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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Nov 06. 2024

아들에게 쓰는 편지

"엄마는 네가 엄마 아들이라서 너무 행복해"

오늘은 네게 미안한 날이야. 모자람이 담긴 말과 행동 뒤로, 후회와 미안함,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차례로 찾아온 날이야.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네 눈에 비친 내가 얼마나 모자르게 보였을까.

나는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오늘 같은 날에도 빠짐없이 그렇단다. 내 눈에는 네가 자랑스럽고 놀라운 모습뿐이라, 감탄하는 것조차 때로는 조심스러울 때가 있어. "제 자식 안 예쁜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특별할 것도 많네"라며 유난스럽다 할까 봐, 내 자랑이 혹시 너의 빛을 가리지 않을까 싶어 입을 다물 때도 있단다. 타인 앞에서는 괜히 네 흠을 찾으며 겸손한 척도 해보지만, 그것조차 사실은 자랑스러움의 그림자일 뿐이더라.

너도 여느 사람처럼 부족한 점이 있을 거야. 그건 당연한 일이지. 나는 세상 모두가 너를 부족하다고 평가할지라도 그 안에서 자랑스러움을 찾을 거야. 그럴 수 있는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고, 네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며 미리 감탄하게 될 테지. 널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네가 내게로 온 순간부터 내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일이니까.

자기 전 하는 인사 중에 "엄마는 네가 엄마 아들이라서 너무 행복해"라는 말, 솔직히 습관처럼 나오는 그 말속에 진심이 닿지 않는 때도 있었어. 하지만 그런 말들조차 하나하나 내 소명을 빚어내는 데 쓰여, 이제는 네 엄마라는 사실이 진정한 영광이 되었단다. 

나는 오늘도 너를 내게 보내준 신께 끝없이 감사하고 또 감사해. 그리고 언젠가 이 감사가 옅어지면 부디 이 글이 늦지 않게 생각나길 바라. 그래서 너에게 무례하지 않고, 그저 네 자랑스러움을 한껏 누릴 수 있기를 바라.

오늘도 덕분에 행복했다. 엄마는 네가 엄마 아들이라서 너무 행복해. 진짜루.


2024년 11월 4일, 나의 갱년기와 너의 사춘기가 두려워진 날 쓴 반성문이자 다짐이자 사랑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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