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써 둔 일기)
출근을 나흘 앞둔 오늘
다시 시작을 하려니 여러 가지 생각, 감정이
뒤엉켜 휘몰아친다
1월부터 꼬박 3개월을 정말 그냥 놀았다
지난주쯤엔 다시 일을 시작할 생각을 하니
좀 갑갑해지더라
일 안 하고 이렇게 놀고먹을 수 없나 고민하다가
월세를 받으며 살래, 하다가 접었다
이젠 그냥 받아들이는 단계
다시 일을 해보자, 싶다
20년 8월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폐지
그리고 지금까지
정기적인 듯 비정기적인 일만 해왔다
21년은 대략 꼽아보니 8개월쯤 일하고
4개월은 놀았더라
사실 8개월도 노는 듯 일했다
정말 '일!' 했다 싶은 기간은
테이프 보고 편구쓰던 한 달 남짓?
10년 넘게 명절 등등 모두 반납해가며 일한
보상을 받듯 정말 거나하게 놀았다
하필 코로나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진 못했지만
집에만 있어도 좋았다
21년 4월 새집으로 이사한 덕에
집에만 있어도 그냥.. 좋았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를 어마 무시하게 봤다
그렇게 찬란했던 휴가가 끝나간다
다시 치열했던 그곳으로 돌아간다
15년 10월부터 4년 6개월간
내 전부나 다름없던 그 공간으로 다시 돌아간다
한 때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어떨까 상상했던
그 자리로..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는 편이다
이건 너무 잘된 일이지만 사실 이 일이 있기까지
괴로웠던 시간, 또 앞으로 괴로울 무언가들을
함께 떠올린다
지금 마냥 행복해요,라고 하기엔
발끝에 걸리는 돌멩이가 크든 작든 꼭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도 그랬다
축하받을 일이지만 그 정도인가 싶었다
이 일 자체보다는 좋아해 주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떨리는 목소리로 축하해주던 아빠 목소리가
좀 짠하면서도 감동적이면서도.. 그랬다
긴 휴가를 마치며..
휴가 덕에 받은 선물들을 꼽아본다
마음은 평안해졌고 생각도 깨끗해졌고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전보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고
(물론 잘 되지 않았지만)
나무처럼 묵직하면서 누군가를 품을 줄 아는
따뜻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휴가가 있다는 건 일도 있다는 것
휴가를 즐겼으니 일을 하러 가보자
다시,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