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먹고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 역시 함께 커졌다. 직장생활 n년차. 적어도 경력 10년이 되어야 이 바닥에서 외주로 벌어먹고 살 수 있다거나 자기 사업을 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나 역시 그 말에는 공감한다. 경력자더라도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편집자는 보고 배워야할 것들이 아주 많다. 거기다 하고 싶은 분야가 대략적으로 잡힌 상태에서는 더더욱.
며칠 전,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파이어족으로 살 생각이 있느냐?' 우리가 아직 은퇴하기에는 이른 나이고, 또 출판계에서 편집 일을 하면서 과연 빠르게 바짝 일하고 벌어 은퇴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연봉인지에 대한 의문이 앞섰다. 꼭 은퇴가 아니더라도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것을 포함한 개념의 파이어족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할 만할 것 같다. 나는 편집자라는 직업을 통해 직업의식을 실현하는 것까지 꿈꾸고 있지만, 그것이 내 전부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책을 떼어놓을 수 없었기에 업으로 삼았지만, 그밖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많다. 호기심도 왕성하고 도전하는 것도 어지간하면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시키는 것(종이접기, 바이올린, 피아노, 발레, 학습지, 학원 등)은 모두 거절 없이 했었기 때문에 거리끼는 것도 거의 없다. 단 한번도 편식을 해본 적 없는 순둥이인 것이다. 커가면서 자리잡은 취향으로 게임이나 만화 등을 즐기게 됐고, 최근에는 유행하는 웹소설이나 웹툰 역시 즐겨 본다. 재테크에 관심이 커지면서 전혀 안 보던 경제경영 서적도 보게 되었고, 경제의 흐름을 알아야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주식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니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되면 이후에는 출판 관련한 일을 계속해서 먹고살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그 일은 편집이 될 수도 있고, 기획자, 디자이너 혹은 작가나 번역가가 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글과 이야기라는 콘텐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그에 감동하는 이유는 결말이 있기까지 쌓인 서사와 이야기 덕분이었다. 그 외에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은 콘텐츠 그 자체였다.
사주를 보러 갔을 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슴속에 맺힌 한이 많아서 그걸 풀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사주를 볼 당시 20대였으나 대체 나는 마음속에 무슨 한을 그리 짊어졌는지 모를 일이다). 점집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것은 몸을 움직이는 운동(스쿼시처럼 팡팡 쳐내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운동을 하라고 했다)이었으나 나는 전신 운동보다는 손가락 운동에 더 재주가 있는 편이라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브런치를 만들었다.
이 브런치 페이지에는 앞으로 내가 생각한 것, 느낀 것, 겪은 것 등 '탄산'이 관심을 가지고 쓴 글들이 올라올 예정이다. 업로드는 2주에 한 편을 원칙으로, 좀 더 속도가 붙는다면 1주 1편이나 그 이상도 생각하고 있다. 누구든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글을 목표로 하지만 가끔은 사회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주관을 가진 개인이 쓰는 글이란 대다수가 그렇기에.
간단한 키워드로 자기 소개를 해보자면 30대 1인 가구, 편집자, 책, 독서, 게임, 만화, 오타쿠, 맛집 네비게이터, 노는 게 제일 좋아 등이 있다. '오타쿠'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아주 많아 '마니아'로 바꿔 쓰기도 하지만 굳이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이 단어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네. 이런 글들을 쓸 거예요.
내가 꿈꾸는 은퇴 후의 삶은 여전히 일을 하는 것이었다. 아주 잠깐의 사흘 연휴 동안에도 일을 가져올걸이라는 후회가 들었고, 곧 70을 앞둔 아버지께서도 은퇴 후에 전혀 쉬실 생각이 없으신 걸 보면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일하지 않고 먹고살 수 있는 삶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손에서 일을 놓을 생각은 없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곧 나를 말해줄 테니까. 본인에게 중요한 가치를 좇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그럼 탄산의 브런치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