것같아 (상처에 대한 공감)


그래도 나는 부모님을 함께 봐야하는게 맞는 일 같은데, 어머니는 변하시지 않을것이라 내가 어떡해야 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나도 참 답답하고 속상해. 당신도 알지? 내가 중간에서 눈치보고 불편했던거.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는 주말에 보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거야.

 (속상한 마음 드러내면서 나에게도 공감받길 원하는 마음 보여주기)  


당신 그동안 수고 많았고, 그런 말 들을 행동 하지 않았어.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건 나에겐 여전히 사랑하는 아내이고,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야. (위로와 불안한 마음 안아주기)


Q. 사실 불안했는데.. 당신에겐 중요한 일일거니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상대방이 원치않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음에 들게 된 불안한 마음 드러내고, 고마움 표현하기)




이런 식의 대화의 결과는, 서로에게 신뢰를 쌓고 존중을 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

내가 나로서 당신에게 받아들여지고, 당신도 당신으로서 내게 받아들여지는 좋은 계기가 되는거야.

서로 존중을 바탕으로 사랑과 신뢰를 확인하게 되고 우리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져갈거야.



우리는 이 7년이라는 시간동안 사랑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무수히 많은 시간이 있었는데도, 결혼을 유지하기 어려울만큼 지옥으로 기어들어가게 된 건, 당신이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순간에 "화를 내는 말버릇" 때문이였다는걸 인지했으면 좋겠어.



모든 순간들이 그랬어.

당신과 사는 삶이 힘들었던건 당신의 그 행동들이 아니라, 당신의 말이였어.

아무리 서로에게 상처주는 행동들을 해왔더라도 올바른 대화를 주고 받았더라면 오히려 그 위기가 전화위복이 되어서 더 좋은 관계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해.



당신에게 이렇게 구구절절이 설명을 해서라도 우리 관계가 망가진 원인을 설명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써내려간 건 이 문제를 정면돌파 하듯이 해보는데 까진 해보고 싶었어. 우리 관계를 개선해보기 위해서.

그 이유는, 그만큼 당신이 내게 소중하고 이 가정을 유지하고 싶어서이고 이 대화하는 방법 한 가지를 제외하면, 당신은 내게도 아이들에게도 아주 좋은 사람이라서야.



내게는 이 것이 절실한 노력이고, 잘 살아보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이 글이 당신에게 가서 와 닿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할게.






2023년 0월 0일 당신의 아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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