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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상우 Jun 24. 2024

회색 빛깔의 40대_Part 1.

10월말, 단풍이 물드러가고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차가워지면 길게만 느껴졌던 한해도 마무리가 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언제부터 인가 사회 초년생보다 경력직 직원이 많아진 우리 부서는 매년 꾸준히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친구들이 생긴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40대 중반에 다가선 나에게 이맘때쯤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 "40대가 되면 뭐가 다른가요?"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갈때는 성인이 된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고,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때는 사회 생활을 시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30대를 맞이하게 된 우리는 취업, 이직, 승진, 결혼, 출산 등 인생에 있어 가장 격동적인 시기를 보내게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인생의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다이나믹한 10년을 보내서 일까 30대가 끝나고 40대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미묘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40대를 먼저 맞이한 직장 선배들에게 "40대가 되면 뭐가 다른가요?"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40대가 되면 뭐가 달라질까? 일단, 과음은 한 다음날 숙취 해소가 되는 속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저녁에 챙겨 먹는 영양제의 종류가 늘어나고 평소랑 똑같이 먹고 활동해도 체중이 늘어난다. 미혼인 친구들은 결혼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될 시기가 오고, 기혼인 친구들은 출산이든 육아이든 자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번뇌에 쌓이게 된다.

40대가 되면 한 해가 지날 수록 나의 삶, 나의 인생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뭔가 내가 가고 있는 나의 삶의 방향에 대한 불안과 걱정, 불신(不信)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30대의 끝자락에 이미 그 불안과 걱정을 느끼기에 40대에 대한 궁금증이 더 강하게 다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직장 후배들이 가끔 나에게 "40대가 되면 뭐가 다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웃으게 소리로 이렇게 반문한다. "40대를 왜 불혹(不惑) 이라고 하는지 아느냐?"라고 그리고는 이렇게 답해준다. "어떠한 유혹에도 빠지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떠한 사람도 유혹하지 않는 나이"라고....... 그렇게 한번 농담을 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숙취, 체중, 결혼 등등 애기를 나눈다. 하지만 지나가듯 애기한 그 농담이 어떻게 보면 우리 40대에게는 씁씁한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40대의 삶이라는 것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다른 곳에 시야를 돌리기는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일까? 40 대 일반적인 삶이라 함은 괘종시계의 추가 좌우로 왔다갔다 하듯이 집과 직장을 반복하며 어쩌면 인생에 있어 가장 단순하고 재미없는 시기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삶의 단순함, 무료함과 다르게 마치 문장 속의 쉼표와 띄어쓰기가 사라진 것처럼 정신 없고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시간 또한 40대 우리 내의 삶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40대는 특히 가정이 있는 경우 가족과 직장 두 가지 이외에는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친구와 만남도 적어지고 과거에 하던 취미 생활도 하나둘 줄이기 시작하며 1년, 또는 2년에 한번 가던 해외 여행도 그 간격이 점점 늘어 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를 가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새로움이 없는 삶 속에 살다보면 어느 순간 주변 또한 나를 마치 숲 속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지 못 한체 오래 전 부터 원래, 당연히 있는 한 그루의 고목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옆에 주변에 당연한 존재가 되어 조금은 세상과 거리가 느껴지는 것 같은 시점이 되면 "어떤한 유혹에 빠지지 않는 인생"의 시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떠한 유혹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인생의 시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이 시기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많을 수 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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