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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원 Oct 09. 2023

기숙사로 가는 길에

노래를 들어도 착각을 한다.

소피아 데려다주러 학교에 갔다가 왔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 미안해 난 바보인가 봐 왜 노트북 충전기를 안 가지고 왔네요.

알았어 갖다 줄게. 

8시 30분에 줌으로 교육한다는데 어떡하냐고 

급히 집으로 와서 4층까지 뛰어 올라갔다가 방바닥에 있는 충전선을 가지고 내려오는데 남편이 문을 열고 내려다본다.

어디가?

응 소피아 학교에 잊고 간 것이 있다고 하네.

빨리 가야 돼

같이 가자!

알았어 

전등 끄고 내려가라고 했더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서 차에 타고 시동을 걸고 있으니 느릿느릿 걸어 내려와서 운전석 문을 연다.

돌아서 옆으로 와야지.

아 알았어.

차에 타고 안전띠 빼 주세요.

안전띠를 빼서 준걸 받아 꽂고 출발했다.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온다.

김수희의 정거장

여자 여자 여자인 내가 기다려야지~

노래를 따라 하니까 

여자가 왜 기다려?

노래야 노래.

또 다른 노래를 듣는다. 

진성의 안동역에서 

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안동역에는 왜 갔어?

아니 안동역에 간 게 아니라 노래라고요.

전화해서 딸에게 충전선을 갖다주고 돌아왔다.

차에서 내려요.

왜 내려?

집에 들어가야지.

문을 잘 닫고 내리라고 했는데도 다시 닫아야 한다.

어디에서 자요?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서 자면 되지.

남편은 평소에는 예쁜 치매이다.

예전에 쓰던 명령적이던 말을 잊어버리고 예쁘게 이야기한다.

매일 이렇게만 지속되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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