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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Oct 30. 2021

새벽 글쓰기

어제는 10시가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주중의 피로가 쌓여서였을까, 낮잠을 잤는데도 눈꺼풀이 무거웠다. 딸을 재우고 거실에 나오려고 했는데 나도 그만 잠들어버렸다.


일찍 잠들어서였을까. 딸의 뒤척임에 잠을 깼다. 스마트폰 전원을 켜니 새벽 4시 30분이었다. '일어날까 말까, 일어나면 무엇을 할까' 5분 동안 눈을 감고 고민했다. 다시 잠이 들면 좋으련만, 생각하는 도중에 잠이 달아나버렸다.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이왕 일찍 일어난 거 오랜만에 새벽 글쓰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얼굴을 대충 씻고 양손으로 두 볼을 한 번 때린 뒤 PC를 켰다. 유튜브에서 세 시간짜리 재즈 음악을 실행하고 한글 파일을 열었다.


새로 기획하고 있는 책의 첫 꼭지를 썼다. 무엇을 쓸지 정하지 않은 채 손 가는 대로 글을 썼다. 머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손이 생각이라도 한 듯 즉흥적으로 문장이 이어졌다.


묘하다. 첫 꼭지가 이렇게 쉽게 써질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쓰다 보니 어떻게든 써진다. 빠르게 분량을 채우는 데 치중한 초고 쓰기여서 퇴고할 때 고생깨나 하겠다 싶지만 분량이 차곡차곡 채워지니 옅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고개를 왼쪽으로 90도 돌렸다. 어두웠던 창밖은 어느덧 밝아져 있었다. 내 마음 한구석도 밝은 기운으로 차올랐다. 새벽 글쓰기가 하루의 시작을 환하게 만들었다. 알람 소리에 못 이겨 억지로 일어나 한숨 쉬었던 지난주 기상 패턴이 떠오른다. 스스로 깨어나 글쓰기로 시작하는 하루와 알람에 등 떠밀려 일어나는 하루가 이렇게 다르다니.




나는 아침형, 새벽형 인간인가 보다. 밤에는 보통 글을 쓰지 못하고 딴짓을 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땅콩에 맥주 한 모금 마시게 된다. 깔깔거리며 스트레스를 날리기엔 그만이지만 남는 건 별로 없다. 늦은 밤과 다르게 새벽에는 글쓰기, 책 쓰기에 집중하게 된다. 고요한 새벽 공기가 딴짓을 못 하게 내 몸을 지지한다.


새벽 글쓰기의 효험을 느끼고 싶다면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자는 걸 권한다. 두 시간 일찍 자고 두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진다. 의심스러우면 내일 한번 시험해보시라.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을 뿐이지만 분명히 어제와 다른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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