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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Jun 15. 2024

여덟 달을 꼬박 걸어 도착한 프랑스

프랑스어 수업을 받으면서

프랑스는 프랑스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프랑스어 교육을 해준다.


모든 외국인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장기체류증이 필요하고 프랑스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들이 그 대상이다.


이민청 인터뷰와 간략한 시험을 통해 프랑스어 수준을 판단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소100시간 부터 최대 600시간까지 의무교육시간이 주어진다.


나 또한 프랑스어 능력이 부족해서 이민청 인터뷰를 통해 100시간 의무교육을 부여받았다.

처음에는 교육장에서 수업을 받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시골에 사는 나는 차로 약 40분정도 걸리는 도시로 나가야 하는게 첫번째 부담이었고 최소100시간을 부여받았지만 뭔가 긴 시간이라 생각됐다.


다행히 100시간 부여 받은 사람들은 50시간 교육시간을 채운 후 중간평가를 통해 교육을 이어갈지 그만해도 될지 이민청과 담당선생님이 판단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50시간 수업을 받은 뒤 다행히 중간평가를 잘 보아서 더 이상 교육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야----호~~!!!


이런 교육자료를 나눠주고 프랑스어를 가르친다


기분은 너무 좋았지만 시원섭섭하달까.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던 교육시간이 점차 좋았졌기 때문이다. 물론 물리적인 시간과 교육을 받고 온 날은 너무 피곤하긴 했다. 다른 언어를 그것도 잘 이해가지 않는 언어를 약 7시간 동안 듣고 말하고 쓰고 읽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아니었다면 나는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을까.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도 가능은 한데 육아랑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하는 것은 조금 힘이 들었다.


그래서 교육장에 나가 집안일도 잊고 잠시 아이도 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아무래도 프랑스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니 프랑스어 공부가 절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교육을 계기로 의무교육시간은 끝났지만 스스로 공부해서 프랑스어 공인시험 DELF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했던 계기 중 하나는 교육장에서 만난 한 아프가니스탄 학생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학생은 아니고 교육을 끝마치면 일을 한다고 하니,

어째됐든 우연히 그 학생과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프랑스에는 워낙 아랍인들이 많고 수업을 받으러가면 대부분 아랍인이나 아프리카인들이 80%를 넘게 차지한다. 아시아인은 내가 본 건 4-5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날은 그 학생의 마지막 수업시간이었다. 프랑스어를 선생님과 막힘없이 할 정도로 무리가 없어보였는데 600시간 약 9달 동안 여기 교육에 참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물론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여러 뉴스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나는 크게 왜 여기에 왔는지 앞으로는 뭘 할건지 쓸데없이 질문하지 않았다.


처음에 학생이 내가 가져간 불한사전에 관심을 보였고 한국어가 신기하다며 말문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무려 8달을 걸어서 프랑스에 도착했다고 한다.


원래 나는 뭔가에 크게 놀라지 않는 성격인데 너무 놀라 입을 크게 벌렸더니 그 학생은 별거 아니라는 듯 크게 웃었다. 그렇게 나라를 탈출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학생에게는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로써는 정말 뉴스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사연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삶에 대한 혹은 그렇지 않으면 불 보듯 뻔한 자신의 미래에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지 않았겠지.


항상 농담하고 웃는 얼굴이었던 그 학생이 빛이 나듯 대단해보였다.


이렇게 나는 뭔가 적극적으로 내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해본적이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이 땅, 이 나라의 언어가 나에게는 불필요하고 때론 불편하다 생각하지 않았나.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프랑스어에 애정을 가지고 공부하고 그래서 시험에 통과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프랑스 북쪽 큰 도시로 가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아프가니스탄 학생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언제나 행운이 함께 하기를!


Bonne Chance!!


한 동안 수업때문에 손을 놨던 그림작업에 한이 맺힌 듯 폭풍작업으로 이어나간다.

여기는 이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다.

Entre l`printermps et l`ete

봄과 여름 사이 찬란한 노르망디 풍경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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