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을 맞이하며�
올 것 같지 않았던 8월은 오고야 말았다.
6월엔 계획을 위한 계획만 하며 걱정했고,
7월에는 정말로 계획을 시작했다.
결국 7월에 하기로 ‘계획’ 한 일은 달력과 함께 8월의 과제로 넘어가버렸다.
수개월째 집 한편에는 출산 선배들에게 물려받거나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사랑의 물품들이 쌓여갔지만
정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막달엔 몸이 무거워져서 힘드니 미리 빨아두고,
가방도 싸놓으라는 조언도 머릿속으로만 간직했을 뿐,
정말로 몸이 힘들어지니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럴 때 아기를 맞이하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배넷저고리나 인형 같은 것을 태교 삼아 만들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태어날 내 아이의 탄생을 위해 할 일은 외면한 채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생일 선물에 집착했다.
어쩐지 이제부터는 내 존재가 세상의 수면에서 사라져 더 고립될지 모른다는
임산부의 전형적인 우울감 혹은 두려움이 있었던 것인지
‘날 잊지 말아 줘,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나비로 거듭나기 위해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듯,
(애써 포장하자면) 나도 6월부터 열심히 실을 뽑았다.
어제부로 9월 생일자를 위한 자수 작업을 끝냈고,
(때마침 호호 예정일과 생일이 똑같은 요벨이 언니!)
멀리 떠나는 친조카들을 위한 이별 선물도 주문제작 했다.ㅋ
(그 아이들은 경험상 어설픈 수작업보다는 그 편을 더 좋아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빨래와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맙소사 이렇게 하기 싫다니!!!
각종 신생아 물품 빨래 방식을 조사해 보며
결론은 나는 그렇게까지 못하겠다는 것…
2번 3번 빨 거 1번 빨고, 물도 아끼고 해양 미세플라스틱도 줄여서
환경보호에 기여하기로 합리화했다 ㅎㅎ
똥기저귀 어떻게 더 쉽게 빨 수 있는 방법이나 더 연구해 봐야겠다.
이번주를 기점으로 제주도로, 동해로, 해외로, 고향으로…
휴가를 많이들 떠나고, 그 자리는 부산으로 휴가를 온 외지인들로 더 많이 채워져
여기저기 인파가 들끊는다.
남편은 휴가 대신 오늘 통영 근처의 낙도로 선교를 떠났다.
며칠 전에 흑돼지를 먹고 싶다고 하니
본인은 조카들과 이번주에 제주도 가서 먹어야 한다며
거절했던 울 엄마, 제주도에서 먹는 흑돼지 맛있나...
흑돼지를 모두 생츄어리로…!!!
그래도 전복죽 한통 선물해 주고 간 울 엄마.
엄마 전복죽 먹고 힘내서 호호 물품 빨고 정리해야지.
나도 엄마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