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주말에 ‘아치의 노래’라는 영화를 보려고 야탑역에 갔다.
다큐멘터리 영화라 근처에 상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 선거철이다보니 선거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뒤처지고 있는 민주당이 똥줄이 탔던 겐지 민주당 현수막이 더 많이 보였다.
‘국민들의 돈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이게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었다.
뭐 다른 후보들도 비슷했다. 지하철 역 만들어주겠다, 좋은 시설 유치해주겠다…
확실히 나라도 지역 주민이라면 나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겠다는 슬로건에 더 마음이 갈 것이다.
그래도 왠지 이게 우리 사회의 현 수준인 것 같아서 마음이 서글펐다.
그 와중에 경기도지사였나…?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한 3번 후보의 공약은 신선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 환경문제 해결하자.’
얼마전에 유퀴즈 최재천 교수님 편을 봤다. 코로나도 기후 위기로 말미암은 산물이고
기후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생물 다양성이 계속해서 줄어들다보면 앞으로 코로나 위기 같은 일은
몇 년에 한 번씩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한 여름에 에어컨 실외기 옆을 지나갈 때면 그곳에서 뿜어져나오는 열풍에 한층 더 숨이 막힌다.
전 세계의 실외기에서 배출되는 이 뜨거운 공기가 지구를 덥히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름에 에어컨을 틀고 춥다고 가디건을 입는다.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도시의 기온이 더 올라가면 에어컨이 없는 가정의 사람들은 그로인해 얼마나 더 더울까.
일회용품은 열심히 쓰면서 처리장은 내 집 옆에 둘 수 없고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을 보면서도 원전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
가끔은 이런 이기적인 인류에게 자연의 대재앙이 닥치는 생각을 하면 통쾌할 때도 있다.
자연의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고작 백년도 못살 인생에서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재물을 긁어모으겠다고 발악하다
누구보다 좋은 삶을 주고 싶었던 자식에게 더 이상 살 수 없는 지구를 물려주는 인간.
여러모로 욕 먹는 문재인 정부지만 그래도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많이 고민했고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생각한다.
전기차가 대세가 될 때 왜 수소차지? 생각했지만 덕분에 전기차라는 레드오션 대신 수소차라는 니치마켓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지열이나 풍력 발전에도 많이 투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정책 기조를 유지, 확대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국토부 장관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녹지 병원을 통해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텄다.
민영화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을 수 있다. 많은 건보료 내고 적게 돈 낸 사람과 같은 서비스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병원에 투자해서 한탕 크게 벌 수 있는 사람들은 민영화 대찬성일 것이다. 그들의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돈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난 건강 보험은 돈이 없을 것이고 커버할 수 있는 항목이 대폭 줄어들고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텐데 건보에 남아있어야 할 사람들이 왜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지 잘 모르겠다.
민주당이 싫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힘을 지지해버리면
다 같이 죽자는 건가…?
나를 희생해서라도 그들을 심판해야하는걸까.
사대강을 만든 이명박의 국민의 힘이다.
국민의 힘 지지율이 50%를 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정말 환경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는 모양이다.
국민의 힘이 인기를 얻으니 민주당도 점차 국민의 힘 처럼 변해가는 것 같다.
그날 본 영화 ‘아치의 노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이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었고
타인의 슬픔으로 인해 싸우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바랐던 계급이 없는, 자본주의가 아닌 세상.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그 세상.
나는 그 사람들의 존재가 그 세상처럼 멀고도 낯설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