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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결 Dec 28. 2024

제3화 - 인두를 잡고 잠들다

세상을 떠난 것은 아니고~

제 3화. 인두를 들고 잠들다.


연구실의 이중고군은 별명이 여러개가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잠의 신"이었다. 그의 졸음의 스펙트럼은 대단했다. 그는 강의실, 회의실, 심지어 연구실 소파까지, 아무 데서나 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교수님과 주간 회의 중에 화이트 테이블에 머리가 고꾸라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무서웠던 교수님께서도 하도 많이 보셔서 인지 야단도 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었다.


졸음의 전설

이모군의 졸음은 시도때도 가리지 않았다. 당시 연구실은 흡연 금지였지만, 그는 연구할 시간이 부족한 나머지 연구실 앞 창고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문제는 거기서 담배를 피우다가 깜빡 잠이든 것이었다.

어느 날, 연구실 동료 김군이 창고 문을 열었을 때였다. 희미한 담배 연기 사이로, 담배를 든 채 바닥에 반쯤 누워 자고 있는 이모군을 발견했다.

김군은 깜짝 놀라 “형, 여기서 뭐하는거야 손 데겠어?!”라며 깨웠지만, 

이모군은 눈을 살짝 뜨고 중얼거렸다.
“어… 여기가 어디지??….”


인두를 잡고 잠들다.

이모군의 졸음은 연구실에서도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어느 날 밤, 학부 3학년들의 실습 준비를 하던 그는 몇일 동안 수업 준비를 위해서 잠을 못자고 있었다. 

일주일 공부하고 준비해서 확인된 내용을 실습시간에 학부생에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회로판 위에 전자 부품을 붙이고, 오실로스코프로 파형을 확인하며 생각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하드웨어를 디버깅하던 중이었다. (전산과인지 전자과인지 ^^) 

피로가 극에 달한 그는 전자부품을 붙이던 중, 한 손에는 납땜용 납, 다른 손에는 350도까지 달궈진 인두를 든 채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 순간, 다행히 동료 김군이 그를 발견했다. 김군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외쳤다.
“형!! 뭐해! 손타겠다!!”
그러나 이모군은 눈을 살짝 뜨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왜 깨워, 꿈에 맛있는 삼겹살을 굽고 있었는데~ …"

김군은 머리를 감싸 쥐고, 인두를 뺐으면서 이야기했다.

"형 손을 삼겹살 처럼 구울 뻔 했어!!"


학부 시절의 납땜

학부때 전산기 구조 실습 과제로 더운 여름에 학생들이 옹기 종기 주로 학교 주변의 자취방에 몇 몇이 모여서 같이 숙제인 납땜을 하곤 했다.

문을 닫고 납땜을 하면, 자취방이 납연으로 가득차 실내가 뿌옇게 변하곤 했고, 가득찬 납연 속에서 가끔은 어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납땜 도중 어떤 학생이 화장실에 가려고 나가다가 바닥에 있는 인두를 밟는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 친구는 발바닥에 인두 모양으로 물집이 생겼고, 한참 동안 고생을 했다. 인두를 밟은 학생은 L모 전자에 지금 다니고 있다. 아마도 뜨거운 인두를 맨발로 밟아본 친구는 친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잠이 늘 부족했던 연구실

그렇게 연구실은 항상 잠이 부족하고, 깜짝 놀랄 일들이 계속 있었다.

이모군은 종종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잠을 자면서도 연구를 한다. 꿈속에서 회로 설계도 하고 논문도 쓰거든.”

하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연구실 동료들에게 늘 새로운 충격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실 동료들은 이렇게 말했다.
“중고, 너 덕분에 우리 연구실이 지루할 틈이 없다. 불도 안 나고 니가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다!”


그렇게 그는 졸음 납땜의 아이콘으로, 연구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고,

바쁘고 할일이 많아 잠이 늘 부족했던 "잠의 신 이모군", 그의 전설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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