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끝난 마침표 혹은 새롭게 시작하는 두번째 순례길
덴마크에서 사는 남편을 따라 우연히 온 곳, 내가 이곳에서의 삶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4년차
긴 대화가 필요 없이 우린 마음이 맞았다.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2달만에 초고속으로 집이며 모든 살림살이들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유럽에 살면서 제일 좋았던 건 유럽 여행이 아주 쉽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언제 나올 지 모르는 유럽인데, 마지막 유럽을 즐기자라는 마음에
포르투갈, 스페인, 헝가리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먼저 도착한 포르투갈의 포르투.
포르투 시내를 걷다보니 바닥과 벽에 있는 노란 화살표가 보였다.
너무 익숙한 그 화살표.
정말 신기하게도 노란 화살표를 보자마자 가슴이 뛰었다.
떠올랐다, 내가 얼마나 순례길 걷을 때 행복했었는지
포르투 여행을 잊고 이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고 싶었다.
아무생각 없이 그저 화살표가 이끄는 방향으로
그렇게 화살표를 보며 혼자 생각에 잠겼다.
아주 좋았던 순례길의 기억들을 뒤로하고 하나의 큰 물음이 나에게 덮쳤다.
'이 화살표가 지금 나에게 주는 의미는 뭘까?'
이전의 순례길은 나 혼자만의 길이었다면
이젠 남편과 함께하는 두번째 순례길이 시작됬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
혹은
순례길 걸으러 떠나온 나의 첫 유럽,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전 우연히 마주친 이 화살표가
비로소 내 순례길의 마침표같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졌다.
단 하나 확실한건, 이래나 저래나 기분 좋은 노란 화살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