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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mood Nov 22. 2023

'다음에'는 없어, 오늘 바로 지금이야.

노르웨이 트롬쇠 도착하자마자 1시간 만에 만난 오로라.





덴마크에서 나는 3년, 남편은 5년째 살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둘 다 마음이 맞아 한국으로의 귀국이 정해졌다.

북유럽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북유럽에서 살면서 오로라를 한번 못 본 게 유일하게 아쉬워졌다.

아쉬운 게 남으면 안 되지? 하는 맘에 바로 여행을 계획했다.

크리스마스 기념 겸 노르웨이 트롬쇠로 오로라 여행!

아이슬란드와 트롬쇠 중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남편은 이전에 아이슬란드로 오로라를 보러 1주일 동안이나 다녀왔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번에는 무조건, 기필코, 꼭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오로라 말고도 다른 볼거리를 생각하면 아이슬란드가 더 매력적이었으나

우리는 '오로라' 이 하나에 목적을 정하고 트롬쇠로 향했다.

온천, 얼음바다 등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어도 오로라를 못 본다면 그건 너무 슬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오슬로는 이전에도 한번 와본 적이 있다.

남편이랑 둘이 정말 이곳은 덴마크보다 차갑고 또 재미없는 뭔가 옅은 회색의 도시 느낌이 강했는데, 오슬로에서 경유를 하기 위해 들리게 되니 한 번 와봤다고 또 뭔가 친숙하더라.



그렇게 도착한 트롬쇠.

겨울왕국의 도시라는 말도 있는 트롬쇠.


지도에서 보이다시피 정.. 말 북극과 가까이 있는 최북단 도시이다.

뭔가 여기 온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오로라는 생각보다 보기 힘들다.

오로라 지도라는 것도 있는지 처음 알았다.

우리는 여행을 계획할 때 오로라를 보기 위해 헌팅 현지 가이드 아저씨를 한 분 섭외했다.

도착하고 다음 날 오로라 지수가 있어서 그날 예약을 잡았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경유를 하려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이드 아저씨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몇 시에 공항 도착해?"

"오늘 밤 오로라 지수가 굉장히 높아"

"무조건 오늘 헌팅을 가야 해"

"공항에 픽업하러 갈게 바로 헌팅하러 떠나자"


!?!?!?

사실 몸도 너무 피곤하고 밤 9시 정도에 트롬쇠에 도착할 예정이기 때문에 예약했던 에어비앤비 숙소 열쇠를 받아야 되는 문제도 있었고 여러모로 오늘은 그냥 쉬고 원래 예약했던 내일 헌팅을 가고 싶었다.


"오로라는 볼 수 있을 때 봐야 해. 다음은 없어. 그 누구도 몰라"

"오늘 지수가 굉장히 강해. 오늘 만약 못 본다면 무료로 내일 다시 헌팅해 줄게. 하지만 난 확신해 오늘 볼 수 있어."

아저씨의 단호하고 흥분된 메시지의 연속에 에라 모르겠다 바로 가자!





공항에 픽업을 기다려준 아저씨를 만나 캐리어를 싣고 바로 헌팅을 하러 떠났다.

오늘은 지수가 높아서 멀리 가지 않아도 될 거 같다는 아저씨의 말에 도시 외곽 즈음에서 멈춰 오로라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 40분 정도가 흘렀을까..?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를 아저씨가 급하게 불렀다.

오로라가 저 멀리서 보인다고!




진짜 이렇게 산 뒤에서 초록색 빛이 살짝 흘러나오는 것 같이 보였다

이게 오로라 인가? 정말?!









이것마저 신기해서 카메라 세팅하고 자리 잡고 있었는데,

금세 하늘이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와.................

보자마자 너무 흥분해서 카메라 다 흔들리게 찍혔지만..

이때 우리가 느꼈던 감동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심지어 보라색 빛의 오로라도 보고 오로라가 춤추는 것 같이 보인다는 오로라댄싱도 봤다.







정말.

이렇게 트롬쇠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보게 된 오로라.

남편은 1주일을 찾아다녀도 못 봤었다는 오로라를 나와 함께하니 이렇게 바로 쉽게 봤다며 예쁜 말을 해줬다.


더 소름 돋는 사실은 이 날을 제외하고 우리가 머무는 동안 오로라를 다시는 못 봤다.

다음날에 헌팅하기로 했던 다른 팀은 정말 희미하게 보일랑말랑 보고 왔다는 말을 들었다.


몸이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나도 오늘 포기하고 '다음에', '내일'로 미뤘다면

절대, 이 오로라를 보지 못했을 거다.

그 찰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접고 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이렇게 큰 선물이 나의 육체적 피곤함을 깨끗이 잊혀지게해줬다






정말 단순하지만 또 너무나 명확한 진리를 다시금 몸소 깨달았다.

기회는 날 기다려주지 않고,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기회를 잡느냐 놓치느냐라는 걸.



유튜브 오로라 여행 브이로그 ▼

https://youtu.be/axHUkA4SZ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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