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들어도 착각을 한다.
소피아 데려다주러 학교에 갔다가 왔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 미안해 난 바보인가 봐 왜 노트북 충전기를 안 가지고 왔네요.
알았어 갖다 줄게.
8시 30분에 줌으로 교육한다는데 어떡하냐고
급히 집으로 와서 4층까지 뛰어 올라갔다가 방바닥에 있는 충전선을 가지고 내려오는데 남편이 문을 열고 내려다본다.
어디가?
응 소피아 학교에 잊고 간 것이 있다고 하네.
빨리 가야 돼
같이 가자!
알았어
전등 끄고 내려가라고 했더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서 차에 타고 시동을 걸고 있으니 느릿느릿 걸어 내려와서 운전석 문을 연다.
돌아서 옆으로 와야지.
아 알았어.
차에 타고 안전띠 빼 주세요.
안전띠를 빼서 준걸 받아 꽂고 출발했다.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온다.
김수희의 정거장
여자 여자 여자인 내가 기다려야지~
노래를 따라 하니까
여자가 왜 기다려?
노래야 노래.
또 다른 노래를 듣는다.
진성의 안동역에서
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안동역에는 왜 갔어?
아니 안동역에 간 게 아니라 노래라고요.
전화해서 딸에게 충전선을 갖다주고 돌아왔다.
차에서 내려요.
왜 내려?
집에 들어가야지.
문을 잘 닫고 내리라고 했는데도 다시 닫아야 한다.
어디에서 자요?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서 자면 되지.
남편은 평소에는 예쁜 치매이다.
예전에 쓰던 명령적이던 말을 잊어버리고 예쁘게 이야기한다.
매일 이렇게만 지속되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