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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D Feb 20. 2023

2023년 영국 런던의 미국만화 가게들

'이사람은 왜 미국만화를 애먼 영국에서 찾고 있지?' 하고 물어본다면, 

[내가 영국에 갔으니까.] 라는 대답을 들려 줄 수 밖에 없다.

물론 본토만큼 다양하게 파는 곳은 없겠지만, 

지금 내 상황이 미국만화 하나만 바라보고 미국행 비행기를 탈 정도로 넉넉하지도 않고.


사실 런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6년전인 2017년에 방문했었는데, 아무래도 세월이 세월이니 만큼 만화가게들도 변화가 있었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일단 큰 가게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 

오비탈 코믹스(Orbital comics).

토트넘 코트 로드 역(Tottenham Court Road station) 근처 악기상점들이 즐비해 있던 골목에 노란 간판위로 스파이더맨 얼굴을 그려놓은 가게로 기억하는데, 21년 10월 말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폐점 직전에 위치도 옮겨서 좀 더 중심으로 온 모양인지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쳤는데, 쇼윈도 안 가게는 텅 비어있고 우편물만 바닥에 수북히 쌓여 있어서 안타까웠다.


각종 고가의 악기상점들 사이에 혼자 비밀 아지트 같은 느낌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좋았는데.


가격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박스별로 캐릭터의 얼굴을 그려넣고 제법 많은 양의 고전 만화들이 꽂혀있어서 이번에 열심히 뒤적거리고 싶었는데 말이다.

당시엔 어벤져스-노서렌더가 발매했을 때였는데, 계산대에서 해당 도서 관련 런칭파티를 진행한다고 적어놓은 팜플렛이 있어서 굉장히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거기다가 그 옆에 칠판에는 각 주마다 있는 글/그림 작가 사인회 같은 이벤트들도 적혀있어서 '런던에서 미국만화 보는 사람들은 책값 하나로 여러가지를 재밌게 즐길 수 있겠구나.'하는 부러움도 생겼다.


나도 엑스맨 최신 이벤트 보고 독자들끼리 얘기나누는 모임 한번 가보고 싶다. 물론 영어가 안 되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6년전과 비교해서 더 안 좋아진 점 두번째는 바로 판매하는 종류가 대폭 감소했다는 것.

당시엔 지금과 마찬가지로 가지고 온 돈이 부족했던 때라 수많은 페이퍼백(24페이지 단편들을 4~6편 모아놓은 단행본)들을 보고도 그냥 제자리에 다시 꽂아야 했는데, 다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던 과거작들이 죄다 사라져 있는 걸 보고 굉장히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대체적으로 지금은 최신간 이슈/페이퍼백들과 다소 인기가 떨어져서 남아있는 고전/00/10년도 시리즈가 주를 이루는 편. 심지어 00/10년도 이슈들은 운 나쁘면 5편도 안 되는 시리즈들도 많다. 오히려 8090 고전작들이 훨씬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다못해 2009년 발매했던 DC코믹스의 '고담시티사이렌즈(Gotham city sirens)'나 2010년 마블의 '언캐니 엑스포스(Uncanny x-force)' 페이퍼백 같은 인기작도 이번에 둘러본 모든 가게에 없었을 정도니 나처럼 과거작품들을 찾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알아보는 쪽이 더 효율적이다.


한국에도 정식수입되어 번역판 페이퍼백이 많이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영국에서 구매할 때 훨씬 좋았던 점은 다름아닌 [랩핑] 부분이었다.

요새는 인터넷에서 웬만큼 검색하면 줄거리와 대표 이미지들이 나오긴 하지만,

미국만화 특성상 에피소드 내에서도 갑자기 그림작가가 교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확인하려면 그자리에서 직접 보는 것만큼 편한 게 없다.

하지만 한국에선 항상 페이퍼백을 랩핑해서 볼 수 없게끔 해놓으니까 스마트폰을 켜서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많았는데, 영국에선 대부분이 그냥 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안타깝지만 단편 이슈들은 예외.

이슈들은 워낙 두께가 얇아서 손상방지를 위해 전부 두꺼운 하드보드와 함께 비닐로 쌓여있는 게 기본이다.

물론 구매전 확인차 카운터에 문의해서 꺼내볼 수야 있겠지만 조금 번거로운 것은 사실.


내가 직접 가본 미국만화 가게들을 별다른 선정 기준이 없다.

그냥 구글맵에 써서 나오는 대로.

그래서 대체적으로 런던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곳들 뿐이다.



1. 캠든타운(Camden town)의 메가시티 코믹스(MEGA CITY COMICS)


각종 외국 음식점들과 기념품 노점들을 지나쳐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앞에 내놓은 간판을 잘 봐야 한다.


이 가게도 6년전에 가봤던 곳이다. 

캠든타운 역에서 내려 길을 한번 건너고 캠든타운 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왼편이 갑자기 뻥 뚫리면서 빨간 기념품 노점들이 쫙 깔린 곳을 볼 수 있는데 그 앞에 웬 금발 여자 경찰 캐릭터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간판하나가 툭 튀어나와 있다.


골목 앞에 하나가 있고, 가게 앞에도 하나 더 있다.


처음엔 이걸 보고 '여기 만화책 가게가 어디에 있다는 거야?' 하면서 잔뜩 인상을 구긴채로 구글 맵을 따라 걸었는데, 계속 외국 음식점만 쭉 이어지다가 그 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마음이 누그러졌던 기억이 난다.



가게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는 최신간 이슈들이 진열되어 있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니크한 과거작 이슈 중에 할인중이거나 세트로 묶음판매하는 것들이 걸려있다.


가운데에는 각 캐릭터 별로 세로로 긴 박스에 과거~신간 이슈들이 꽂혀있고

오른쪽 벽면은 일본만화/미국만화 페어퍼백(신간이나 인기작 위주)/몇몇 인디만화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가게 제일 뒷쪽에는 각종 포스터들과 특정 이슈를 직원에게 문의할 수 있는 데스크가 있는데,

이 앞에 잘 찾아보면 상태가 좋은 페이퍼백(이건 인기작/비인기작 따지지 않고 랜덤)이나 두꺼운 합본들이 할인중인 게 있다. 



나같은 경우엔 프랭크초가 그린 어벤져스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는데, 가격이 20파운드로 꽤 셌다.

일단 페이퍼백이면 기본적으로 11파운드는 다들 넘어가는 편이긴 한데, 얘는 두께도 제법 두꺼웠으니.

어벤져스는 내가 그리 큰 관심이 없는 시리즈라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프랭크초의 그림은 나중에 다른 만화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소망도 있고.


오른편에 보면 DC/마블/이미지코믹스 같은 메이저급 출판사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슈들이 1파운드에 박스형태로 판매 중이었다. 그걸 보면서 한편으론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들이 이렇게 판매중이었다면 그림이나 스토리가 별로여도 몇권은 사볼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이건 나중에 다른 가게들에서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발매된 지가 벌써 30년이 넘은 만화책인데 아직도 판매중이라는 게 매우 놀라웠다.  


이슈 박스 탐색은 엑스맨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처음부터 언캐니엑스맨 256화가 튀어나와서 많이 놀랐다.

89년도에 발매된 만화책인데 가격은 둘째치고 표지나 모서리에 따로 구겨진 자국하나가 없어서 신기했다.

물론 가격이 좀 세긴 하지만, 이베이에서 사려고 해도 배송비까지 합치면 저것보다 많이 나오고 직접 받아 보기까지도 오래걸리니까.


사일록이 연약한 텔레파시 능력자에서 본격적인 전사로 각성하는 에피소드 세편중 첫번째에 해당하는데,

꽤나 재밌는 점이 시작부터 실제 홍콩-중국의 관계를 냅다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만화채겡서 당시 실제로 있었던 국가간 사건을 실존인물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면서 드러낸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편은 지금은 DC에 소속되어 더이상 엑스맨에서 볼 수 없는 그림작가 짐리(Jim Lee)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가게에는 시리즈 내에서 제법 의미를 가지면서도 일반적으로 구하기 힘든 과거 이슈들이 군데군데 숨어있어서 직접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대부분 앞에서 뒤로 발매일 순 정리가 되어있기는 한데 중간중간 뛰어넘는 구간이 클 때도 있고,

손님들이 섞어놓은 경우도 있다보니 맘에 드는걸 찾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다 자세히 보는 것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작가, 아담 휴즈(Adam Hughes)의 원더우먼 이슈들이 제법 있었다.

물론 아담휴즈는 직접 만화를 그리는 경우가 극히 드문 사람인지라 전부 표지만 그린 거긴 하지만.

가격이 좀 세서 일단 내려놓긴 했으나 혹시나 나중에 여유자금이 되면 사려고 체크를 해놨었는데, 

다음 방문 때 누군가가 아담휴즈 표지 전체를 싹쓸이 해가고 없었다.



이곳엔 언캐니엑스맨 뿐만 아니라 90년대 엑스맨 시리즈도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넘버링이 뒤로 넘어갈 수록 짐리보다는 아담 쿠버트(Adam Kubert)의 그림으로 바뀌게 되는데, 

그래도 워낙 짐리가 다져놓은 디자인이 잘 빠져서 보는데 특별히 거부감은 들지 않기 때문에

레트로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모아보고 싶어지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기 1~7화 정도가 모여있는 페이퍼백 '엑스맨-뮤턴트 제네시스'가 국내에 번역판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남이 번역해준 걸 보는 것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직접 사전의 도움을 받아서 대사의 의미를 나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걸 즐기는 편인데, 이 책같은 경우엔 무려 언캐니 엑스맨 280화까지에 달하는 긴 내용을 전부 생략해 버린 채 곧바로 그 뒷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오히려 번역판으로 보는 게 훨씬 나았다. 물론 그만큼 시간도 대폭 절약되고.


11화 같은 경우엔 엑스맨 전원이 석양을 바라보면서 2페이지에 걸쳐 가로로 포스터 같은 구도로 그려져 있는 멋진 컷이 하나 있는데, 덕분에 가격이 저렇게 올라 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미국만화를 보게 만든 캐릭터가 바로 울버린인데, 사실 울버린 개인 타이틀은 그렇게 재밌는 책이 없었다. 그림체들도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고.

그중에 가장 스토리/그림체 모두가 내 맘에 쏙 들었던 유일한 책이 바로 2014년에 나온 데스오브울버린(Death of Wolverine)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이 스토리는 당최 뭔 얘긴지 전혀 못알아 듣겠지만 그냥 사이먼 비앙키(Simone Bianchi)의 거칠면서도 굉장히 잔인한 그림체에 이끌려서 화보집 보듯 봤던 2005년도 울버린 50~55화였는데, 그게 이 가게에 전부 꽂혀있었다. 

55화는 재작년까지 내가 단골이었던 회기역의 미국만화 가게, 다이스라떼(Dice Latte)에서 운좋게 구한 적이 있었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전시리즈가 다 있는 건 처음봤다.

특히 50화 같은 경우엔 저 앞부분과 뒷표지를 쫙 펼치면 울버린과 세이버투스가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멋진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출입문쪽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슈박스에는 이처럼 이슈합본들도 판매중이다.

고전 매직 4편짜리를 합쳐서 19파운드에 팔고 있었다.

편당 5파운드가 좀 안 되는 가격인데, 문제는 1편을 작년인가 재작년쯤 1달러 코믹스로 재판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깔끔하게 구매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있었다.


반대편의 데어데블 박스에서 찾아낸 2019년도 데어데블 20화.

19화/20화가 [인페르노]라는 부제로 엮어서 이어지는 스토리인데, 

사실상 1화부터 서서히 누적되어온 복선들이 한꺼번에 펑펑 시원하게 터져나가는 클라이막스로,

좀처럼 보기 드문 글/그림 모두 기가막힌 만화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은 마르코 체체토(Marco Checchetto)라는 사람이 그렸는데, 선이 아주 날카로워 작중 배경인 헬스키친 전체가 전쟁터로 돌변하면서 악인들과 데어데블이 한데 뒤엉켜 정신없이 싸우는 내용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스토리는 칩 즈다스키(Chip Zdarsky)가 썼는데, 육체적으로 수명을 다 한 영웅이 마지막 불꽃을 터뜨리는 절박함이 아주 끝내준다. 이후에도 많은 인기작들을 맡고 있어서 가장 기대되는 스토리 작가중 하나.



우측 벽면의 페어퍼백 코너에서 발견한 2020년도 블랙위도우 1권.

안타깝게도 난 이미 다이스라떼를 통해 국내에서 몇편을 예약구매로 산적이 있기 때문에 과감히 패스.

아담휴즈가 매번 신박한 구도와 채색방식으로 멋진 표지를 그려서 안 살수가 없는 시리즈였다.

그리고 심지어 본편 내용도 갑작스럽게 남편과 아이가 생기게 되고, 둘을 한꺼번에 잃게 된 블랙 위도우가 옛 동료들과 함께 통쾌한 복수극을 펼친다는 설정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도 그림작가 엘레나 카사그란데(Elena Casagrande)의 그림이 굉장히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역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딱딱 끊어지는 깔끔한 선화식 그림인데, 두페이지에 걸쳐서 잔상을 일일이 다 그려넣어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다.


배리언트(일반판과 내용은 같고 표지만 다른 아티스트가 그린 만화책) 커버도 있기는 있다. 다만 그 수가 너무 적을 뿐.


이처럼 이 가게는 고전작들 같은 경우엔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만화책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으며,

최신간과 인기작 페이퍼백들도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적인 면에서는 위에서 보듯 그만큼 가치가 있는 만화책에는 그에 맞는 높은 가격이 붙어있지만,

그거야 뭐 당연한 거니까.

그리고 비인기작 같은 경우에는 1.99파운드에 파는 경우가 있기도 했고.


당연하게도 지금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마감시간만 잘 확인하자.


다만, 이 가게에서 주의해야할 점이 두가지 있다.

첫번째는 평일 마감시간이 5시로 굉장히 빨리 닫는다는 것.

내가 이 사실을 모르고 4시반에 열심히 만화책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점원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30분 후에 마감이니 지금 찾고 있는 만화책이 있거나 구매하고 싶은 게 있다면 자기가 직접 찾아봐 주겠다고 했다. 물론, 나는 살 걸 이미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결제부터 했지만 '조금 빨리 올 걸'하는 아쉬움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만약 캠든타운 구경을 가면서 겸사겸사 이곳까지 들를 예정이라면, 가는길에 여길 먼저 들르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영국에서는 4시가 퇴근시간이기 때문에 3시반에서 4시사이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들어온다.

4시부터는 사람들로 꽤 붐비기 때문에 이슈박스를 혼자 뒤지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마감시간은 피해서 오는 게 구경하기에 좋다.


두번째 주의점은 바로 [사기로 결정했으면 되도록 빨리 가서 사야한다] 는 것이다.

이유인 즉슨, 유명 관광지인 캠든타운이 바로 옆에 있어서인지 현지인 단골손님들 만큼이나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비율이 꽤 되기 때문에 그만큼 [내가 노리는 걸 다른 사람도 노리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가격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아담 휴즈의 원더우먼 같은 경우엔 딱 5일 후에 재방문 했을 뿐인데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역시 국가를 막론하고 [먼저 잡는 놈이 임자] 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구매한 만화책들. 자세히 보면, 쉬헐크 6화 가격표 밑에 다른 만화가게인 '포비든 플래닛'의 예전 가격표가 붙어있다.



2. 소호(SOHO) 거리의 고쉬(GOSH!)


위치가 골목 안쪽에 있어서 지도를 보면서 찾아오는 게 좋다.


 소호를 이곳저곳 구경하다보면 사람들이 쑥쓰럽게 웃으면서 지나가는 거리가 있는데, 바로 성인용품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바깥에 근육질 남성들이 활짝 웃으면서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고, 그 옆에는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마네킹이 전신 타이즈를 입고 있다. 

그곳에 있는 녹색 간판의 어덜트 북스토어(Adult Book store)옆 으슥한 골목을 통과해서 나오게 되면

바로 오른쪽 길 건너에 이 가게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도 6년전에 방문했던 가게다.

여긴 관광객들로 인해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소호에 위치해 있으므로 평일/휴일 낮/밤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1층엔 마블/DC는 커녕 이미지/다크호스 같은 마이너 회사의 만화책들까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 가게 내부의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지하 1층에 숨어있다.

지상층에는 아동용 만화나 인디만화 혹은 개인이 직접 출판한 만화책들로 가득 차있다.

난 캐릭터와 그림체 위주로 책을 구매하는 편이라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어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개성으로만 따지자면 여기가 진짜 천차만별 그 자체다.

자신이 일반적인 상업만화에 별로 취향이 없었다면 여길 한번 진득하게 구경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주제도 굉장히 다양하고, 칼라/흑백 가리지 않고 죄다 꽂혀있으니.



지하로 내려가면 가운데에 시리즈별 이슈를 판매중이고

계단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일본만화, 가운데엔 최신간 이슈들, 오른쪽엔 페이퍼백 매대가 있다.

그리고 각각의 매대 위 높은 벽면에는 각종 고가의 유니크 이슈들이 가격표와 함께 붙어있는데,

여기 없는 것도 다수 존재하니까 카운터에 문의해달라는 안내문이 쓰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일단 고가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살일이 없어서 관심이 뚝떨어진 통에 자세히 보진 않았으나,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엑스맨 캐릭터 갬빗(Gambit)의 데뷔작인 언캐니엑스맨 266화다.

납치당한 스톰이 적들의 음모로 인해 어린아이가 되어버리고 능력이 퇴화된채 홀홀단신으로 도망치다가 우연히 만난 갬빗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내용인데...

문제는 이책, 2년전쯤 1달러 코믹스로 재판했었다. 

가격이 무려 200파운드. 역시 원본을 수집한다는 의미 때문이겠지.


박스형 진열은 아니지만, 세로로 빼곡히 차있어서 일일이 뽑아 확인 해야하는 건 똑같다.  

 

안타깝게도 6년전에 비해 이슈의 수가 확 줄었다.

계단부터 ABC순으로 시리즈 이름이 검은색 판넬에 쓰여있는데, 

과거엔 배트맨 옆에 블랙카나리, 캣우먼, 할리퀸, 심지어 헌트리스까지 웬만한 조연 캐릭터들이 전부 세분화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캣우먼 몇권과 영화로 살아남은 할리퀸이 전부다.


그리고 00년대~10년대 초중반 이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기껏해야 DC의 NEW52 시절에 이미 페이퍼백으로 많이 발매된 이슈들 정도나 남아있는 상황.

이곳 역시도 8090 고전작품이 더 많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상대적으로 다른 유명시리즈에 비해 인지도가 덜한 엑스맨 쪽은 꽤 많이 남아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작가 마크 브룩스(Mark Brooks)가 표지가 아닌, 직접 만화를 그린 2007년도 엑스맨 에뉴얼 1화가 꽂혀있길래 신기해서 찍어봤다. 하지만 이때의 마크 브룩스는 아직 그림체가 각진 네모형 얼굴에 커다란 눈으로 어색함에 머물러 있던 시절이라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말이다.


언캐니 엑스맨도 80년대 이슈가 꽤많이 남아있어서 놀랐다.

메가시티 코믹스에서 발견했던 사일록 3부작이 이곳에는 전부 다 있었다.

물론, 가격은 여기가 좀 더 센 편이라서 전부 사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페이퍼백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ABC 순.

그에 의해서 울버린과 엑스맨은 제일 우측 하단에 위치하게 되는데,

가게의 손님수에 비해 공간이 조금 비좁은 편이라 책장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하다 보면

계단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진로를 방해하게 되어서 계속 눈치를 보며 피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만화책 종류는 그냥저냥.

역시 울버린은 오리진이나 데스오브울버린, 올드맨로건 처럼 굵직한 타이틀 위주로 꽂혀있었고

엑스맨 같은 경우엔 판타스틱4 & 엑스맨 처럼 19년도 이후의 신간들이 많았다.

가격은 역시 기본 12파운드 이상.


마크 브룩스가 그리는 사일록은 항상 멋지다. 저 보랏빛 타이즈의 광택표현과 사이킥 나이프 묘사는 볼때마다 신기하다.


중간에 혼자 사이즈에 안맞게 툭 튀어나온 페이퍼백이 있길래 무심코 뽑아들었는데,

예전에 발매된다는 소식을 듣고 아마존에서 사고 싶었던 마크브룩스의 아트북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너무 두께가 얇아서 일단 빠르게 한장한장 넘겨가면서 보긴했는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마크 브룩스의 초기시절 그림체가 반이상 실려있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이슈 표지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어서 많이 실망했다.

마크 브룩스처럼 손수 작업하는 작가들은 러프 단계에서의 스케치나

펜으로 직접 명암을 표현하는 기술들이 어떨지 궁금해서 그런 부분들을 보고 싶었던 건데 말이지.


가격도 꽤 세다. 23파운드.

내가 좋아하는 작가지만 과감히 포기할만한 가격이었다.

지금 아마존에서 사도 저것보단 싸다.

뭐, 배송비까지 합하면 비슷하려나.


제일 앞과 뒤에 있는 만화책 표지로 가운데에 있는 만화책들의 정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가게의 매력적인 부분은 이슈판매 매대 제일 끝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바로 합본 판매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작년에 조금 실망스럽게 끝나버렸던 엑스맨의 크라코아 이벤트 BIG3 중 마지막 편이었던 [인페르노] 4부작. 스토리 작가인 조나단 힉맨(Jonathan Hickman)이 내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 복선을 미친듯이 깔아두고 만화책 내에서의 설정을 백과사전처럼 만들어내는 스타일 때문에 내가 별로 좋아하는 만화책은 아니지만 1화 표지를 마크 브룩스가 기가막히게 그렸기 때문에 소장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나는 미스틱을 좋아해서 아트젬[Artgerm]이 그린 표지로 샀었지만).


이걸 편당 2.5파운드씩 쳐서 총 10파운드에 팔고 있는데, 

비교적 최신 이슈를 전부 4~5파운드에 팔고 있는 걸 보면 꽤나 파격적인 할인행사다.


그리고 짐리가 이미지 코믹스에서 그렸던 와일드 캣츠도 1~4화를 10파운드에 판매.

이시리즈는 90년대에 발매된 책이라 나름 페이퍼백도 지금까지 중고판매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슈로 모으려면 꽤나 돈이 나가는 일이다. 게다가 페이퍼백은 나름대로 화질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짐리의 날카로운 펜선을 다소 부드럽게 필터링한 걸로 알고 있는데, 90년대 미국만화 특유의 레트로함을 그대로 느끼고 싶은 나같은 사람한테는 이슈버전이 훨씬 취향에 맞다.

이것도 편당 2.5파운드면 꽤나 남는 장사다.

그리고 대충 둘러봐도 상태가 꽤 좋다. 이것도 벌써 20년이 넘은 만화책인데 말이다.


이것들 외에도 10편씩 묶은 텐오브소드(X Of Swords)합본도 있고,

여러모로 편당으로 나눠보면 반값정도에 팔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인기작들도 꽤 있었으니 고쉬 코믹스에 오면 여기부터 일단 뒤져보는 것이 이득일 지도.


이 가게에서 주의할 점이라고 한다면 딱 하나.

지하의 카운터에서는 계산 안 한다.

나도 처음엔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만화책을 들고 카운터에 가까이 가자마자

"Plz going up stair." 라고 말하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했다.

물론, 점원은 매우 친절하게 얘기해줬지만 서로 어색해지는 것은 사실.

계산은 올라가서 하도록 하자.


이슈 한권만 사도 공짜로 이 봉투를 준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


 따로 봉투값을 내지 않아도 이가게의 종이봉투로 만화책을 넣어 주는데,

봉투에도 만화를 그려놔서 상당히 보기 좋다.

만화의 내용은 대충 돌로레스에게 자신이 만화책을 본다고 어떻게 얘기하냐면서 난감해하는 스콧과

창밖을 바라보며 히어로를 돕기 위해 창문밖으로 뛰어내릴까 고민하는 돌로레스의 모습.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작은 정성에도 감동이 생긴다.



이 가게에서 고른 만화책 1. 카를로스 고메즈의 통통튀는 그림체가 아주 매력적인 단편. 가격도 착하다.
이 가게에서 산 만화책 2. 사일록 3부작의 마지막편. 어차피 비싸다면 가장 클리아막스를 고르자는 생각으로 선택. 



3. 토트넘 코트 로드 역 근처의 '포비든 플래닛(Forbidden Planet)'


안타깝게도 여기선 매장 사진을 아예 못 찍었다.


내가 가본 미국만화 가게들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사실 지하철로는 토트넘 코트 로드 역이 가깝긴 하지만, 오른쪽 골목으로 빠져서 밑으로 조금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햇갈릴 수 있는데, 오히려 영국박물관에서 밑으로 쭉 내려오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어서 그쪽이 편하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런던 중심부에 있는 가게이기도 하고, 바로 앞이 횡단보도라서 가게 전경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앞에 쇼윈도라도 찍을까 했지만 계속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얼굴 안나오게 찍는 것도 무리. 그냥 포기하고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반다이의 건담 프라모델은 물론, 상대적으로 보기 힘든 굿스마일 컴퍼니의 제품까지 들어와 있다.


1층은 고쉬 코믹스와 마찬가지로 만화책 판매를 하지 않는다.

전부 관련 굿즈들 천지.

일단 DC/마블 캐릭터 관련 피규어는 물론이며, 릭&모티/어그레시브 레츠코/포켓몬스터/해리포터/스타워즈/백 투더 퓨쳐/원피스/귀멸의 칼날 등등 수많은 시리즈들의 관련 제품이 여기에 퍼져 있다.


심지어는 영국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건담 프라모델에다 캐릭터 키링/티셔츠/머그컵까지 상품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여기서 구경하는 데만도 시간을 꽤 소요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대부분이 해외 인터넷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나, 전부 그보다 비싸다.

심지어 한국 가격에 친숙한 나에게는 약 1.8배의 가격차가 꽤 크게 다가왔다.


1층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만화책. '배트맨-허쉬' 에피스드 중 한편인 608화를 미니 피규어와 합쳐서 팔고 있다.


만화책은 지하 1층에 있다.

넓은 가게 규모에 비해 계단이 상대적으로 비좁은 탓에 조금 불안해지는데, 

막상 내려가면 지상층 처럼 넓디 넓은 공간이 다시 나타난다. 

당연히 이곳은 책장천지.


21년도에 발매된 '건-허니'가 할인중이었다. 처음엔 3파운드라는 줄 알고 냅다 집었는데, 알고보니 가격표에서 3파운드 뺀 11파운드.


사방이 책장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하지만 군데군데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6년전에 방문했을 때는 이 가게의 모든 책장에 빈 곳은 커녕, 공간 부족으로 미처 진열하지 못한 페어퍼백들을 카운터 앞에까지 내놓으며 판매 중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달라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일단 전체적으로 미국만화의 양이 매장 전체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당시에는 무려 이곳의 책장 절반을 페이퍼백+이슈로 가득 채워놨었는데, 지금은 카운터를 중심으로 오른쪽만 페이퍼백이 진열되어 있고 이슈들도 왼쪽 한두칸 정도만 차지하고 있다.

줄어든 부분은 전부 일본만화와 보드게임들로 채워진 상태.


카운터 맞은편을 시작으로 계단까지 ABC순 정렬이 되어있는데, 대부분이 2020~2022년도 시리즈이거나 과거 인기작 위주로만 꽂혀있다. 게다가 시리즈도 확 줄어들어서 캣우먼/버즈오브프레이/엑스포스 등 메인에서 살짝 벗어난 라인업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중간에 있는 책장에 재고가 많은 책들이나 오래된 옴니버스(백과사전 두께의 이슈모음집)들을 할인판매 중이긴 하나, 그리 할인 폭이 크지 않아서 여전히 비싼 것이 흠.


21년에 재밌게 읽었던 엑스맨의 장편 에피소드, '텐 오브 소드(X Of Swords)'를 보드게임으로 만들었다.


보드게임 판매대에서는 만화책에 관련된 캐릭터 위주 보드게임이 몇 개 있어서 신기했다.

심지어 텐 오브 소드 같은 경우엔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만화책이고, 이래저래 변변찮은 결투장면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된 터라 인기가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그걸 주제로 만든 상품이 있다니 놀랍기도 했고.


이슈 같은 경우에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6년전에는 유명 커버 아티스트 아트젬(Artgerm)이 직접 검정색 마커 하나로만 그린 한정판 표지가 가장 앞에 진열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비록 비싼 값이긴 하나 여타 한정판 배리언트들이 판매 중일 정도로 굉장히 다양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최신 일반판들만 주를 이루고 있다.


그나마 22년 12월부터 진행중인 '매리 제인 & 블랙캣 (Mary Jane & Black Cat)'처럼 배리언트 판매를 본격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시리즈 같은 경우엔 두세가지 유명한 걸로 동시에 판매중이라는 게 작은 위안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미지코믹스/다크호스 처럼 살짝 인지도가 떨어지는 회사의 신간들도 이곳에는 제법 많은 양이 진열되어 있다.


이 가게의 최대강점은 역시 위치.

고쉬 코믹스와 마찬가지로 런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찾아가기 쉽고,

나같은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트라팔가-피카딜리-영국박물관-코벤트가든 등등 다른 유명 관광지들을 한차례 둘러보러 가면서 겸사겸사 들를 수 있어 교통비를 아낄 수 있다.


그리고 비록 과거작품들의 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최신 이슈들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신간을 손쉽게 사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편리한 가게.


주의할 점을 하나 꼽자면 사람.

워낙 사람이 많다.

나같은 경우엔 사람들이 어느정도 빠졌을 때 울버린과 엑스맨 시리즈를 보려고 계단옆 W-X 책장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뒤에 다른 이용객이 내가 비켜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아채고 얼른 일어났던 경험이 있다.

책장 앞에서 구경하려면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보다가 한번씩 다가가서 직접 뽑아들고 확인하는 게 좋다.



4. 노팅힐 게이트 역 (Notting Hill Gate station) 맞은편 '노팅힐 코믹 익스체인지(Notting Hill Comic Exchange)'


언뜻 보면 하나 같지만, 좌우로 분리되어 있는 별도의 가게다.


가게가 두개다.

왼쪽은 노팅힐 '코믹' 익스체인지/ 오른쪽은 노팅힐 '북' 익스체인지.

나는 역에서 가까운 오른쪽 가게부터 먼저 들어갔다.


일단 가게 규모가 상당히 작다.

옛날 동네 만화책 대여점을 생각하면 될 정도로.

그건 왼쪽 가게도 마찬가지다.


출입문을 중심으로 양쪽 벽면에는 일반 중고서적들이 장르별로 꽂혀있고,

만화책은 가운데에 고전 이슈들이 세로로 진열되어 있다.


왼쪽에 만화책 전문점이 있다보니 이곳엔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캐릭터들의 시리즈 위주로 꽂혀있다.


출입문 부터 ABC순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엑스칼리버나 데스스트록 같이 메인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시리즈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굉장히 신기했다. 

옆에 붙어있는 만화책 전문점에 들어간 순간, 모든 메이저급 캐릭터들의 타이틀이 모여 있길래 의문은 금방 풀렸지만.

가게가 좌우로 분리되어 있는 걸 굉장히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이 가게만의 또다른 특징은 바로 가격표.

마치 어렸을적 학교 도서관에서 쓰던 도서대출표처럼 이 책이 그간 얼마에 거래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점점 줄어드는 숫자 때문에 사는 사람 기분도 좋아지는 것은 덤.


역시 구하기 힘든 작품들이나 시리즈 스토리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슈들은 가격대가 좀 있다.

전부 고전작만 있는 것은 아니고, 10~20년도 이슈도 가끔 존재한다.

하지만 역시 고전작에 비해 가격은 좀 높은 편이고, 아무래도 오랫동안 팔리지 않을 만큼 인기가 없는 회차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된 프랭크초의 작품. 


이슈들 뒤에 책장에는 듬성듬성 꽂혀있는 페이퍼백들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다른 가게들에서 주로 판매하는 단편 유명작들 보다는 중고서점의 특성상 한 시리즈가 쭉 진열되어 있다는 것.


다른 곳에선 단 한권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얼티밋 엑스맨이 한꺼번에 모여있다.

누군가 한명이 한꺼번에 내다 판 모양이다.

얼티밋 엑스맨 왼쪽에는 판타스틱4 페이퍼백 시리즈도 한꺼번에 모여있었다.

그러나 긴 시리즈가 많이 모여있는 것은 이 둘 뿐으로, 나머지는 전부 개별 작품이니 이걸 노리고 가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다른 가게에서 이렇게나 많은 시리즈물을 한꺼번에 판매하고 있던 경우가 없어서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만화 특성상 그림작가가 4~6이슈 간격으로 자주 교체되곤 하는데, 원하는 편만 골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잘 만든 시리즈라도 전편이 다 취향에 맞을 순 없으니.



왼쪽 책장에는 각종 이슈 시리즈들이 세트로 묶어서 판매되고 있는데, 문제는 랩핑을 너무 단단히 해놔서 겉으로 보는 것 만으로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로 표기도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이 가격표만 붙어 있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카운터에 문의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보인다. 

종류는 고전작부터 최신간까지 천차만별. 권수도 5~10권이상으로 다양하고, 가격 역시 전부 다르다.

그나마 내가 알아볼 수 있었던 건 텐 오브 소드 시리즈. 대충 20편이 넘는 걸로 아는데, 가격도 그만큼 셌다.

이슈 세트판매야 다른 가게들도 전부 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 가게에서는 정말 난생 처음보는 고전 만화시리즈도 많이 있었고, 사이즈가 큰 책들도 묶여있는 게 있어서 구경만 하더라도 시간은 금방 간다.



바닥에는 미스터리팩(랜덤 모음)/ 10권을 권당 1파운드도 안되는 가격으로 묶음 판매/ 다크호스 만화책 합본

등 여러가지 재미있는 것들도 많으니 해당 시리즈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뒤져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왼쪽의 통로로 들어가면 1파운드 코믹스 판매 박스가 있다.

싸게 주는 만큼 별 특징없는 만화책들이 있을 거란 편견은 의외로 금방 깨졌는데, 구경을 시작하자마자 요게 튀어나왔다.



짐리의 와일드캣츠 5화.

앞에서 방문했던 고쉬 코믹스의 1~4화 합본세트와 함께 이어보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구매해 버렸다.

이외에도 dc의 2011년도 new52 관련 이슈들이나 마블의 시빌워 관련 이슈들, 90년도 엑스맨 시리즈 등 유명한 시리즈들이 듬성듬성 꽂혀있으므로 일단 뒤져봐서 나쁠 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에서 1파운드론 도저히 못 구하는 만화책들이 제법 많았다. 내가 직접 구매해본 와일드캣츠의 경우엔 상태도 굉장히 깔끔했으니 일석이조.


종업원에게 진짜로 이거 1파운드에 파는 거 맞냐며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준다.

여기 맘에 든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했더니 고맙다는 인사는 덤.


다음엔 오른쪽의 만화책 전문점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 가게는 들어서자마자 작은 규모와 상관없이 분위기에 먼저 압도된다.

주인장의 취향인지 가게 전체에 엄청 강력한 헤비메탈 bgm이 흐르고,

입구부터 벽면의 수많은 미국만화 포스터들과 신간 이슈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나같은 경우엔 웬 부자가 정답게 서로가 고른 코믹스를 보여주면서 이건 뭐가 재밌고, 누가 나오고 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에 바로 가게 계단 윗쪽 이슈 박스코너로 넘어갔다.


사진에서 보듯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다름아닌 저 박스아트다.

6년전 오비탈 코믹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게 바로 저것이었는데, 직접 그린 것이라서 정성도 느껴지고

그냥 정없이 판넬로 이름만 적혀서 꽂혀있는 것 보다 훨씬 구매의욕을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제 그 가게가 없어져서 못보나 했더니 여기서 또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이곳은 배트맨/슈퍼맨/원더우먼/울버린/어벤져스 등 굵직한 타이틀 위주로 고전작들이 많이 꽂혀있다.

아마 오른쪽 가게에서 구경하기 힘들었던 캐릭터들의 만화책은 전부 여기에 와 있다고 생각해도 될 듯.

하지만 유명작의 경우엔 역시나 가격대가 조금 있다. 기본적으로 5파운드 이상.


이슈 박스들 뒷편에는 일본만화나 오른쪽 가게와 마찬가지로 이슈 합본팩, 두꺼운 옴니버스 등이 꽂혀있다.

가게 규모가 작다보니 종류 그리 많진 않은 편.


두 가게 모두 장소가 협소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뒤적여 보려면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택하는 것이 필수다.

나같은 경우엔 오른쪽 가게에서 일반 서적을 구경 중인 이용객 두명과 함께 있었는데, 1파운드 코믹스 박스가 중앙에 있다 보니 내가 거기서 구경하고 있을 때 그들이 벽면에 있는 책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나 역시 계속 불편하게 있을 순 없었으므로 내가 박스에서 한 뭉텅이를 빼서 다른쪽으로 가서 구경하고 다시 꽂고를 반복하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긴 했으나 역시 번거로운 것은 마찬가지.

왼쪽 가게 역시 먼저 들어온 부자가 입구에서 신간 코믹스를 두고 얘기를 하고 있으니 내가 그 옆에 있는 것들을 들춰 보려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보던 것을 전부 내려놓고 비켜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까봐 그냥 이슈박스만 구경하고 일정을 마쳤다. 어차피 신간은 다른곳에서 많이 보기도 했고, 부자가 코믹스 얘기를 하는 광경이 굉장히 보기 좋아서 분위기를 깨고 싶진 않았다.

보물찾기를 하려면 꼭 사람 없을만한 평일 낮 1~3시쯤 가보는 것을 추천.


참고로 이곳은 런던 중심에서 캠든타운 보다도 더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조금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까딱 잘못하면 구경을 끝내고 돌아오다가 런던의 수많은 퇴근인구에 걸려서 숨막히는 복귀를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영화 노팅힐로 유명한 관광지는 전부 만화책 가게보다 조금 먼 곳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캠든타운의 메가시티 코믹스처럼 관광객들이 겸사겸사 찾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5. 롬포드(Romfold)의 코믹북 히어로즈(COMIC BOOK HEROES)



이곳 역시 런던 중심쪽에서는 많이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가게다.

롬포드역에서 나와 조금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면 거리전체가 시장/플라자/상가/각종 프렌차이즈 가게들로 이뤄져 있는 특이한 지역이 나오는데, 이곳은 상가 안쪽으로 들어가야 찾아 볼 수 있으니 꼭 구글맵을 보면서 가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계속 다른 곳만 헤매이다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빨간색으로 써있어서 묘하게 경계를 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가격이 매우 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가게의 강점은 누가뭐래도 저렴한 가격.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중고 페이퍼백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살펴보면 다른 가게에서 찾을 수 없는 유명작들이나 시대별 굵직한 에피소드들이 무려 한자리수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비록 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나, 직접 손에 잡고 랩핑 안쪽을 살펴봤을 때 크게 구겨진 곳도 없어보였다.


19년도 인비지블 우먼 1~5화 합본이 무려 4.5파운드. 5파운드도 안 된다.


16년도에 나온 올뉴울버린 1권도 4.5파운드. 심지어 이 만화책은 다른 가게에서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DC/마블 이외에도 최근 유명작들이 4.5파운드에 팔리고 있었다.


가게가 왼쪽/오른쪽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카운터는 입구가 있는 오른쪽에 있다.

가운데에는 일본만화를 판매하는 매대가 있지만 가게 규모가 작은 편이라 그 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마이너한 만화책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 특징.

대부분이 중고만화책인지 중간중간 권수가 비는 시리즈들이 제법 있었다.

눈에 띄었던 만화책은 미국판 베르세르크들. 누가 10권대만 갖다 팔았는지 11~19권까지가 쌓여있었다.


가장 강렬했던 표지의 만화책. 이건 새 책이라 랩핑이 되어 있었지만, 나중에 다른 일반서점에서 보니 진짜 닭 히어로가 외계인과 처절하게 싸우는 진지한 내용이었다.


가게 오른편에서는 DC/마블 이외에 다른 출판사들의 만화책을 ABC순으로 진열 중이다.

그 밑에는 관련 페이퍼백들도 함께 진열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레이디 데스(Lady Death)' 고전 시리즈나 '레드소냐(Red Sonja)' 14년도판을 직접 소장해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서 그쪽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역시나 없었다. 인기작들은 일찌감치 빠져나간 모양. 


이슈 박스 앞에는 이슈 표지 몇가지를 인쇄하여 디스플레이용으로 붙여놨다. 마침 며칠 전 런던의 아델피 시어터에서 백투더퓨처 뮤지컬을 보고 온 지라 신기했다.


가게 군데군데에 있는 진열장 속에는 각종 피규어들이 가격표가 붙은 상태로 진열이 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꽤 가격이 나가는 것들이다.

마블/dc 캐릭터들도 있고 카운터 아래에는 일본 만화/게임 피규어들도 존재한다.

왼쪽 벽면에는 스타워즈 고전 피규어들도 있고, 레슬링 선수들의 피규어가 굉장히 많았다.


무시무시한 고가의 피규어들 사이에서 귀엽게 서있길래 신기해서 찍어봤다.


다크나이트 버전 배트맨이 들어오는 사람을 향해 환하게 웃어준다.


카운터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미국만화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일단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다크나이트 버전의 배트맨.

굉장히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에 괜히 사람 없을 때 나를 쳐다볼 것만 같다.


만화버전 데이즈 오브 퓨쳐패스트의 울버린과 키티 프라이드. 뒷면에는 자세한 설정도 쓰여있다. 


입구 바로 오른편에는 코믹스 관련 캐릭터 피규어들이 걸려있다.

대부분이 세월의 풍파를 맞아서 포장이 많이 허물어져 있는데, 그래도 피규어는 제대로 포장된 상태다.

오래된 만큼 가격대가 조금 센 편.




가게 한 가운데에 1파운드 이슈들이 세줄로 판매중이다.

대부분이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만화책들이었으나, 그만큼 조금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시리즈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다. 아니면 국내 정식번역판이 있을 만큼 유명한 작품 속 이슈이거나.

의외로 고전작은 여기에 거의 없다.

대부분이 00~20년대 비인기 이슈들.


정가/중고가/가격인하 사유 등이 디테일하게 적혀 있다.


배트맨을 중심으로 가게 왼쪽부터 오른쪽 순으로 마블 A~Z/DC A~Z 로 정렬되어 있다.

이슈박스 위에는 페이퍼백들도 진열되어 있는데, 굉장히 디테일한 가격표들이 붙어있다.

일단 책 종류부터가 꽤나 다양하다.

위에서 나열한 가게들에서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인터넷에서도 절판으로 찾아보기 힘든 올뉴울버린 5권이나 블랙위도우 컬렉션, 에드벤즈(Ed Benes)가 그린 00년대 버즈오브프레이 시리즈, 테리 돋슨(Terry Dodson)이 그린 06년도 원더우먼 1~4화까지를 모은 'Who is Wonder woman?' 등이 있다. 



이슈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만화책 가게에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들로 많이 이루어져 있는데다가,

대부분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들은 3~5파운드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

게다가 엑스맨의 경우 '인페르노'나 '엑스팅션 어젠다'처럼 시리즈에서 굉장히 굵직한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고전작들도 더러 있으니 유명 고전작품을 값싸게 살 수 있다는 매력 하나만으로도 방문하기에 충분하다.

 

다른 만화가게들이 센세이셔널 쉬헐크같은 고전작인 것에 비해, 여긴 2005년도 시리즈가 더 많이 있다.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표지가 워낙 강렬해서 찍을 수밖에 없었던 만화책.



짐리가 그린 데다가, 90년도 엑스맨 돌입직전 나왔던 '엑스팅션 어젠다' 이벤트 중 하나로 굉장히 유니크한 언캐니 엑스맨 272화. 심지어 가격도 2파운드.



고쉬나 메가시티 코믹스에서도 보지 못했던 언캐니 엑스맨 241화. 가격도 3파운드 밖에 안 한다.




다만, 이 가게에서도 주의할 점이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캠든타운의 메가시티 코믹스와 마찬가지로 오후 5시가 폐점시간이라는 것이다.

4시 반쯤 되었을 때 구경하고 있는 내게 종업원이 다가와서 해당 내용을 공지해주고 갔다.

런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이기 때문에 일찍 가는 편이 좋다.


주의점 두번째는 바로 영어다.

위에서 나열했던 만화책 가게들은 전부 관광지에 위치한 곳들이라 점원들이 외국인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에 있어서 비교적 쉬운 단어나 핵심적인 단어로 '얼마/할인/위치' 등을 알려줬다면,

이곳의 점원들은 주 고객들이 전부 현지인인 탓에 말이 굉장히 길고 빠르다.


한 예로, 내가 언캐니 엑스맨 272화에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아서 문의했을 때 점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몇 파운드가 아니라 '가격표가 붙은 건 세트판매에 할인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개별가를 매겨서 붙인 것이고, 그외에 붙지 않은 것들은 전부 개별 2파운드/ 5권이상 사면 할인율이 적용되어 더 싸게 구매할 수 있죠.' 였다.

점원입장에선 굉장히 친절하게 디테일한 설명을 해준 것인데, 다른 가게의 단답식 영어대화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 그래서 다시 간단하게 물어보니 그제서야 내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알고 친절히 다시 대답해 주는 점원. 이곳에서 뭔가 복잡한 문의사항이 있으면 꼭 할 말을 정리해서 하는 게 점원이 대답해주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이곳은 런던 중심에서 떨어져 있긴 하지만,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싸고 유니크한 만화책(그것도 인기작 포함)들을 구할 수 있으니 한번쯤 시간을 내서 구경하러 가기 좋은 가게라고 생각한다.

만화책 가게 바로 옆에는 고전게임들을 판매하는 곳도 있으니 겸사겸사 보러가기도 좋다.


나중에 머리카락과 옷주름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되면 가장 먼저 그려보고 싶은 캐릭터 1순위 로그. 일단 연습용으로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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