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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원 Oct 09. 2023

시월 이십삼 일 아침에

보건소 가야 된다고요.

속이 타들어 갑니다.

답답해서 ㅠ

했던 말을 또 하고 금방 물어서 말하면 1분도 안돼서 또 묻고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낍니다.

오늘은 보건소에 검진하러 간다고 저녁부터 먹지 않고 있어요.

아침 딸아이 등교 시키려고 준비해서 먹여 보내고

남편 이것저것 마구 먹습니다.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고 하고 안 주면 화내고 안 움직이니까 몸무게만 늘어가고 그래서 살 좀 빼려나 싶어서 건강기능식품 살 빠지는 걸 사서 먹게 하고 있는데 오히려 더 늘어나네요. 일주일째 먹었는데 3킬로나 쪘어요.

약도 한꺼번에 두면 먹고 또 먹고 하루에도 몇 개나 먹기에 따로 두고 아침저녁약만 챙겨서 식탁 위에 올려둡니다.

한주먹이나 돼요.

치매에 먹는 정신과 약 안 씻어서 피부에 뭐가 나고 긁고 해서 피부과에서 받아온 약 살 빠지는 건강식품 으아 먹을 게 많은데...

챙겨주는 것만 제대로 먹으면 되는데 보이는 대로 다 먹어 치우니 속 터져요.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고 짜증이 나요.

아침저녁약 따로 먹어야 되는걸 또 다 먹어치웠네요.

내가 보건소 간다고 이야기하고 채 1분도 안돼서 등산 갈래?

나 보건소 간다고요.

이거 먹어

나 검진하러 간다니까

자꾸만 늘어나는 짜증에 내 명대로 살 수나 있을까?

왜 치매가 와서 나를 힘들게 하는 거지...

어서도 술 먹고 힘들게 하더니 나이 들어 치매로 ㅠ

왜 이리 불공평한 거야

내 무슨 죄가 많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임?

십자가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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