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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Feb 05. 2022

한자말 없이 글을 쓸 수 있을까

한자말 vs 우리말

요즘 퇴고할 때마다 생각에 잠깁니다.


한자말 덕분인데요.


저는 글의 초안을 쓸 때는 내용 위주로 씁니다. 형식은 무시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고, 쓰고 싶은 대로 씁니다. 글의 분량을 채우는 데 치중합니다. 글을 다 쓰면 처음부터 읽어봅니다. 한자말을 많이 쓰고 있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곤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꿀까 말까 망설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계획을 수립하다 (수립하다 → 세우다)

물건을 검색하다 (검색하다 → 찾다, 둘러보다)

미래를 위해 (미래 → 앞날)


이런 문장을 고칠까 말까 고민하죠.


한자말을 우리말로 꼭 바꿔야 할까

한자와 우리말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왜 한자말을 쓸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집니다. 이런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한 글자 더 쓰는 게 나을 텐데요. ^^




한국어는 한자말, 순우리말, 외래어, 신조어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말이란 사람끼리 소통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어떤 말이든 서로 알아듣기만 하면 모두 우리말입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은 따로 없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이 모두 표준어이자 한국어입니다.


그럼에도 글을 쓸 때만큼은 순우리말의 비중을 높이고 싶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무의식의 저편에서 튀어나오는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자말과 우리말을 어떻게 섞어 쓰면 좋을까요. 제 생각을 남겨봅니다.



1. 같은 뉘앙스라면 우리말을 쓴다.


한자말과 우리말이 비슷한 어감을 준다면 우리말을 사용합니다. 


수면 중이다 → 자고 있다

식사한다 → 밥을 먹는다


가끔 억지로 한자말을 쓰는 나를 발견합니다. 한자말이 우리말보다 낫다는 생각이 무의식 어딘가에 깔려 있나 봅니다. 우리말로도 다른 사람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면 굳이 한자말을 끄집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말이 더 친근할 때도 많고요.


작문 → 글쓰기

기상하세요 → 일어나세요

흠모한다 → 좋아한다

양호하다 → 괜찮다

서행하다 → 천천히 가다

황색, 적색 → 노랑, 빨강



2. 같은 표현이 중복된다면 한자말과 우리말을 번갈아 쓴다.


글을 쓸 때는 중복을 피해야 합니다. 같은 말이 되풀이되면 읽는 이는 집중력을 잃습니다. 글쓴이가 의도하지 않은 반복은 중복입니다.


한 편의 글에서 똑같은 표현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말로 바꿔보세요. 우리말이 중복되면 한자말로, 한자말이 중복되면 우리말로 바꿔보세요.


운동하다 ↔ 달리다

상처가 나다 ↔ 다치다

혼나다 ↔ 꾸중을 듣다

필사하다 ↔ 따라 쓰다



3. 문장의 길이를 줄이고 싶다면 한자말을 쓴다.


한자말에는 뜻을 응축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한자말을 선호하는 까닭입니다.


글을 읽고 고치고 다듬는다 → 퇴고

머리가 아프다 → 두통

회사에 일하러 가다 → 출근

눈이 엄청나게 내린다 → 폭설


우리말로 풀어서 쓰면 글이 길어집니다. 어려운 한자말은 풀어서 쓰거나 부연 설명해야겠지만 모든 사람이 알만한 한자말은 편하게 쓰는 게 글의 길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한자말 없이 글을 쓰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요. 한자말 없이 글을 쓴다고 상상해보세요. 아마 한두 문장 쓰기도 어려울 겁니다.


한자말 없이 글을 쓰기 어렵다는 건 한자말 없인 타인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시험, 공부, 교육, 입학, 졸업, 등원, 출근, 퇴근, 회식, 선배, 후배, 업무, 소통, 협업, 사업, 회의, 요리, 사회, 정치, 문화, 공연 등 우리의 하루를 채우는 말은 대부분 한자말입니다.


맹목적으로 한자말을 남용하는 자세는 경계해야겠지만 억지로 한자말을 쓰지 않고 아낄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나도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면 한자말이든 우리말이든 모두 옳습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글을 쓰세요.


문득 한자말을 우리말로, 우리말을 한자말로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땐 서로 바꿔보세요. 글쓰기가 재밌어지고, 어휘력은 풍부해지고, 글이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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