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머치 긴장
초등학생 5학년 때 음악시간에 리코더 수행평가가 있었는데, 선생님 앞으로 나와 리코더를 불러야 했다. 나는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였다. 나의 차례가 다가오는 순간부터 앞에 나가 리코더를 부른 순간까지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리코더를 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너무 긴장한 탓에 손을 심하게 떨었고, 리코더의 구멍을 제대로 막을 수 없어서 소리가 삐익~하면서 새기 시작했다.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 것도 나를 더 긴장시켰지만, 친구들의 말이 나를 더욱더 긴장시켰다. 내 귀에 '쟤 손 봐, 손을 엄청 떨고 있어'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눈이 떨리면서 앞이 안보였다. 그 후부터 누군가 내가 손을 떨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누군가 보는 앞에서 샤프에 샤프심도 못 넣었다.(누군가 내 손을 보고 있으면 손을 엄청 떨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전증이 나아졌고, 수전증으로 인해 불편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군대에서 사격도 잘하고 아무 문제없이 지냈다. 하지만 수전증이 갑자기 심해졌던 사건이 있었는데, 호주에서 바리스타 일을 구할 때이다.
바리스타 일을 구할 때 한 카페에서 밝은 모습과 성격이 마음에 든다고 3시간 동안 같이 일해 보면서 채용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카페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었던 나는 커피를 만드는 것에 자신이 없었고 긴장이 됐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우유 스팀을 할 때 손을 떨면서 했고, 그 모습을 본 사장님은 커피머신 앞에서 자신이 없는 바리스타와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그만 일하고 집에 가라고 말했다. 그 카페가 나에게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고 생각해서, 사장님에게 다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집에 가서 오늘 무엇이 부족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날 터덜터덜 집에 걸어가면서 긴장만 하지 않았으면 원했던 바리스타 일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책하며 긴장하는 내 몸을 원망했다. 그리고 나를 받아주는 곳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비행기 값을 벌어야 했다.
비행기 값을 벌기 위해서 모든 업종에 이력서를 돌렸고 그중에서 카페와 식당 한 곳씩 연락이 왔었다. 먼저 연락이 온 카페에 면접을 보러 갔다. 바리스타 일을 구하기 위해서 이력서는 100곳 넘게 지원했고 가지고 있는 돈이 6만 원이 된 상태였다. 그래서 '이제는 될 대로 돼라'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 트라이얼을 갔다.
그때도 우유 스팀이 잘 안됐지만, 당당하게 '실수했어요 다시 한번만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다시 우유 스팀을 했다. 2번째 한 우유 스팀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사장님 마음에 들 정도의 스팀이 되었다. 결국 사장님은 같이 일하자고 했고 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커피를 만드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커피를 만드는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 후부터는 커피를 만들 때 한 번도 긴장을 해본 적이 없다.
왜 온몸이 떨릴 정도로 긴장하는지 이유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긴장을 많이 하는 내 몸을 원망만 했었다. 손이 떨리고 몸이 떨릴 때마다 그 모습을 감추기에 바빴다. 한 번도 나의 마음과 몸상태를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요가를 하면서 몸과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하루에도 몸과 마음이 많은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몸과 마음에 있는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흡과 동작을 통해서 긴장을 풀어주고 긴장이 풀린 몸과 마음을 바라보면 내가 왜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무엇 때문에 긴장을 하고, 어떻게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