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엄마는 네가 엄마 아들이라서 너무 행복해"
오늘은 네게 미안한 날이야. 모자람이 담긴 말과 행동 뒤로, 후회와 미안함,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차례로 찾아온 날이야.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네 눈에 비친 내가 얼마나 모자르게 보였을까.
나는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오늘 같은 날에도 빠짐없이 그렇단다. 내 눈에는 네가 자랑스럽고 놀라운 모습뿐이라, 감탄하는 것조차 때로는 조심스러울 때가 있어. "제 자식 안 예쁜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특별할 것도 많네"라며 유난스럽다 할까 봐, 내 자랑이 혹시 너의 빛을 가리지 않을까 싶어 입을 다물 때도 있단다. 타인 앞에서는 괜히 네 흠을 찾으며 겸손한 척도 해보지만, 그것조차 사실은 자랑스러움의 그림자일 뿐이더라.
너도 여느 사람처럼 부족한 점이 있을 거야. 그건 당연한 일이지. 나는 세상 모두가 너를 부족하다고 평가할지라도 그 안에서 자랑스러움을 찾을 거야. 그럴 수 있는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고, 네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며 미리 감탄하게 될 테지. 널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네가 내게로 온 순간부터 내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일이니까.
자기 전 하는 인사 중에 "엄마는 네가 엄마 아들이라서 너무 행복해"라는 말, 솔직히 습관처럼 나오는 그 말속에 진심이 닿지 않는 때도 있었어. 하지만 그런 말들조차 하나하나 내 소명을 빚어내는 데 쓰여, 이제는 네 엄마라는 사실이 진정한 영광이 되었단다.
나는 오늘도 너를 내게 보내준 신께 끝없이 감사하고 또 감사해. 그리고 언젠가 이 감사가 옅어지면 부디 이 글이 늦지 않게 생각나길 바라. 그래서 너에게 무례하지 않고, 그저 네 자랑스러움을 한껏 누릴 수 있기를 바라.
오늘도 덕분에 행복했다. 엄마는 네가 엄마 아들이라서 너무 행복해. 진짜루.
2024년 11월 4일, 나의 갱년기와 너의 사춘기가 두려워진 날 쓴 반성문이자 다짐이자 사랑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