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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쿡남자 Nov 18. 2022

아직도 난 흔들린다.

박사 2년 차,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의 타협 사이에 항상 서 있다.

잠시 한눈을 팔았다. 박사 2년 차에, 잠시 회사 면접을 봤다. 좋은 기회일 수 있게다 싶어 고민 없이 면접을 봤다. 좋은 회사이기도 했고,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마침 지쳐있던 영국 생활을 정리할 수 있겠다는 나쁜 생각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면접을 준비했다. 하지만 다행히? 떨어졌다. 처음에는 조금의 충격이 있었지만 그 계기로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참 잘 됐다 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경험이 날 더 강하게 해 주고, 박사과정에 더 많은 열정을 불어넣어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왜 이 길을 택했고,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기회가 되었다.


박사 2년 차에 나는 아직도 많은 고민과 도전을 하고 있다. 박사과정에 집중해도 모자라는 시간에 왜 나는 방황하고 있는 걸까?


그건 박사라는 과정 자체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발전시켜주고, 성숙하게 하고, 배움을 스스로 터득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 혼자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예전보다는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이 아닌 영국이니깐 더 많은 생각이 든다.


가끔 나도 사람이라서 지친다. 지금까지 한 곳만 보면서 달려온 나에게는 지친 나에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잠시 예전의 편안했던 시절이 그립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회사를 알아보고 면접을 봤던 것 같다. 박사라는 긴 터널을 지나지도 못한 채 뒤돌아서 되돌아가려고 했다. 비겁하기도 하고 못난 나였다.


지금은 다시 마음을 잡고 박사 2년 차로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잠시 꿈꿨던 예전의 시절로 돌아가는 꿈은 달콤했지만 그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줄 거란 장담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의 길이 더 나은 미래라고도 할 수 없지만 그냥 난 내 길을 묵묵히... 그리고 끝까지 가면 그게 정답 아닐까.


오늘은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열심히 박사과정을 마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앞으로 흔들리지 않을 거란 보장은 할 수 없다. 나도 사람이니깐,


어떤 날에 영국 삶이 외롭고 힘들면, 또다시 난 흔들리겠지,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겠지, 그리고 과거처럼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또 생기겠지.


그래도 난 아마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더욱 강해지고 박사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고 있겠지, 나보다 더 똑똑하고 좋은 환경에서 박사를 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시기와 질투가 생기겠지만, 나만의 장점이 그런 상황을 견디고 이기게 해 주겠지.


포기하기보다 도전해보고, 실패하더라고 안 해보고 중단하기보다 하고 나서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를 보는 게 내 사람의 방식이고 그게 내 삶을 더 재미있게 해 줬던 것처럼, 내가 박사를 졸업하는 날까지 난 묵묵히 걸어가겠다. 


흔들리는 나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그대로 놔두면서 나를 나로서 받아들이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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