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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Oct 31. 2021

책 쓰기가 꿈인가요? 목차를 짜세요.

책 쓰기에 관심을 두고, 책 쓰기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하니 책을 쓰려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 나도 5년 전에는 '책 한 권만 쓰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책 쓰기도 시작하기 전에는 막막하지만 한번 성공하면 그다음은 한결 수월해진다. 첫걸음이 가장 힘들다.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 내 원고를 원하는 출판사가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넘어 첫 문장을 써야 한다. 


책 쓰기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어느 책 쓰기 학원에서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서, 학원에 등록만 하면 책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한다. 천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만 지불하면 수개월 내에 반드시 책이 나올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 권의 책을 완성하겠다는 저자의 의지다. 아무리 시스템이 훌륭한들 의지가 없는 사람을 대신해서 학원이 글을 써줄 순 없다. 글은 스스로 써야 한다. 학원의 시스템, 동료와 함께 으쌰으쌰하면서 글을 쓰는 건 보조 수단일 뿐이다. 반대로 말해 책을 쓰겠다는 의지만 충만하다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책을 쓸 수 있다.


책 쓰기,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거대한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쓸 수 있나요?" 누가 내게 질문한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바로 목차를 짜세요."




목차는 책의 대들보이자 나침반이다. 목차가 굳건하면 책의 중심이 잡힌다. 목차가 뚜렷하면 방향을 잃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


목차는 책을 2~3페이지로 요약한다. 목차만 훑어봐도 저자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알 수 있고, 내게 맞는 책인지 아닌지 느낌이 온다. 목차를 보고 책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 독자도 많다. 제목이 책을 집어 들게 한다면 목차는 책을 구입하게 한다. 목차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 제목도 목차에서 파생된다. 목차는 제목과 내용을 아우르는 책의 설계도다.


목차는 책 쓰기의 시발점이다. 목차 짜기는 목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책 쓰기에 앞서 목차를 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목차를 구성하는 게 책 쓰기에 불을 지피는 강력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목차를 써야 책을 쓰고야 말겠다는 열망이 불타오른다. 목차 없이 책을 쓰겠다고 상상만 하는 것과 목차를 짜면서 책 쓰기를 구상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목차를 쓰는 것 자체가 책 쓰기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무언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보다 뭐라도 시도하면서 앞날을 그리는 것의 차이는 극명하다. 어설프더라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결승점을 봐야 한다. 출발선에서 까치발만 하면 결승점에 닿지 못한다. 발을 떼고 앞으로 뛰어나가야 한다.




목차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


목차를 짜기 위해서는 먼저 책의 기획을 해야 한다. 책의 기획은 주제, 메시지, 독자를 정하는 일이다. 어떤 주제를,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전달할지 풀어서 2~3줄로 정리하는 게 기획이다. 기획을 마쳤다면 목차를 구성하자. 목차는 크게 4~6개 장과 장마다 7~8개 꼭지로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해진 규칙은 없다. 3개의 장으로 구성해도 되고 10개가 넘는 꼭지로 틀을 짜도 된다. 세부 꼭지는 각 장의 내용을 중심으로 풀어서 쓰자. 책 제목도 그렇지만 꼭지도 초고를 쓰면서 얼마든지 가다듬을 수 있다. 내용이 먼저지, 형식과 꾸미기는 나중이다.


목차를 구성하면서 진짜 책 '쓰기'가 시작된다. 목차를 짜기 전까지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면 이제 글이라는 형태로 눈앞에 놓인다. 원하는 게 있으면 시각화하라고 한다. 책상에 목표를 써 붙이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포스트잇을 붙이라고 한다. 원하는 걸 자꾸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항상 그랬다. 책 쓰기 과정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건 목차 짜기, 그다음 오래 걸리는 건 첫 번째 꼭지 쓰기였다. 목차를 짜면 첫 번째 꼭지를 쓰게 되고, 첫 번째 꼭지를 쓰면 결국 초고를 완성하게 된다. 어떤 책을 참고도서로 선정할지도 목차를 구성해야 비로소 알게 된다. 목차는 드라마의 대본과 같다. 작품이 기승전결을 갖추려면 대본이 탄탄해야 한다. 쪽 대본을 쓰면 내용이 엉성해진다. 미리 대본을 쓰고 촬영해야 한다.



잔걸음으로 천천히 한 걸음씩


한 번에 짜잔하고 목차를 쓰는 방법은 없다. 책 쓰기는 쓰고, 지우고, 고치고, 다시 쓰는 과정의 무한 반복이다. 목차도 마찬가지다. 목차는 글을 쓰면서 수시로 바뀌게 되고 바꿀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목차를 짜고 시작해도 글을 쓰다 보면 목차를 추가, 수정, 삭제해야겠다는 느낌이 온다. 목차를 고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쓱 바꾸면 된다. 이 말은 완벽한 목차를 짤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고치지 않아도 되는 목차를 짜는 건 불가능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


책 쓰기는 긴 여정이다.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힘이 들 땐 쉬거나 느리게 걸어도 된다. 잠시 멈춰 옆, 뒤를 바라봐도 좋다. 단숨에 글을 써 내려가겠다는 욕심을 경계하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나만의 보폭으로 여유로이 걸어가자. 단번에 완벽한 목차를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조금씩 쓰다 보면 어느덧 이 정도면 되겠다는 순간이 온다. 조금씩 쌓여가는 글에 만족하며 책 쓰기라는 꿈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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