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꽃을 한 아름 산다

더 오래 살고 싶을 때는 몸의 일부를 자르세요

잎사귀와 줄기의 애매한 선을 자른다


슬픔과 마찰된 꽃들은 빨리 썩는다

나는 몇 송이를 거꾸로 매단다

꽃은 벽과 더 가까워지고

책상 위에는 마른 빛깔들이 남아있다


꽃들을 전부 붙이고 놀이터로 간다

나의 것도 아닌, 너의 것도 아닌 한 세계로 간다

철봉의 높이는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매달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철봉을 보면 넘어서기보단 도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똑바로 서 있는 것보다 거꾸로 서있는 게 쉬울지도 몰라

나는 더 많은 꽃들을 사다가 말리기로 한다

말라가는 것들은 모든 경계에 놓인다

이것은 나의 오롯한 권리

꽃들이 물구나무를 선다

오래오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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