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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현 May 13. 2024

정상화

그럼 내가 비정상이라는 거야?

매일 뒤죽박죽인 취침시간, 그것보다 더 뒤죽박죽인 기상시간. 밍기적 거리며 시계를 보고는 한숨을 쉰다. 


청소를 해서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책상이 보인다. 나의 최솟값이다. 미니멀리즘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쓸모도 없지만 버리고 싶지 않은 물건들이 잔뜩이지. 온전히 수납만이 목적인 수납장이 책상 옆에 있다. 나에겐 투시능력이 없지만 왜인지 모르게 저 수납장의 내부가 내 눈에는 보이는 것 같다. 급격히 속이 안 좋아진다. 숨 막혀. 깨끗하고 말끔한 공간의 내면은 사실 몹시 지불하고 못생겼을지 모른다.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운다. 공복에 흡연은 좋지 않다. 몇 모금 하자마자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니코틴 펀치. 남들은 이 기분이 좋다던데. 나도 흡연자긴 하지만 이 감각은 여전히 별로다. 그럼에도 계속 찾게 되는 게 니코틴의 무서운 중독성이겠지. 일어나서 휘청거리며 화장실을 간다. 양치를 한다. 세수는 하지 않는다. 나갈 일도 없는데 뭐 하러. 


정상화. 정상화라는 단어가 문득 머릿속을 스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정상화야. 아니 잠깐. 그럼 지금 내가 비정상이라는 거야? 미안하지만 응. 숙연하지만 응. 안타깝지만 응. 지금 나는 누가 봐도 이상한 비정상이다. 그럼 왜 아무도 너를 비정상이라고 말하지 않냐고? 그렇겠지. 너의 이런 모습은 나 밖에 모르니까.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멋지게 사는 것 같다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게 멋지다고. 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이런 말을 들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희가 그렇게 나를 많이 알아?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 너희가 어떻게 알아. 이런 못난 마음이 들 때면 좋은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이나 품는 못난 내가 너무 싫어. 


에휴. 정말 나도 잘 모르겠다. 너무 한가해서 그런가. 삶이 너무 텅 비어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지금 삶이 너무 과분해서 그런가.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삶에 질질 끌려다니는 기분이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그것도 모르겠어. 그럼에도 아무것도 못하겠는 내가 너무 미운 5월. 


외로운데 사람을 만나기는 싫다. 정상화.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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