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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쿡남자 Jun 05. 2022

밖으로 나가자

배움은 밖에 있다

대학교에서 광고를 전공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광고공모전에 도전했다.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인쇄광고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공모전에 도전할 때, 난 기획서 공모전에 도전했다. 제작 능력이 없어서...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기 때문에 팀 프로젝트를 못해서 혼자 할 수 있는 기획서 공모전에 도전했다.

결과는 실패...


광고가 그냥 좋았고, 멋있어 보여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광고 기획서를 쓰는 법은 학교 커리큘럼에 없었다. 그래서 독학으로 기획서 쓰는 법을 배우고 직접 쓰면서 공모전에 출품했다.


학교의 커리큘럼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본을 배워야 하고 학문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학교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실무에 대한 욕망으로 광고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사설기관에 등록하면서 광고를 배웠다. 사설기관 수업료가 거의 1년 치 학비와 맞먹어서 학교를 1년 휴학하고 다녔다. 총 5개월의 과정 동안 광고회사에 있는 실무자에게 직접 보고 듣고 하면서 배웠다. 학교에 복학하니 다른 학생들과 보다는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수업을 따라가기에 더 좋았다. 당연히 학점도 좋아졌다.  


회사에 입사하고 회사를 다닐 때도 2~3년이 지나자 회의감이 생겼다. 하는 일이 반복적이고 발전이 없고 그냥 주어진 일에 만족하고 살아야 하는 일반적인 회사원의 모습이 나에겐 너무 회의감을 들게 했다.

역시 난... 밖으로 나가야 하나 봐... 하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영국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 취업이 목적이 아니고 순수한 학문적인 열망으로 시작하다 보니 만족이 들지 않았다. 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한국이 아닌 영국까지 왔는데 내 욕심을 채우기엔 부족했었다. 학사과정은 학문적인 기본 이론을 배우는 곳이었다면, 영국의 석사과정은 이론 50% 실무 50%라고 보면 된다. 이론으로 배운 내용을 세미나나 프로젝트를 통해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를 지켜본다. 사실 한국의 학사과정에서도 이런 식의 수업이 있어 학사와 석사의 구분이 애매해 보이기도 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큰 차이는 없다. 영국의 석사는 학사에서 배운 내용을 더 깊이 배우기는 하지만 학사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배우는 과정이었다. 광고를 전공한 나에게는 처음 수업은 불만족이었다. 하지만 수업을 따라가다 보니 영국의 광고와 마케팅 관련 사례나 수업내용은 한국과 분명 차이가 있었다. 그 점을 이해하고 나서부터는 수업에 대한 열망이 더 생겼다. 수업 외 시간은 팀별 과제와 세미나로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실 밖에 이루어지게 했다. 그중에서 팀원들과의 토론을 가장 많이 했다. 지나고 보니 영국의 수업 스타일은 교과서의 내용을 가르치긴 하지만 그 내용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일을 하는 쪽보다 영국에서 내가 배우고 생각했던 다양한 광고와 마케팅을 직접 해보고 싶어 스타트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학교에서 해마다 20명을 선별하여 영국에서 창업(2년이라는 시간 동안 창업의 기회를 주고 있음- 스타트업 비자)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운 좋게도 내 사업계획서가 선정되어 창업을 할 수 있었다. 2년 동안의 코로나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난 회사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새롭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이력서에 남겨질 성과를 생각하면 한국에 돌아가 회사생활을 했으면 더 풍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만 보이는 이력서의 한 줄보다 나 스스로에게 값진 경험을 선택했다.


2년의 시간이 지나고 난 또 다른 도전을 선택했다.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기로 했다. 직장생활을 다시 하고 싶었지만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해야 하는 박사를 선택했다. 박사를 선택한 이유는 교수가 되어 학문적인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내 분야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쌓고 싶었다.


회사에서는 실무능력을 쌓을 수 있고, 학교에서는 이론 및 연구능력을 쌓을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 전문성이란 실무능력은 언제 어디서든 쌓을 수 있지만 이론과 연구능력은 박사가 아니면 힘들 것 같았다.


난 또 안정적인 회사가 아닌 야생의 박사과정을 선택했다. 나 혼자 모든 걸 결정해야 하고 수많은 연구과 고민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편안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더 고생하더라도 세상 밖으로 나와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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