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랑땡 Jul 23. 2021

혼자 여행해야 하는 이유

여행의 가장 즐거운 순간이 '가는 길'에 있듯. 장점을 찾아가는.

혼자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1. 여정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남을 많이 배려하는(무지 신경 쓰는, 저 같은 피곤한) 사람이라면 생기는 동행하는 사람을 향한 집중. 이로 인한 산만함을 모두 벗어던지고 눈앞에 펼쳐진 경관과 소리, 자기감정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집중했던 것을 기억하죠. 이전 여행의 기억 속에 친구(혹은 전 여친/남친)의 얼굴이 많았다면 혼자 여행은 온전한 장소의 모습, 느낌, 감정이 떠오를 겁니다. 잊고 싶은 기억이 될 가능성은 제로.


2. 덜 피곤합니다. 친구와의 '물 흐르듯, 굴곡 없는, 즐거운' 여행을 위해 일정을 맞춰주기도 하죠.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일정을 소화하거나, 나는 멀쩡한데 피곤한 친구 덕에 숙소에 틀어박혀 술만 마실지도 모릅니다. 혼자 여행은 다릅니다. 일정은 완전히 내 마음대로, 늦잠을 자도 되고 새벽 일출을 보러 가도 됩니다. 내 컨디션이 가장 중요할 뿐이죠. 여행은 컨디션을 올리러 가는 거지 일하러 가는 게 아니잖아요? (여행 가서도 일 생각하는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3. 외로움 컨트롤 방법을 알아가게 됩니다. 혼자 여행 가면 마냥 좋고 절대 (네버) 그럴 수 없습니다. 외로움은 항상 곁에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외로움 때문에 기분이 다운되셨나요? (삐빅 초보입니다.) 괜찮습니다. 이제 무엇이 본인을 행복하게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바로 그렇게 합시다. 여행을 스스로 불행하게 만들기엔 휴가가 너무 짧은 걸요. 



풍경

소나무 그늘, 책 - 무라카미 T, 책갈피 - @jp_art_official

하얀 모래 위, 소나무 그늘 아래, 은빛 돗자리를 파하게 펼치고 구겨진 흰 티셔츠를 벗어던진다. 그늘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아래 하얀 살갗이 유난하게 빛을 내며 익어간다.


아무렇게나 눕는다. 살갗이 익어가길 기다리다 보면 바람이 몸 구석구석 헤집는다. 자유롭다.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는다. 바람과 햇살, 그늘, 파도 소리가 온통.


책을 꺼내 든다. 해변에서 헐벗고 책을 보는 장면. 어디선가 보았다. 어떤 작가의 사진, 소설 혹은 영화에서 본 게 틀림없다. 신난다. 정작 책 내용은 깊게 들어와 박히지 않는다. 온전한 자기애의 시간이다.





태닝의 즐거움


태닝이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거나 멜라닌 색소가 적은 백인이나 하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현실주의자들의 참견은 낙관적으로 넘깁니다. (Whatever?) 이미 내 마인드는 선셋 비치에서 쿨하게 태닝 하는 캘리포니아 사람인 걸요.


맑은 날씨, 하얀 모래, 내리쬐는 햇살이 있는 해변이라면 오케이. 햇살을 막아줄 그늘이 있다면 굿. 이제 자신감(혹은 뻔뻔함)만 장착하면 됩니다. 자신감이 조금 부족하다면 선글라스를 껴주세요. 남의 시선은 맞시선으로,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

살을 개방(?)하고 태양 아래 엎드려봅시다. 바닷바람이 등과 다리를 타고 흐릅니다. 중요한 순간입니다. 정말 자유로운 순간이죠. 어떤 티셔츠(헐렁하거나 잘 개발된 기능성 스포츠 티셔츠 혹은 망사일지라도!)를 입든 간에 이 정도의 자유로움을 느낄 순 없습니다. 바람이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이렇게 편안한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바다에서 태닝 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입니다.(용기 있는 당신에게 자유를!)


'햇빛 받는 느낌이 이렇게 좋았나?' 햇빛은 아침마다(정확하게는 아침 출근길에만) 받지만 드라마틱한 즐거움을 주진 않습니다. 태닝은 다릅니다. 직사광선에 등을 태워보세요. 태양이 등을 때리며 부서지는 느낌. 등 어딘가에 서식하는 세균들이 지글지글 끓으며 사라지는 느낌.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입는 상상. 파도 소리와 존 레전드의 'I do'가 섞여 들려오네요. 평온함을 즐겨봅시다. 땀이 살짝 몸 곳곳에서 나오는 느낌이 드네요. 이제 햇살과 함께 부서지는 파도로 뛰어들 차례입니다.





'가는 길'이 가장 즐거운 법


사람을 구성하는 수없이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성격, 외모, 호기심, 근성, 실행력, 체력, 공감, 배려, 절제, 이해, 필력, 드로잉, 모델링, 마케팅, 셀링, 손재주, 미적 감각, 리더십, 사교성,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 순발력, 집중력, 설득력, 편안함, 사랑, 믿음, 용서


제가 생각해내지 못한 단어가 수천 가지는 되겠죠?

누구도 완벽하게 이 모든 단어를 커버하진 못할 겁니다. 사람은 제각기 다른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을 찾기 위해, 발견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아갑니다. 그렇게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면서 자아실현을 행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장점을 찾는 여정을 느낍니다. 내 안에 수많은 글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글을 많이 쓰다 보면 느껴지게 되죠. 글 스타일마다 각기 다른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따뜻할 수도 있고, 쿨할 수도 있고,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울림을 주기도 하죠. 언젠간 한 가지로 모여 하나밖에 없는 제 스타일이 생기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즐겁습니다. 글 스타일, 각각의 장점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때론 괴롭지만, 당연하게도) 지금 '가는 길'에 있기 때문에 즐겁지 않을까요. 여행의 가장 즐거운 순간이 '가는 길'에 있듯 인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29살 남자가 바퀴벌레를 만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