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과학공부』 2024년 사서베스트, 세종도서 선정
『최소한의 과학공부』를 쓰면서 한 가지 바란 것이 있었다. 대중에게 많이 팔리기보다는 전문가에게 인정받는 책이면 좋겠다는 것. 그러니까 영화로 치면 대박 흥행작보다 이동진이나 박평식에게 별점을 받는 작품이었으면 했다. 물론 이 책은 대중을 위한 보편적인 과학 교양서를 지향한다. 하지만 타깃과 목적이 그렇다고 내용까지 허술하게 쓰지는 않았다. 눈높이는 대중에 맞추지만, 다루는 담론은 지적인 품격과 엄밀함을 갖추고자 했다. 요컨대 '쉬워 보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다만 내 능력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고, 지금 보면 기획 의도가 잘 구현이 안 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래도 노력이 가상하면 누군가는 알아주는 모양이다. 최근에 이런 의도를 인정받은 성과들이 있었다. 『최소한의 과학공부』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사라진 지는 한참이지만, 전문가들 픽에는 포함된 것이다.
우선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2024년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신구도서관재단이 주최하고 전국의 사서 100명이 선정에 참여했는데, 그 대상이 이렇다. “판매 중심의 베스트셀러를 넘어 독서문화에 기여하며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양서”. 작가로서 영광스러운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전체 21권 중에 『최소한의 과학공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3권 중 하나로 뽑혔다. 3권 중에서도 맨 앞에, 그리고 가장 크게 사진이 들어간 게 킬포다.
또한 ‘2024년 세종도서’에도 선정되었다. 이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라 스케일이 더욱 크다. 실제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최대 규모의 우수도서 지원사업이기도 하다. 총 109명의 전문가가 2단계에 걸쳐 심사한다. 여기에 뽑히면 정부가 800만 원 이내의 도서를 구입하여 전국 도서관에 무료로 배포한다. 그러니까 세종도서는 국가의 세금을 써서라도 보급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의미가 된다. 책의 권위를 인정받으면서 인세도 늘고 홍보도 되는, 작가로서 고마운 사업이다.
『최소한의 과학공부』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뽑혔다. 이 분야에 접수된 책이 총 581종이다. 그중 45종만 선정되었으니, 경쟁률이 13:1에 육박하는 셈이다. 세종도서 홈페이지에서는 선정 목록과 함께 심사평도 게시한다. 그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서 인용해본다.
물론 총평이라서 구체적인 책 제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적어도 이 부분은 『최소한의 과학공부』를 염두에 둔 문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선정된 책 중에 이 심사평에 부합하는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뭐 아니면 말고(ㅋㅋㅋ). 어찌 됐든 이런 권위 있는 국가사업에 내 책이 선정되었다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다음 판부터는 책에 세종도서 스티커가 붙어서 나오겠지. 간지가 뿜뿜할 것 같다.
대중성과 작품성은 모든 창작자가 겪는 딜레마일 것이다. 물론 둘 다 잡으면야 가장 좋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만약 둘 중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팔릴 책은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내용이 충실한 책은 노력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많이 팔리지 않아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쓰겠다. 그저 단 한 명이라도 좋다. 누군가 내 글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 고생해서 책을 쓸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