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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갱 Nov 04. 2023

[삶과 광고 01] 엄마 아빠도 꿈 포기하면 안 돼

결국 여름은 지나가는구나.

 어느새 단풍잎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완연한 가을, 11월. 8월 말에 업로드 한 글을 마지막으로 약 2개월 만이다. 다른 것에 조금 더 집중하느라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운영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들을 끝내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글을 쓰기 위해 그때그때 떠오르는 글감들은 메모를 해 놓았고, 지금부터 그 글감들을 글로 차근차근 완성 지어 하나씩 올려보고자 한다.


 6월부터 시작되어 8월 말까지 여름 내내 나를 괴롭혔던 우울과 무기력은 9월이 되며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다. 사실, ‘이 우울과 무기력이 가을까지 가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했었다. 왜냐하면 나는 계절을 꽤 많이 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가을에 그것이 가장 풍부해진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6월부터 시작된 우울과 무기력이 가을이라는 계절까지 만나 나를 더 괴롭히면 어쩌지?’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여름 동안 나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괴롭힐 때마다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니, 자연스레 그것들은 나와 멀어지고 있었다.


 8월이 지나고 9월이 되어 가을 냄새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귀신같이 일상 속에서 종종 센치해지긴 했지만, 그것이 여름 동안 느꼈던 우울, 무기력과는 조금 달랐다. 그냥 초등학생 시절부터의 내가 계절이 바뀌면 항상 느꼈던 그런 센치함이었다. 다행이었다. 우울과 무기력감이 아니어서.


 결국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자연히 지나가는구나.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는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상황에 처해 있느냐.’보다, ‘그 상황에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이구나. 등등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강연을 해달라고요?

 힘들었지만, 현명하게 나만의 방식대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던 와중, 카톡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우리 학교의 학과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거절을 할 생각이었다. ‘에이, 올해 2월에 졸업해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주제넘게 무슨 강연이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앞으로 학과 후배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날 일도 없을 것 같고, 그래도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조금이나마 있을 것 같아, 제안에 응하였다. 대학 생활 내내 남들처럼 대단하고 멋진, 화려한 스펙을 쌓은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왔다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며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했다.


 그렇게 제안을 수락한 뒤, 강연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를 하기 위해 내가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걸어오며 남긴 발자취를 하나씩 되짚어 보았다. (내가 발표한 강연 주제에 대해서는 곧 다른 글로 발행하려 한다.) 되짚어 보며 ‘나 정말 꾸준히 내 길을 향해 걷기도 했고, 뛰기도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치열하게 생활했고, 열정 가득했던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치열하게 지내지도 않고, 열정도 가득하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이전에 발행했던 글을 읽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업계가 침체됨에 따라 내가 다니는 회사도 직격탄을 맞아 몇 개월간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 입사 후에 이렇다 할 만한 업무를 거의 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내 경력을 쌓지 못했다. 그렇게 이전의 치열함은 없이 비교적 한가롭게 지내고 나니 많은 것들이 흐려져 있었다.


삶과 물은 흐르고, 흐린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삶은 물과 그 속성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과 삶은 흐른다. 어쩔 수 없이 흐르게 되어 있다. 선명했던 잉크가 물에 의해 흐려지고 탁해지듯, 확고했던 우리의 꿈, 열정, 정신 등은 삶에 의해 흐려진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삶을 살아가며 꿈, 열정, 정신이 흐려지고 탁해지는 것이다. 삶은 이러한 것들도 흐리지만 기억도, 추억도 흐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것들을 항상 기록하고 들여다보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노력해야만 흐려지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일이 없는 동안 이것저것 글로 쓰고, 생각도 하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열망은 놓지 않았지만, 예전의 그 열정, 도전 정신은 나도 모르는 새에 흐려졌던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연 준비는 나에게 경종을 울려주었다. 실패해도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다시 일어나 도전했던 때의 내 모습을 되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주저하고 있던 것들에 다시 용기 내어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내 생각을 잘 표현해 주는 노래 한 곡과 광고 한 편이 있다. 지금부터는 이 노래 한 곡과 광고 한 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D.C. (feat. Mad clown) - 새벽에 쓴 일기

오늘도 하루는 침묵, 똑같은 내일을 기다리고

그런 일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미소

난 또 거울 속 모습에 살짝 낯설어

미래란 단어에 설레었던 옛날처럼

차고 넘쳤던 모습이 희미해진 나를 또

시간은 미련과 후회란 채찍으로 다그쳐

분명 여태껏 지난 일기 속에 10년 뒤 나를 가꿨지만

언제부터 의무라는 우리 스스로를 걸었지

점점 더 걸핏하면 그럴듯한 거짓말과 핑계로 거치 작하며

자존심을 지킨다음 주변에 거친 잡음에

쉽게 편심 하는 모순적인 의지

분명한 건 진실 당신과 내 진심

지금이라도 때려치워 그딴 현실의 방정식

원래 꿈 이란건 쉽지 않기에 꿈이라 불리지

젊음은 스스로의 의지가 기준이지

눈을 비비고 일어나 어제와 같은 아침

너와 난 여전히 쫓기듯 하루를 살아가지

어제와 다른 날을 비추는 하늘 아래서 오늘도


멈칫거리는 발걸음으로 걷던 어느 골목에서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파란 별을 한번 바라봐

찬란한 별빛 앞에 초라해진 삶 하나

그 별들에게 묻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아

스무 살에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난 어서 서둘러서

뭔가 이루고 싶었어 하지만 그게 뭔지 몰라

하고 싶은 게 없어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겠단 말 잊어버렸어

키는 계속 자랐지만 꿈은 계속 작아져

눈은 계속 탁해지고 생각은 얇아져

눈물 자국 번진 밤하늘은 보라빛깔

뭐 그래도 어때 아직 숨 쉴 수 있으니까

지친 밤 잊혀지는 시간 속에 멈춘 이 청춘들을 위로하며

별은 다시 춤춰 움츠려든 가슴 펴고 오늘을 참아내

넌 지금 그 자체로도 충분히 찬란해

눈을 비비고 일어나 어제와 같은 아침

너와 난 여전히 쫓기듯 하루를 살아가지

어제와 다른 날을 비추는 하늘 아래서 오늘도

꿈속에 당신은 어떤 별이었는지

D.C. 그리고 Mad Clown이 또 되묻지

언제 뭐 때문에 가슴이 뜨거웠는지

D.C. 그리고 Mad Clown이 또 되묻지 X 2


 고등학생 때였나, 우연히 듣게 된 곡인데 가사가 마음에 크게 와닿아 지금까지도 종종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듣는 곡이다. 이 곡은 현실을 살아가며 그것과 어쩔 수 없이 타협하고 꿈을 잊어가는 청춘들의 가슴 아픈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나도 어른이 되면 꿈을 잊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다행히 아직 나는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고, 내가 그려왔던 내 모습을 찾기 위해 다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엄마 아빠도 꿈 포기하면 안 돼

 이 광고는 신한금융그룹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자녀 방과 후 돌봄 교실 '신한 꿈도담터' 광고다. 맞벌이를 하는 대부분의 엄마, 아빠들은 일과 시간에는 일하랴, 퇴근 후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 할겨를 없이 하루의 끝을 맞이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반짝거리던 꿈은 잊혀질 수밖에 없을터. 그런 맞벌이 부부들의 빛나던 꿈을 다시 찾아주기 위해,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신한 꿈도담터가 나선 것이다.


 나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아이도 없지만 훗날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겨도 일은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일과 그 일의 성과에 따른 자아실현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보고 '나도 아이가 생기면 가정을 위해, 아이를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고민할까? 특히, 늘 정신없이 바쁜 광고회사를 다니는 엄마라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광고의 말미에 '잘 꾸며진 한 편의 영화 같지만 오늘을 사는 가족의 이야기'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 광고는 꿈도담터가 맞벌이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해 주고, 포기하지 않게 해 준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오늘을 사는 가족들의 실제 이야기를 빌려왔다. 빛나는 꿈을 안고 살아왔지만, 삶에 의해 그것이 흐려지고 탁해지는...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짜 어른들, 엄마, 아빠의 삶.


 그렇다. 이 글 전에 발행한 글에서도 말했듯, 하나의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필요하고, 그리하여 광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우리의 '진짜 삶'이 투영되어 있는, 사람 냄새나는 광고가 참 좋다. 그리고 문득 우리 엄마, 아빠의 꿈이 궁금해졌다. 엄마, 아빠의 젊은 시절 찬란히 빛났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조만간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또, 훗날 삶에 의해 내 꿈이 흐려지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이 글을 다시 보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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