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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mood Nov 23. 2023

해가 전혀 뜨지 않는 트롬쇠에서의 아침

극야기간의 트롬쇠





도착하자마자 오로라를 만난 전날(지난 글 참고) 덕분에 다음 날 일정이 많이 여유로워졌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 10시경..

해가 뜨고 있는 줄 알았다.




아니 이건 해가 뜨고 있는 게 아니라 해가 이미 뜬 거고, 이 모습이 하루 중에 가장 밝은 시간이다.

노르웨이 트롬쇠는 북극권 도시로, 겨울에는 해가 지평선 위로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오로라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겨울에는 새해 첫 일출이 1월 22일이라고 한다.

또한 주변 지형을 무시하면 2020년 기준 1월 15일 11시 46분에 새해 첫 해가 뜨고, 5월 17일 1시 9분부터 7월 26일 0시 23분까지 해가 계속 떠 있고, 11월 26일 11시 57분에 그 해 마지막 해가 지고 밤이 지속된다.


우리가 간 일정이 12월 26일부터 있었으니, 이 기간에는 말 그대로 해가 없는 기간이다.

트롬쇠에 머무는 동안 지형이 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도시라 더더욱 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아침 10시, 하루에서 가장 밝은 시간이 지나면 오후 2시 정도까지 아래 사진과 같은 푸른 필터를 끼운 듯한 밝기의 상태가 지속된다.







그리고 이렇게 오후 4시경 되면 어둠이 찾아온다.

안 그래도 짧은 겨울의 하루가, 이곳에서는 더 짧게 느껴진다.

덴마크에서 살면서 덴마크의 겨울은 너무 길다고, 해가 짧다고, 우울하다고 불평불만을 했었는데

이게 웬걸.

이곳과 비교하면 덴마크는 너무나 살기 좋은 곳이었다.



해가 짧아서 투어를 하는 일정도 너무 촉박하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없으며, 하루를 별다른 활동 없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곳이지만 그만큼 내가 당연하게 보냈던 시간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며, 그리운 친구들과 가족들과 전화 한번 더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등이 생겨났다.


해가 없어 어두운 도시지만 사람의 온기는 밝게 빛나는 트롬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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