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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권 Nov 22. 2020

포스트 코로나의 한국 브랜드

우리는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지난 5년간의 한국의 전자와 자동차 분야에서의 세계적인 도약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필자는 길거리에서, 지인들의 집에서, 사람들의 손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어 그 변화들이 더욱 피부로 와 닿는다. 요즘 코로나로 주춤하고 있지만 그건 다른 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낮과 밤 차이로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성공은 몸풀기에 지나지 않았고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할 것이라 믿는다. 아니 날아갈 것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한국이 코로나 시대에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 성숙함, 선견지명,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한국에 대한 믿음을 근거로 한다.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은 한국을 더 이상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너무 비교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개월 동안 코로나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백악관 인사 50여 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위급 상황 시 최고 컨트롤 타워인 연방정부가 코로나 대처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국민의 40퍼센트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일종의 정치적 성명으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와 일부 국민의 무책임의 극단을 보여준다.  


그래서 글로벌 팬데믹 이슈에 있어서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이 벤치마크다. 


한국에서 만든 마스크, 진단키트 등의 의료품은 가격에 관계없이 없어서 못 구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코로나 시기에 보여주고 있는 한국의 뛰어난 방역 대처는 한국의 의료분야, 나아가 정치 사회 시스템에 대한 믿음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Made in Korea=신뢰'라는 국가브랜드가 정착되고 있고 그 이미지가 음식, 가전제품, 자동차, 바이오 등 다른 분야의 발전에 부스터 역할을 할 것이다. 믿음은 돈으로 살 수 없고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 




삼성과 엘지는 15년 전만 해도 지금의 대만 브랜드인 아수스(ASUS)나 에이서(ACER) 같은 느낌이었다. 가격 대비 성능으로 승부하고 디자인도 나쁘지 않지만 브랜드를 자랑스러워할 정도는 아닌 느낌. 지금은 어떤가? 삼성과 엘지는 모두가 인정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엘지는 세탁기 등 백색가전 시장의 글로벌 리더이고 삼성은 대형 모니터와 냉장고 등이 세계 최고이다. 월풀, 소니가 변화와 혁신을 회피하고 자신들의 현 위치에 안주하는 동안 삼성과 엘지는 새로운 사업을 예측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점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굉장했지만 팀 쿡의 애플은 삼성한테 게임이 안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 같이 비전, 추진력, 도전 정신의 삼박자를 갖춘 리더는 한국에 생각보다 많다.  


자동차는 어떤가. 미국에서 현대와 기아 차는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의 대체품 정도였다. 자동차 중고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에서 중고차 가격 경쟁력이 가장 우수했던 도요타나 혼다 자동차는 대중이 선택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혔었다. 한국의 차들은 그 틈새시장을 노려 가격은 좀 더 싸게, 성능은 일본 차에 육박하게, 그리고 파격적인 보증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전략을 취했다. 브랜드 가치보다는 저렴한 가격과 파격적인 품질보증(warranty)을 우선시하는 고객들이 주로 선택하던 차였다. 그땐 왠지 차량 디자인도 일본의 차들을 의식하면서 시즌마다 비슷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기아의 K시리즈를 필두로 한국 만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이미지가 확 바뀌기 시작했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신의 수로 봐진다. 미국에서 디자인하고 미국에서 만들어진 한국 차. 아웃도어, 패밀리 라이프를 즐기는 미국인의 취향(터프한 느낌의 대형 SUV)을 저격하면서 한국 차의 장점들(테크와 옵션)을 잘 융합한 차. 베스트셀러가 될 수밖에 없다. 기아 엠블럼 디자인만 업그레이드하면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제네시스의 미국 진출도 기대가 된다. 도요타, 혼다, 니산의 렉서스, 아큐라, 인피니티가 아닌 유럽의 프리미엄 자동차를 경쟁 상대로 잡은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다. 이제 제네시스는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과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벤츠나 BMW 등과 같은 브랜드들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독일 프리미엄 차에 육박하는 성능과 옵션을 가졌지만 가격은 저렴한 자동차'로 인식되지만 조만간 이도 변할 것이라 확신한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은 더 고무적이다. 대형 자동차 부문에서의 수소 자동차는 이미 유럽에 팔리고 있다. 테슬라와 같은 럭셔리 전기자동차가 아닌 대중적인 전기차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전략도 통할 것이다. 국민차라는 뜻을 가진 폭스바겐 (Volkswagen) 그룹이 Audi, Porsche, Lamborghini, Bentley, Bugatti 등 수많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보면 현대-기아 그룹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조선, 방위, 문화 콘텐츠, 음식 등 수많은 분야에서 한국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리고 이 추세는 백신과 치료약의 유통이 일상화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다양한 특징 중에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허구의 신화'를 믿는 능력을 강조한다. 인지 혁명 시기에 습득한 이 능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협력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돈, 제국 (국가), 종교의 개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도 현재와 미래의 가치에 대한 '신뢰'가 핵심이다. 그것을 통해서 물건을 구입하고 문화를 향유하고 미래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과 IMF 시대를 지나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스토리는 세계가 보는 한국 성공 신화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우리를 향한 세계의 믿음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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