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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링 Jun 28. 2023

코 빠지지 말고 잠을 코 자기

우울에 빠지지 않을 이유

퇴근을 해도 기운이 나지를 않는다. 남편을 꼬드겨 외식을 하고 말았는데도 여전히 기분은 좋지 않다.


끝내지 못한 일. 더 잘했어야 하는 일.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 꼭 했어야만 하는 말. 뱅뱅 주위를 맴돌더니 지끈지끈 편두통을 불러온다. 남편은 발을 동동거리듯아내를 위해 내가 무엇을 더 해줄까 고민한다. 참 사랑스러운 내 사람.


축 늘어진 어깨 사이로 고개를 푹 숙이고 멍하니 인스타를 보다가 불현듯 영화배우 짐캐리가 간증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지금 코 빠져있을 때가 아니야! 벌떡 일어나 유튜브에 하나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설교 채널을 틀고 샤워를 하러 갔다.


내가 우울에 빠져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하나님이 전부인 삶을 사는데!


때마침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이 여러 번 외치신다.


새로운 나의 삶은 예수님을 만나야 가능합니다.

새로운 가정은 예수님을 만나야 시작됩니다.

새로운 교회는 예수님을 만나야 새로워집니다.


그래, 늘 똑같아 보이고 한심해 보이는 나의 삶도 예수님을 만나야 변할 수 있어.


후다닥 씻고 나와서 성경을 펴고 집중한다.


한 번 읽고, 회사 생각을 했다가.

두 번 읽고 회사 사람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가.

고개를 휙휙 젓고 세 번째 읽는다.


중풍병자에게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말과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는 말이 어느 것이 쉽겠느냐_마가복음‬ ‭2‬:‭9‬ ‭


예수님의 말씀은 늘 알쏭달쏭. 대체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을까. 말 그대로 육신의 죄를 사하는 것과 육체의 병을 고치는 것을 비교하신 걸까?


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 하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시되_마가복음‬ ‭2‬:‭10‬ ‭


그리고 예수님은 죄인과 세리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하신다. 당시 모든 사람이 미워하고 기피하던 소위 찌질이들과 함께. 바리새인과 서기관은 어찌하여 그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느냐 경멸하듯 예수님께 물었다. 예수님은 어떠한 부끄러움 없이 대답하신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저희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_마가복음‬ ‭2‬:‭17‬ ‭


죄 사함의 능력.

죄인을 부르러 오심.


흩어진 퍼즐 조각이 하나 둘 맞춰지기 시작한다.


예수님께는 죄 사함의 능력이 차고 흘러넘치도록 있으신 분이시며 그분께서 기쁘게 행하시는 일이 바로 죄인을 불러 그의 죄 사함의 능력을 마음껏 베풀어주시는 것이구나.


육신의 병을 고치는 것은 오래갈 영광이 아니다. 영원에 비하면 육신의 회복은 잠깐이니까. 하지만 죄를 소멸시키고 죽은 자를 살려내시는 죄 사함의 능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로구나.


죄인인 나를 부르러 오셨네, 나의 예수님은.


오늘 지었던 나의 죄를 충분히 용서하시고 내일 지을 나의 죄까지 다시 용서하실 만큼 큰 능력이 예수님에게 있다. 한평생 지을 그 모든 더러운 죄를 나 스스로 걱정하지 않아도, 전부 책임지시고 용서하시고 죄를 멀리멀리 떨쳐버리실 권세와 은혜가 예수님 안에 정말로 진정으로 있다.


오늘도 나는 예수님께 용서받았다는 감격에 엉엉 울다가. 저녁 내내 나를 바라봐주었던 남편의 눈길이 떠올랐고, 곧 그 눈빛에 하나님의 마음이 오버랩되었다.


나를 늘 사랑스레 바라봐주는 남편처럼, 나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나를 여전히 사랑스레 바라봐주실 테다. 변하지 않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그저 곁에서 기다려준다 말했던 남편처럼, 하나님도 나를 나대로 받으시고 잔잔히 기다려주시겠지.


남편을 외롭게 만든 건, 그의 사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것은 결국 나였다. 퇴근해도 핸드폰을 붙잡고 직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 남편의 일상보다 나의 스트레스가 더 먼저였던 나.


하나님을 외롭게 한 사람은 나였다. 그의 사랑을 느끼지 못함은 내가 그의 눈빛이 아닌 나의 상황에 온전히 몰두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용서받은 인생을 사는데.

하나님은 나를 이만큼이나 사랑해 주시는데.

복음은 과연 매번 새로운 맛이로구나.

알면 알 수록 예수님의 지혜는 달디 달구나.


그래.

직장 일이든, 인간 관계든.

코가 빠질 일 아니다.

감사함으로, 멀쩡함으로

잠을 코 자야만 하는 밤이다.


사진출처_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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