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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권 Nov 05. 2020

애살 많은 한국 사람들

한국의 성공이 보장된 이유

미국에서 살면서 강연, 워크숍, 학술 행사 참가를 위해 매년 여름 한국을 방문한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건 한국에는 conscientious 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Conscientious를 영한사전으로 찾으면 양심적인 혹은 성실한 이라는 뜻으로 나온다. 하지만 한국어로 가장 어감이 비슷한 말은 "애살"이라고 생각한다. 경상도 사투리로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해서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크다 정도로 보면 되겠다. 


한국인들의 애살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승무원들, 관공서, 은행 직원들, 병원, 가게 직원들의 친절과 업무 처리 능력은 매번 놀란다. 그래서 한국에서 두세 달 지내다 미국으로 돌아오면 그 차이를 더 많이 느낀다. 한국 비행기에서 미국 비행기로 옮겨 타면서 경험하고 (승무원)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도 경험한다. 끼니를 때우려고 패스트푸드점에 가기라도 하면 성의 없는 태도와 의욕 없는 표정의 직원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많은 가게들과 관공서 (특히 운전면허증을 관리하는 DMV!)도 그렇고 은행도 그렇다 (새로운 계좌를 개설할 때 말고는). 그나마 미국의 식당과 서비스 업체는 한국과 비슷하게 친절하고 일 잘하는데 그건 보통 내가 주는 팁의 양과 직결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비스업 직원들은 따로 월급을 받지 않고 팁으로 돈을 버는 경우도 많다  - 원가의 10-25퍼센트를 팁으로 낸다).


이게 한국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다, 직원 교육과 방침들 때문이다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애살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미국 사람들이라고 느릿느릿한 것을 좋아할까? 불친절하고 의욕 없는 표정이 서비스 방침인 조직이 세상 어디 있을까?

 



한국의 산, 골프장, 테니스장, 스키장, 동네 축구장을 가보라. 옷과 장비만 보면 전부 프로다. 유럽이나 미국의 명품 스포츠 용품 회사들은 이러한 기이한 현상에 기쁨에 찬 놀라움을 표현한다. 프로 선수들이 주 고객층인 이 회사들은 한국에 오면 대중의 브랜드로 격하(?) 된다.  


폼은 어떤가? 미국에서 취미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충 옷 입고 어색한 폼으로 막 한다. 그들 중 애살많은 극 소수만이 레슨을 받고 한국사람들처럼 좋은 장비와 옷에 투자한다. 한국은 어떤가? 취미생활을 시작한다는 말은 레슨을 시작한다는 말이고 조금은 무리를 하더라도 남에게 꿀리지 않는 정도로 옷과 장비를 마련한다. 남의눈을 너무 의식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애살 많은 사람들의 특성이라 어쩔 수 없다. 


한국사람들의 이런 특징이 나쁘기만 하거나 좋기만 하다는 것이 아니다. 요지는 한국사람들은 뭘 하더라도 제대로 폼나게 인정받으면서 하고 싶은 욕망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이 "나 골프 진짜 잘 쳐요"라고 했을 때와  한국사람이 "안 부끄러울 정도로 쳐요, " "조금 쳐요"라고 했을 때 한국사람이 더 폼나게 잘 칠 확률이 십중팔구다. 겸손함의 미덕 차원을 넘어선다. 애살이 많기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 혹은 기준이 더 높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과 돈의 투자가 훨씬 많다는 말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의 성격 특성 요소 (Big Five Personality Traits) 중 애살 (conscientiousness)이 성공과 가장 직결되는 요소라고 한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애살이 많은 사람은 학교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고, 범죄도 덜 저지르고, 결혼생활도 더 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오래 살고 연봉도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가장 유능한 직원에서도 드러나는 특성이고 그래서 직원을 뽑을 때 가장 눈여겨볼 기준이라고도 한다. 미국에서 교수를 하면서 추천서를 많이 쓰는데 내 추천서에 conscientious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면 그건 나에게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한국사람들은 정말 애살이 많다. 미용실, 공무원, 식당, 구멍가게, 회사 말단 직원에서 사장까지 고르게 포진되어 있다. 전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단연 1등이다. 그런 한국의 미래는 눈부시게 밝고 성공은 보장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헤크먼 교수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상단 사진: 서울 도봉산 입구의 명품 아웃도어 매장들. 김경진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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