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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또헝, 소생시키는 곳

by soulsol


영어 공부할 때 식당, restaurent 라는 단어 스펠링이 그렇게 안 외워졌다. 우리나라에선 레스토랑이라 부르고, 영어로는 뤠스트뤈트라 하고 프랑스에선 헤스또헝 이라 하는, 어원이 같은 그 단어. 단어 쪽지 시험이라도 보는 날엔, 스펠링 틀리면 안 되니까. 레스타우렌트, 레스타우렌트, 하고 외웠었다.

시편 23편을 프랑스어로 읽다 보면 3절에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며, 그의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에서 이 소생시킨다는 단어가 restaure(헤스또어) 레스토랑의 어원이 되는 단어의 변형형임을 알 수 있다.

양들은 등이 바닥으로 가게 뒤집어지면 혼자 일어나지 못한다. 발버둥치면 칠수록 장기에 가스가 차서, 누가 일으켜주지 않으면 금방 죽는다. 이런 상황에서 목자가 나타나서 넘어진 양을 일으켜 세워 죽을 위기에서 구해 살려주는 것을 소생시킨다(영어 restore, 프랑스어 restaurer)고 한다.

레스토랑. 헤스또헝. restaurent. restaurant. 음식을 만들어서 내어주는 장소. 그 장소를 뜻하는 말의 어원이 바로 이 소생시킨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restaurer. 헤스또어. 죽어가는 이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장소가 바로 레스토랑의 본질이다. 정성들여 준비하는 음식에는 먹는 이를 살리는 힘이 있다.

끼니를 떼우는 간편식 먹는 곳을 레스토랑이라 하지 않는다. 편의점 바를 레스토랑이라 하지 않는다. 따뜻한 분위기가 있는 곳,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정성 담긴 요리가 나오는 곳. 그런 곳을 레스토랑, 헤스또헝이라 한다.

우리 집 주방은 헤스또헝이다. 그 크키가 크지 않더라도, 값비싼 식탁이나 근사한 다이닝룸이 없어도, 그래도 헤스또헝이다.

하루를 성실히 감당하느라 소진되기 직전인 남편에게, 늘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하느라 배고픈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건강한 집밥은 생명의 포옹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한 입 퍼 먹은 사람의 얼굴에 안도감과 행복감이 피어난다.

단정히 정리한 식탁에 올린 따뜻한 집밥은, 먹는 사람과 차린 사람 모두를 소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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