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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중재 May 13. 2024

<머니볼>

야구는 왜 인기가 많을까, 실화 사건을 다루는 작가, 아론 소킨

24.05.13 #머니볼     


1.

<머니볼>은 마이클 루이스가 집필한 책 <머니볼>을 원작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빈이라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빌리 빈이 마이클 루이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야구를 통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구단 사람들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 영화로 분류되지만 

결국 빌리 빈이라는 ‘인간의 변화와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다.           


2. 

인류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중 하는 당연 ‘야구’다.

그렇다면 야구는 왜 인기가 좋을까?     


인류에게 스포츠가 중요한 이유의 본질은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매 순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그로 인해 육체적인 발전을 도모하며 인류의 화합을 지향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스포츠를 때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각본 없는 드라마’

이것이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짜릿하고 감동적인 역전. 

‘극적인 불확실성’이 인기의 척도다.      


그중 야구는 다른 스포츠들과 비교해 극적인 불확실성이 가장 큰 종목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은 누군가의 승리를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과거 투수와 타자의 거리가 더 가까웠을 시절, 

160km 급의 강속구를 던지는 괴물 같은 투수들 때문에 타자들은 자주 좌절했다.

그러자 투수가 곧 승리의 척도가 되었고, 게임은 단조롭게 흘러갔다.

그러다 투수와 타자와의 거리를 늘려 타자가 공을 칠 수 있는 확률을 높이자

야구라는 게임은 더 극적으로 변모했다.     

축구, 미식축구, 달리기 등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극적인 장면이 더 많이 생기게 된 것.     


<머니볼>은 그런 야구를 통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선수의 인지도와 몸값이 아닌 타자의 출루율을 기준으로 

오로지 승리를 얻을 기댓값에 집중한 것이다.     

자칫 기계적이며 비인간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머니볼>은 오히려 빌리 빈이라는 결함이 있는 인물을 통해 인간적인 이야기로 변모시켰다. 

그러한 신념이 다수에게 환영받지 못하며, 그가 과거 실패한 야구 선수이자, 

현재 위기에 처해있는 단장이자 한 딸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3. 

스포츠 영화라는 장르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 기존 질서에 반대하는 주동적인 인물

- 그 인물을 필두로 모여든 오합지졸, 문제아, 언더독 등

- 그들이 한 팀이 되어 모두의 기대를 뒤엎고 목표를 이루느냐 / 이루지 못하느냐.      


그 옛날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황금 양털을 얻기 위해 이아손과 여러 영웅들이 뭉쳤던 것처럼,

개개인으로 보면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팀으로 여정을 통해 성장한다.      


때로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전기적인 특성을 띄기도 한다. 

스포츠 선수인 누군가가 모두가 기억하는 역사적 사실 뒤에 

어떤 그림자를 가지고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머니볼>은 두 요소를 적절하게 갖추고 있다.

애초에 목표는 중요하지 않다. 

그 여정을 통해 인물들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가 더 중요하다.      

상황적으로는 세드 엔딩처럼 보이지만 정서적으로는 해피 엔딩인 이야기.

개인적으로 나도 이런 이야기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머니볼>을 사랑한다.      


4.

아론 소킨은 실제 사건과 인물을 많이 다루기로 유명한 할리우드 작가다. 

대표작으로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 <몰리스 게임> 등이 있다.     


사람들은 가끔 실화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쓰기 쉽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에서,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극적인 요소를 포착하고,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에 대한 어둠을 채워나가야 하기에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쓸 때 어디까지 창작하고 고증해야 할지 헷갈린다는 질문.

정해진 건 없지만 결국은 창조다.

각색도 창조다. 

인간적인 해석을 해낼 수 없다면 실화 이야기는 쓸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종종 작품에서 역사 왜곡의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그러한 창조가 본래 긍정적인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조선 구마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세종대왕을 인간적으로 그린 <뿌리깊은 나무>,

이순신 장군을 겁쟁이로 그린 <천군> 등의 작품들은

역사적 위인을 이기적이고 찌질하게 그렸어도 그들이 세운 업적을 왜곡하는 게 아닌,

감춰진 사료 속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그림자를 찾아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그런 면에서 아론 소킨은 최고의 작가다.     


#단상 #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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