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옆 서랍장, 팬트리 속에 있는 물건들, 옷장 속에 있는 옷들, 수납 서랍 속에 든 물건들을 싹 꺼내어 정리합니다.
정리를 시작하지 않으면 겉으로 보기에는 집이 깨끗합니다. 보이는 곳을 깨끗하게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옷장, 서랍장, 수납장, 팬트리 속. 적재 공간에 물건들을 일단 아무렇게나 쑤셔 넣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굳이 그 속에서 뒤엉킨 물건들을 꺼내어 정리를 시작합니다. 커틀러리, 조리도구, 아기 포크, 티스푼과 세척도구들.
비울 것과 간직할 것, 분류가 필요한 것들이 한데 뒤섞인 모습에 한숨부터 나옵니다. 또 정리를 하는 동안은 공간이 아주 지저분합니다. 정리를 시작하지 말 걸 그랬나 살짝 후회할 정도로 집안이 정신없어집니다.
제대로 정리하려면 심지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정성과 에너지도 쏟아야 합니다. 드디어 주방 서랍 정리가 끝났다! 그러면 이번에는 멀쩡해 보이는 베란다 팬트리를 열어젖힐 차례입니다. 어쩌면 다음 이사를 갈 시점까지 정리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정리는 계속해야 합니다. 최선의 상태를 위해서입니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어두운 구석에 박혀 있어 사용하지 못하고 빛바래고. 별로 필요 없고 나누거나 버려야 할 물건이 주요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쾌적하지 못한 집이 되어요.
집의 정리는 꼭 하나님 저를 빚으시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고 깔끔해 보이고.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제자리에 잘 있는 마음이 없지요. 버릴 것과 간직할 것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상태가 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저를 빚어나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마음을 한데 다 꺼내어, 하나하나 건드리고 분류하고 정리하기를 멈추지 않으십니다. 이 땅에서 저의 호흡이 끝나기 전까지 그 일은 계속되겠지요.
하나님의 정의는 언제나 최선을 향하고, 하나님의 사랑은 최악의 상태도 포기하지 않으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