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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결 Jan 02. 2025

제8화 - 스피커 벽에 달기

스피커를 달자~

**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


제8화 - 스피커 벽에 달기

요즘 데이터센터를 가보면 바닥을 높여 랜선 등을 배선하고, 

광케이블은 공중으로 띄워 배선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랩은 바닥에 있는 선들이 보기 싫고, 선의 덮개를 씌우면 바퀴 달린 의자가 덜컥거려 

천장의 석고보드를 뜯어 공중으로 배선을 하고, 벽을 타고 내려온 선으로 각자의 자리까지 배선을 했다. 

배선 공사의 스토리는 다음에 상세히 다루겠지만, 천장의 배선 공사가 완료되면서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하나둘 랩에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멀티미디어의 최종 출구인 스피커를 연구실 벽에 붙이는 작업이 화룡점정이었다.


스피커 선반 설계와 제작

당연히 스피커 자체를 벽에 붙이는 것은 안 되고, 선반을 만들어 고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앵글, 나무판자, 그리고 스프레이 칠을 위한 도구들이 필요했다. 

교수님의 요구사항은 "사람이 매달려도 휘어지지 않는 안정되고 강한 받침대"였다.

작업 내역은 먼저 앵글을 사각형으로 짜고 사각형 밑에 벽에 붙일 수 있는 두 개의 발을 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보면 ㄱ자 형태이며, 지탱을 위해 대각선으로 하나를 더 붙였다.


앵글 절단과 조립

적당한 길이의 앵글이 필요했는데, 긴 앵글을 그라인더로 절단해야 했다. 

앵글을 파는 철물점에서는 통상 앵글 절단기가 있어서 잘라주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우리 식대로 그라인더를 이용해 자르는 작업을 했다. 

절단을 할 때 하필이면 조민규 교수님께서 랩을 방문하셨고, 

천장까지 치솟은 불꽃에 기겁하시며 부리나케 도망 나가셨다.

설계한 대로 잘라낸 앵글을 조립하고, 판자도 잘라서 올리고, 

다음은 도색 작업이었다.


도색 작업과 완성

도색 작업은 코드명 K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 공법을 이용하여, 

얇게 스프레이를 뿌리고, 말린 다음 다시 도색하는 삼중 코팅 기법을 이용해 까만색으로 고급지게 도색했다. 

앵글이 다 말라서 준비가 되자, 고정할 위치를 잡고 네임펜으로 앵커 볼트를 박아 넣을 곳을 표시하고 드릴링의 위치를 잡았다.


드릴링과 앵커 볼트 고정

작은 콘크리트 드릴 비트를 이용해 파일럿 구멍을 내고, 

그다음 큰 비트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큰 구멍을 내고 앵커 볼트를 박을 크기로 구멍을 뚫었다. 

이전에 건물의 기둥 부분에 자갈이 들어간 부분을 드릴링을 해서 아주 힘들게 드릴링을 한 기억이 난다. 

하지만, 콘크리트 벽에 드릴링을 한 것은 아주 쉬운 작업이었다. 

학교를 하도 튼튼하게 지어서 콘크리트가 참 단단하고 벽도 두꺼웠는데, 

드릴 비트의 길이가 한 번에 벽을 뚫지 못해서, 맞뚫기 공법을 이용한 드릴링을 한 경우도 있었다.

그 당시 한 명은 창밖에 매달려서 드릴링을 했었다. 


설치와 테스트

그 후 앵글 구조물을 벽에 붙이고 완전히 너트를 쪼이지 않고 

수평계를 이용해 수평을 확인한 다음 완전하게 쪼아서 조립했다. 

그다음, 사람을 이용해 매달리도록 한 다음 앵글 구조물이 버틸 수 있는지 확인했다. 

물론 매달리는 사람은 연구실에서 체중이 제일 많이 나가는 이중고 군이었다.


스피커 설치와 디테일

스피커와 멀티미디어를 사랑한 김재은 군의 스피커 설치 팁에 의하면, 

스피커를 올려놓을 곳에 백 원짜리 동전을 깔고 그 위에 스피커를 설치해야 좋다고 한다. 

당시 연구실의 스피커가 고급진 것이었는데, 김재은 군이 집에서 가져와서 기증한 것으로 기억한다. 

고급진 스피커는 무겁기도 해서 선반에 올릴 때도 고생을 좀 한 것으로 생각난다.


연구실 멀티미디어의 완성

까만색의 간지 나는 스피커 받침대. 

그것도 많은 노력을 들여서 만든 당시 대학원생들의 작품이었다. 

그 뒤 연구실에서 함께 6화에서 만든 "코드명 K"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볼 때나 영화를 볼 때 

5.1 채널의 돌비와 고급진 스피커로 즐기는 멀티미디어는 

연구실 생활에 지친 우리들에게 꽤나 많이 위안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상의 연장: 아파트 빨래 건조대 설치

살아오면서 무거운 것을 고정하기 위해 작은 앵커를 넣고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작업은 많이 했으며, 

이렇게 배운 대형 앵커 볼트를 박고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자동 빨래 건조기를 부착할 때에 소환되었다.


새로 이사 온 집에는 천장에 달려있는 빨래 건조대가 없어서 불편함이 있었다. 

건조 팬과 등이 달린 빨래 건조대를 구매하고, 당연히 설치 기사는 부르지 않았다.

드릴링을 할 때 시멘트 가루가 날리게 되는데, 

이것을 채집할 수 있도록 페트병을 잘라서 드릴 비트에 꽂고 작업을 했다. 

벽을 뚫는 경우에도 흘러내린 콘크리트 가루는 청소하기 귀찮으며 

특히나 천정에 드릴링을 하는 경우에는 눈에 들어가거나, 

코로 흡입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작업 후 와이프의 최애템이 된 빨래 건조대를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한 번씩 리모컨으로 빨래대가 잘 내려오는지, 불은 잘 켜지는지 확인한다. :-) 

연구실에서의 경험이 이렇게 집에서도 이어지는 것이 참 신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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