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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월 수천불 실업급여를 포기한 이유

트레이더 조 마트 알바를 선택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by Lois Kim 정김경숙

안녕하세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실업급여를 진짜 포기하셨어요?"

"그래도 실업급여까지 받은 후에 알바 시작하지 그러셨어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구글 본사 디렉터로 승승장구하던(혹은 그럴 줄 알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구글 전 직원의 6%, 즉 1만 2천 명에 달하는 대규모 해고가 이루어졌을 때 저희 팀 전원이 그 명단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렇게 한날한시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정리해고, 믿기 어려운 부정의 순간, ‘왜 내가?’라는 분노의 시간, ‘내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우울의 시간을 지나, ‘이 정도 패키지면 괜찮은 거지’라는 타협의 시간을 거쳤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그래, 이 시간을 내가 못 해 봤던 것을 해 보는 시간으로 삼자’라는 적극적 수용의 마음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알바(아르바이트)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에는 매달 수천 달러의 실업급여를 포기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에 경험을 쌓는 일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는 '마트 아줌마'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미국 신뢰도 1위, 단위 면적당 매출 1위로 꼽히는 트레이더 조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포기했던 월 수천 달러의 실업급여가 하나도 아깝지 않게 그곳에서 너무 귀중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인간의 인간적 활용”이라는 트레이더 조의 경영 철학, 온라인 세일도, 배송·배달도 없이 매출 1위를 만들어내는 트레이더 조의 마케팅 전략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그리고 이때의 인사이트와 배움을『우리는 다르게 팝니다』라는 책에 담았습니다. 제가 실업급여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쓰지 못할 책입니다.


제가 ‘실업급여가 아까우니’라는 생각에 트레이더 조에서 일하기를 망설였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경험들이었습니다. 그 현장의 경험은 결코 월 수천 달러의 돈으로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 경험 하나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저는 실업급여보다 더 귀중한 것은 결국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 시간이 정말 귀중했거든요. 모든 분께 실업급여를 포기하고 일을 하라고 권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번 생각을 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시간, 경험, 돈(실업급여), 어떤 것이, 지금 이 순간에 여러분께 가장 중요할까? 하는 것을 말입니다.


최근에 나온 기사가 저의 이런 소중한 경험을 잘 설명해주셔서 링크를 덧붙입니다. 제목이 맘에 듭니다. "

"행복을 채워주는 건 구글 명함 아닌 하루의 성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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