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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녕 Feb 14. 2023

그녀의 수상한 글쓰기

몰래하는 취미생활


타닥타닥

어두운 밤 모두 잠든 조용한 시간

가느다란 스탠드 불만 의지한 채 숨소리조차 죽이며 타자를 치고 있다.

혹여나 이소음에 식구들이 깰까 작은 뒤척임 소리에도 신경을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글을 써 내려갔다.


타닥타닥

소리죽인 타자소리만 고요한 공간에 울려 퍼진다.



처음부터 숨길생각은 없었다.

그러니까 브런치에 합격일이 왔을 때 만해도 군가와 이기쁨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입이 근질거릴 거렸다.


내가 합격이라니

심장이 벌렁거리고 이 떨렸다.

대부분의 시간, 대화할 사람이 라곤  애들뿐이라 어휘력이 반토막 난 줄 알았는데

설레었다. 나 아직 죽지 않았구나 능력을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 얼른 누군가에게 자랑고 싶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족, 남편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다. 지금 카톡을 보낼까 아님 저녁에 들어왔을 때 합격메일을 보여주며 설명을 할까

내가 말이야 브런치에 합격을 했어.
브런치란 말이야 음, 글 쓰는 플랫폼인데  합격을 해야 해 글을 쓸 수 있대 근데 거기를 내가 합격해 가지고..


어떻게 얘기해야 효과적일까 머릿속으로 곱씹어 볼수록 왜 이걸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나 었다.

왜긴, 얘기하는 순간 백 프로의 확률로 질문이 뒤따라올 것이 분명하니까 렇지.

예비질문을  다시 정리 보았다.

 활동이 모두가 아는 유명한 것인가

-아니오

이 활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 아니오

 활동 개인의 명성에 이득을 주는

-제 시작이라, 아니오

 활동 계속함으로 얻는 것이 있는가

-그러게 뭐가 있지


분명 대한 무언가를 해낸 거 같은데 설명하면 할수록 김이 새 시작했다.


그래서 뭐 작가 할 거냐고 묻는다면

-하고는 싶은데 아직 그럴 능력은 없어

이게 결론이었다.

마치 팥 없는 찐빵, 케첩 없는 감자튀김 같 결론이 밍밍했다.


물론 나만의 청사진은 있다.

하지만 당장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거대한 계획이라 누가 들어도 허풍라 여길 것이다.


작은 성과가 있을 때까지, 그래 그때까지만 비밀로 하자


 때부터 몰래 글쓰기의 나날이 이어졌다.

숨고 숨기는 숨 막히는 글쓰기.

 성격은 왜 글하나를 써도 떳떳하게 하지 못하고 숨어서 이 고생인가

문득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자기 뭐 해?"

"응?"

"요즘 계속 노트북 앞에만 있네"

"아 그냥 인터넷 하는 거지 뭐"


"요즘 핸드폰 붙잡고 사는 거 같아 "

", 카톡 하는 거야"

"하루종일? 누구랑 그렇게 카톡 하는데"

"최근에 친하게 된 친구가 있어서"

"아 그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떨어졌다.


"어떻게 알게 된 친구야"

"그냥 어쩌다 보니까 알게 됐어 왜 자기 궁금한 게 많아졌어"

말을 얼버무리고 급하게 브런치 앱을 갈무리한 뒤 드폰을 내려놓았다.



뭘 숨기고 살 성격은 안된다.

숨기려고 할수록 행동은 부자연스러워지고 눈치를 보게 되었다.

갑자기 늘어난 노트북사용과 핸드폰사용량에 의심스러운 눈치를 주는 남편에게 아무것도 안 한 척, 그냥 잠깐 시계 본 척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고작 글하나 쓰는데 이렇게 까지 비밀로 해야 하나 슬슬  자괴감이 들 시작했다.



모두가 잠든 밤 조용히 방을 나섰다. 조명을 켜고 조용히  노트북을 켰다.

마우스클릭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밤

행여나 누군가 나올까 봐 온갖 소리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글을 써 내려갔다.


"자기, 안 자고 뭐 해"

"아이고 깜짝이야. 기척도 안 내고 뭐야."

" 밤에 뭐 하는데 노트북이야"

"아니 그냥 뭐 자료 찾을 게 있어서"

"이 밤에?"

".. 응."

"안 자고?"

"금방 잘 거야"

"내가 그냥 물어보는 건데 자기 혹시"

".. 혹시, 뭐"


혹시..






댓글부대 같은 거 하니?


"아잇,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니면 아닌 거지 왜 흥분하고 그래."

폭탄 같은 말을 던져버리고 남편은 홀연히 사라졌다.


아니 댓글부대라니 나참

진짜 사람을 어떻게 보고 어이가 없어.

하 참나.


변명할 의지도 꺾여버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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