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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결 Dec 29. 2024

제6화 - 코드명 K

코드명 K (이 K의 뜻은 뭘까요?)

코드명 K: 멀티미디어의 꿈을 향해

연구실에는 이건환이라는 패셔니셔트이며 열정적인 대학원생이 있었다. 

그는 교수님의 멀티미디어에 대한 높은 관심 덕분에 새로운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바로 “코드명 K”였다. 

이건환의 졸업 논문도 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했다.

즉, 이 프로젝트가 완성이 되어야, 그는 졸업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장식장 가구를 찾았더라면

처음부터 프로젝트 코드명 K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고풍스러운 중고 가구 장식장을 하나 구해서 멀티미디어 장치들을 넣어서 보관하겠다는 것이 교수님의 초기 아이디어 셨고, 건환은 여기에 맞는 앰프와 믹서등을 보관할 적당한 중고 장식장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아무리 찾아봐도 적합한 가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예? 직접 만들라고요?"

이건환은 교수님의 말씀이 꿈이기를 바랐다.

찾을 수 없으면 만든 다는 것이 우리 교수님의 지론이셨고, 결국 이건환은 앵글과 합판을 사용해 선반을 직접 제작해야만 했다. 또한,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야 한다는 교수님의 요구사항을 만족해야 했다. 


물론 시작은 캐드를 이용한 디자인 설계이었다.  

앵글을 잘라 틀을 만들고, 합판을 그라인더로 정교하게 잘라 올려놓았다. 

여러 번 얇게 스프레이를 해서 합판을 도색하고, 앵글도 같이 도색을 했다.

앵글 커터가 있지만, 그것이 없어서 우리들은 그라인드를 이용해 앵글을 잘랐다.

앵글을 자르는 주로 그런 해비 한 업무들은 내가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동성이 있어야 해서 바퀴를 달았고, 

5단 장식장으로 프로젝터, DVD플레이어, 믹서, 앰프, 우퍼 등을 같이 수납할 수 있어야 했다.

정확한 수평을 위해서 수평계를 이용한 평형을 잡고, 나사와 볼트는 정교하게 조립하였다.

나사가 풀리지 않게 나사산 안쪽에 매니큐어를 발라서 조이는 작업도 하였다.

그의 손길은 단순한 가구 장식장을 넘어선 멀티미디어 시스템의 창조였다.


오디오 믹서와의 사투

교수님이 미국에서 사 오신 오디오 믹서 반제품은 이건환의 최대 난관이었다.

요즘은 이렇게 직접 조립하고 납땜해서 붙이는 제품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지만, 당시는 좀 희귀했던 반제품이었다. 교수님과 같이 그 뒤에 학교 내 연구실 창업을 해서 사업할 아이템으로 이런 반제품을 학습용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도 계획에 있었다. 


여하튼, 납땜으로 부품을 조립해야 했지만, 초반부터 문제가 많았다. 

빠진 부품도 있었고, 납땜이 잘못되어 쑈트(합선)가 발생하고,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아서 여러 번의 디버깅 작업이 이어졌다.

바닥에 쿠킹 포일을 깔아서 그라운드를 만들기도 하였다.

동료 연구원들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결국 문제의 해결은 본인이 직접 해야만 했다.

결국, 교수님과 함께 다정하게(?) 작업대에 앉아 여러 밤을 지새우며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고,

그 순간은 이건환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마침내 오디오 믹서가 정상 작동하며 코드명 K의 일부분으로 완성되었고, 

거기에 양 날개 스피커와 우퍼가 더해져 명실상부한 "이동형 가라오케 시스템"이 탄생했다.

자체적으로도 스피커를 달고 있었고, 외부의 스피커들도 같이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이동성을 위해서 무소음 우레탄 바퀴도 달려 있었다.


연구실의 스타, “코드명 K”

완성된 “코드명 K”는 그런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고, 생각보다 엄청난 쓸모가 있었다. 

블랙 바디의 세련된 디자인과 정교하게 조립된 우아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연구실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이 장비는 영화 감상, 프로젝트 발표, 그리고 멀티미디어 시연회에서 핵심 장비로 활약하며 연구실 구성원들의 사랑을 받았다.


주말마다 집에 가지 못한 연구원들은 교수님께서 미국에서 수집하신 DVD로 영화를 시청하거나,

야식 라면을 먹으며 당시 유행하던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같이 보면서 멀티미디어 문화에 촉촉이 젖어들었다.

우리 연구실 출신들은 이런 기억으로, 다들 집에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서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직접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 대형 스크린

하지만 이건환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수님께서는 추가로 대형 강의실에서 영화관 보다 큰 규모의 멀티미디어 상영과 시연을 원하셨고,

5.1 채널의 완벽한 멀티미디어 시연을 위해 스피커는 여러 대를 달 수 있었지만, 대형 스크린이 문제였다. 


버튼을 누르면 감겨서 올라가고, 버튼을 누르면 풀려서 내려오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 

대형 강의실 앞 면을 채울 만큼 거대한 스크린을 제작하는 것이 그의 다음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 과정은 또 다른 감동적인(?) 이야기로 이어지며, 이건환의 멀티미디어 기술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열정이 만든 성공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건환은 단순한 전산학과 대학원생에서 멀티미디어 전문가로 거듭났다. 

그의 도전은 연구실에서 어렵고 험난한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중간에 포기할까라고 생각까지 하였지만, 동료들의 응원, 열정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일을 성공하고 난 후에 그는 엄청난 성취감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그는 VPN 클라이언트 앱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사장님으로, 대한민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건환의 이야기는 자신이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도전적 과제를 성취하고 난 뒤에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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