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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


오늘 일기


세상 모든 일

다 접어두고

홀로 여행하듯

놀았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놀았다

하루가 졸리도록

심심하게

 


파란 하늘 구름과도

지나가는 바람과도

다정한 듯 인사하며

모든 것 다 잊고

멋대로  그저 편안하게


모두 잊고

모두  접어두고

작정하고

혼자 놀았다


누구나 한 번쯤

쉬고 싶을 때가 있지

숨이 벅찰 때가 있지


어딘가가 막혀서

고장 난 튜브처럼

터져 버릴까 봐

뒤늦게 참 많은

후회를 할까 봐


소란한 거리의 기계음과

스스로 고통을 생산하는

어리석은 욕심을 버리고

하늘과 땅, 바람과 햇빛

흙과 나무와 풀들

살아있는 모든 자연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매일 생각하지 않으면

금세 잊고 마는 고마움

나의 변덕스러움을 고백하며

다시 감사를 외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휴식하기로 했다

벅찬 호흡과

과도한 섭취를 조절하며

홀로 심심하게

놀기로 했다


2020년 12월 25일 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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