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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쿡남자 Oct 23. 2021

박사라는 것

박사를 결심하기까지

나는 학사로 만족했었고, 학사 이후 회사생활만을 상상했었다. 회사에서 정년까지 있을 생각으로 공공기관을 선택하여 일을 했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사는 것이 내 인생의 최종 목표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꿈은 조금씩 다른 곳을 향했다.


퇴사 후 석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직을 목적으로 결정했다면 이런 결정을 안 했을 것이다. 단순히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학문은 영어권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이 됐고, 그 나라의 언어로 직접 듣고 배우고 싶어 선택했다. 한마디로 직강을 하고 싶었다. 한국어로 번역이 되면서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처음 외국에서 경험한 수업은 당연히 따라가는데 어려웠고, 워낙 영어권 나라 학생들이 날뛰어서? 난 그냥 중간만 하는 것도 감사해야 했다. 처음 듣는 영어강의, 처음 해보는 영어식 토론과 발표, 처음 해보는 영어 에세이 과제들, 처음 맛본 중간, 기말고사까지. 모든 게 내겐 새로운 도전이었고 힘듬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에세이 쓰는 법부터 논문의 틀, 조사방법 등을 배웠고, 그래도 중간의 성적으로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모든 게 잘 끝났고, 내 도전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석사를 통해 맛본 학문의 깊이는 너무 얕았다. 이건 애매하게 발을 디딘 느낌, 롤러코스터에 막 타서 내릴 수도 없는 기분이랄까.


석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내가 배운 학문의 깊이를 정확히 이해하게 되면서, 얼마나 내가 모르는 게 많은지 깨닫게 되는 과정 

이라고 하고 싶다.


오히려 독이 된 느낌? 

이대로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결국 난 박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박사는 나라별로 다르지만 보통 3~5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만큼 그 시간이 길고 힘들며,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박사를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은 의지가 약한 게 아니다. 그냥 보통 사람인 것이고, 박사과정을 버티고 이겨낸 사람이 독종, 특이한 사람이다.


이런 걸 내가 할 수 있다고? 


왜 내가 박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만 몇 개월을 한 것 같다. 교수님은 박사를 하는 것은 학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했다. 

맞다. 내가 박사를 선택하는 순간, 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20살부터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파왔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경험과 경력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내 분야의 전문성을 학자로서 펼치고 싶어서 박사를 선택했다.



학자가 되는 길

박사는 보통 담당 지도교수의 승인이 필요하다. 나라별, 학교별로 기준이 다르겠지만 보통은 내 연구를 지도해줄 교수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학교에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연구할 분야에 대해 지도해줄 교수가 없는 학교에서는 합격을 시켜주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은 일반적인 주제를 연구한다면 합격이 쉽고, 조금 더 세분화된 분야로 연구를 하게 된다면 그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교수님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영국의 박사는 3~4년 과정으로 수업과 세미나를 내가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들으면 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의 수업이 뜨면 신청하고 자율적으로 듣게 된다. 평가도 하지 않기 때문에 순전히 내 의지로 듣고 배워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과정에서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 의지대로 스케줄을 짜고 전체적인 연구를 이끌어 가야 한다. 담당 지도교수님은 내 연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관찰자의 시각으로 접근해주신다. 절대 강요하거나 간섭하여 내 연구의 방향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 이런 점에서 내 성향과 영국의 박사는 맞았다.

아마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나라가 좋고 나쁘다는 옳지 않다. 사람의 성향에 맞게 나라와 학교를 선택하면 된다.


난 경우 이제 막 시작한 박사 1년 차다. 

아직은 박사라는 걸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는 단계다. 

그냥 하루하루 배우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고 있는 중이다. 점점 더 겸손해지고 나 자신을 낮추며 하나씩 제대로 배워가는 중이다.


내가 배우고 연구한 내용을 언젠가는 내 제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때를 생각해서 하나씩 하나씩 곰곰이 제대로 곱씹으며, 고민하고 고민하며 연구하는 중이다.


인생의 3~5년이라는 시간은 절대 짧지 않다. 많은 시간을 연구에 쏟아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는 게 박사이며, 박사의 과정에서 얼마큼의 노력과 고민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냥 단순히 취업을 목적으로 따는 박사?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한국에서 사라지고,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박사라는 좀 더 가치 있는 타이틀이 달렸으면 한다.


난 학교의 중요성, 학문의 깊이와 발전은 사라져서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대학교가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볼 때면, 왜 한국은 학문의 중요성보다 돈이라는 가치를 더 크게 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식을 배우기보다 당장 돈을 더 버는 일이 더 가치 있고 인정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건 아마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이고 잘못된 인식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학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그만큼의 성과가 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과 노력이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한다.



박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박사를 고민한다면, 왜 내게 박사가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선택한 분야의 학문에서 내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후 결정해보세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어떤 선택도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박사를 해도, 안 해도 상관없어요.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의 문제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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