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주사, 그리고 실험동물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생각하며

by 트망트망




15년을 함께 산 고양이가 아팠다.



나이가 들수록 안 좋아지는 부분이 한둘 생겼지만 유난히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던 어느 날 밤, 고양이가 지나간 바닥에 핏자국이 남았다. 피를 보자 눈이 돌아갔다. 앞뒤 잴 것 없이 병원부터 데려갔다.




길냥이 시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어렸을 때부터 밖에 나가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고양이에게 (사실 '싫어했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현관 근처만 가도 경기를 일으킬 것처럼 기겁하곤 했으니까.) 잠깐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설명해 줄 수 없어서 답답했다.


병원에서 주사를 놓을 때도 아프게 하려는 게 아니라 낫게 하려고 하는 행위라는 걸 납득시킬 수 없어 답답했다.




갑자기 집 밖으로 끌려 나와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기 몸을 만지고 주사를 놓는 게 충격이었는지 고양이는 침을 흘리더니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이어진 구토가 겨우 그쳤나 싶었더니 개구 호흡까지 했다.


그 모든 걸 옆에서 보고 있자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괜찮다고, 곧 집에 갈 거라고, 계속 말했지만 마음이 전달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고양이는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 경계심을 풀지 못해 피곤한 몸을 제대로 눕히지도 못했다. 경계심을 조금 풀고 내 옆자리로 와서 몸을 뉘일 즈음이 되면 또 병원에 데려가야 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고양이는 온몸으로 거부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나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피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지난 몇 주간 고양이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다니며, 그리고 병원에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주사를 봐서 그런지 특히 실험동물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병원에 가면 너무 무서워서 얼어버리는 고양이를 보며, 실험동물들에게 실험실은 어떤 공간일지 생각해봤다.


수액을 맞히기 위해 주삿바늘을 넣는 것도 기겁하는 고양이를 보며, 유해물질을 주입받는 실험동물의 심정을 상상해보려고 했다.


병원을 잘 버텨준 고양이에게 고맙다고 고생 많았다고 속삭이다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실험에 동원되는 그들에게는 누가 이런 말을 해줄까라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풀리며 고통이 시달리느라 잠 못 드는 고양이 옆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실험실 안에서 고통받는 그들 옆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슬퍼졌다.






지난 일요일, 4월 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었다.



동물실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한 명이라도 더 실험동물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매년 세계 실험동물의 날에 맞춰 글을 써왔다.



그런데 올해는 그 시기를 놓쳐버렸다.

비록 실험동물의 날은 지났지만 그들을 애도하는 마음은 그 어느 해보다 진해진 것 같다.



우리 집 고양이의 아픔을 보며 흘렸던 눈물이 그걸로 끝나지 않기를,

밖에서 고통받고 있을 수많은 동물들을 위해 더 확장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