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이은 Feb 17. 2024

문제는 돈이 아니다

#동기부여 #보상체계 #유형적 보상 #무형적 보상 #과정의 정당성

2020년 모기업의 4년 차 직원이 회사의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한 불만을 전 임직원에게 메일로 발송해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언론까지 관심을 보이며 사건이 커지자 해당 회사의 회장까지 나서서 성과급을 반납하고, 성과급 체계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모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성과급 제도의 불공정함을 토로하는 트럭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이런 이벤트들은 특정 회사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에서 겪는 상시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알기 어려웠던 연봉이나 성과급, 복지제도 등이 블라인드와 같은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불공정함에 민감해진 사회적 분위기와 단기 평가와 보상을 원하는 MZ세대들의 성향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원 및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동기부여 관련 연수 과정을 진행할 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보상의 공정함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결국 "돈을 더 달라는 것 아니냐"며, "조직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조건 퍼줄 수만은 없는 상황인데 답답하다"라는 푸념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동기부여를 위해 도입한 보상 제도들이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는 한 마디로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 관계입니다. 즉 각자는 서로에게 의무와 권리가 부여되어 있는 것이죠. 조직 입장에서 심리적 계약을 해석해 보면, 구성원들은 조직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구성원에게 행동을 수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조직은 구성원들을 채용/유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과 해가 되는 행동을 억제하는 방법을 구성원에게 알립니다. 이러한 방법의 총합을 우리는 '보상 시스템'이라 부릅니다.


보상 시스템 내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형적 보상(외적 보상)과 무형적 보상(내적 보상)입니다. 유형적 보상은 급여, 보너스, 복리후생 같은 것들이고, 무형적 보상은 칭찬이나 인정, 재량권의 부여 등을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무형적 보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유형적 보상은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지 못한다는 오해가 발생하는 듯합니다.


Martocchio 교수가 2011년 발표한 'Strategic reward and compensation plans'에 따르면, 조직에서 지급하는 유형적 보상은 '조직이 구성원에게 부여하는 가치'이자 '구성원들이 느끼는 직업적 성공의 척도'로 받아들여집니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유형적 보상 없이는 무형적 보상이 작동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즉, 유형적 보상이라는 기초 위에 무형적 보상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적절한 수준의 보상은 어떤 수준일까요?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유형적 보상을 급여, 보너스, 인센티브와 같은 금전적 보상으로 한정했을 때, 각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수준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가지고 있는 보상 방식이 적절한지는 다음의 기준을 통해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 회사는 구성원들 간 수행 수준의 차이를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문서로 기록해 공개할 수 있는가?'입니다. 만약 수행의 수준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거나 다른 직무와의 협력이나 상호의존성이 요구되는 업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급 제도나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한다면 이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두 번째, '구성원들 간 금전적 보상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누구나 알고, 이해할 수 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연말 보너스를 직원별로 차등 지급했을 때, 직원들은 보너스 차이는 성과 차이에 기인한 것이며 우리 회사의 보너스는 성과와 관련성 높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죠. Show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이는 실제 제도적 문제라기보다 심리적 문제와 더 가깝습니다. '긍정 정서성(positive affectivity)'이 높은 구성원일수록 보너스에 대한 인정과 수용, 공감이 크다는 점을 밝힌 것이죠. 긍정 정서성이 낮은 구성원들은 보너스라는 보상에 민감하지도 않고, 이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훨씬 큰 보상을 주어야만 합니다. 여기서 리더십이 필요한 영역이 발생합니다. 구성원의 긍정 정서성은 투명하고 솔직한 피드백, 명확한 업무지시, 리더의 일관성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평소 구성원들과 이러한 관계를 잘 맺어 놓은 팀일수록 보상제도의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보상책을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구성원들은 결과뿐만 아니라 내가 투입한 노력에 대해서도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단순한 칭찬 한 마디가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도 금전적 보상을 받고 싶은 것이죠. 이는 당연합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이직이 자유로운 시대를 맞아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시간'은 본인의 커리어를 완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원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사용한 만큼 목표한 성과에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거기에 대해 인정해 달라는 욕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것을 활용한 제도가 요즘 유행하고 있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입니다. 국내에서는 OKR을 매우 도전적인 목표, 정량적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를 성공시킨 회사들은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의 투명성, 정량적 결과에 대한 피드백,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심리적 안전감 등 도전적 목표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과정을 더욱 중시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인정해 주는 보상이 마련되어야 전체적인 보상 시스템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보상 관련 이슈들을 단순히 단기 보상이나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MZ세대들의 푸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이 가지고 있는 보상체계를 재설정해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 필요합니다.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돈을 사용했다면, 그것이 의도한 대로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할 수 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어찌 보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참고자료]

Strategic reward and compensation plans. Martocchio(2011)

Strategic Compensation: A Human Resource Management Approach. Martocchio(2017)

Reactions to merit pay increase: A longitudinal test of a signal sensitivity perspective. Shaw(2011)

https://hlab.im/contents/article/5/google-okr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 전환이 안 되는 문화차원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