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지독히도 간지러웠어.
스리랑카에서는’이(උකුණා 우꾸나)’가 흔하디흔한 이웃이다.
덥고 습한 기후 덕분에 녀석들의 활동력은 거의 올림픽 국가대표급이다.
덕분에 길거리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이를 잡아주는 풍경은 이곳의 정겨운 일상 중 하나다.
오늘도 개똥 지뢰밭을 요리조리 피해 걷고,
쥐 한 마리를 두고 성찬을 즐기는 까마귀 떼를 지나 친구 이노카의 집에 도착했다.
설탕 듬뿍 넣은 달디단 밀크티를 마시며 한참 수다를 떨던 중, 이노카가 갑자기 내 쪽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머리 좀 숙여봐."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래, 좀 긁었다.
아까부터 머리가 좀 근질거리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머릿속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줄 줄이야.
이노카는 이미 인류 구원의 사명감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능숙하게 가르마를 타고, 정교한 손놀림으로 내 머릿속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한 시간씩이나! 그녀는 마치 이 잡기의 장인처럼 완벽한 집중력과 기술을 발휘했다.
'아니,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이 잡기 장인 아니야?'
완벽한 집중력에 경외심마저 들기 시작할 무렵, 며칠 전 캔디 가던 길에 본 원숭이 가족이 떠올랐다.
아슬아슬한 전깃줄 끝에 앉아 새끼의 머리를 정성껏 뒤지던 어미 원숭이와,
그 손길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 노곤함을 즐기던 새끼 원숭이.
'어라? 지금 내 꼴이 딱 그 새끼 원숭이잖아.'
이노카는 완벽한 집중력으로 내 머리를 샅샅이 뒤지고 있고,
나는 숙인 채 어미 원숭이(이노카)에게 정수리를 내어준 채 길들여지고 있다.
그러던 찰나, 갑자기 옆집 아주머니가 등장했다.
이 희한한 광경이 웃겼는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연신 버튼을 눌렀다.
"이거 너무 웃기지 않니? 너네 표정 봐!"
화면에 담긴 이노카의 얼굴은 진정한 프로의 그것이었고, 심지어 세상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결국, 고된 사투 끝에 '이'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만천하에 공개된 나의 정수리와 배꼽 빠지게 웃은 시간뿐.
그런데 이상하다. 훈훈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왜 자꾸 머리가 근질근질한 걸까?
설마, 그 장인의 손길이 벌써 그리워진 걸까? 아니면…
정말 내 머릿속에 '우꾸나' 국가대표 선수가 숨어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