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다시 시작해 보려고요
한동안 글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거리를 뒀다. 글쓰기에 열중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 놓아버린 것이다.
난 시작이 늘 어렵고 무거운 편이라 글도 가볍게 쓸 수 있는 타입이 아니다. 그런 내가 글을 계속,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든 아니든 간에 매일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했고, 집중력이 떨어져 도저히 글을 쓰기 어려울 것 같은 날에는 일부러 카페에 갔다.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노트북을 켜놓으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뭐라도 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 번의 계절이 변했고, 나는 글쓰기에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가장 큰 이유는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접했던 것 같은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기사 제목이 현실로 다가왔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영상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애초에 사진 찍는 것에도 흥미가 없던 나에게 '영상'이란 정말이지 머나먼 이야기였다. 그랬던 내가 촬영하는 법을 배우고,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느새 매일 촬영하고 녹음하고 편집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그렇게 세 번의 계절이 변했고 번아웃이 왔다.
그리고 불현듯 글쓰기가 그리워졌다.
누군가 글쓰기 좋아하지 않냐고 물을 때마다 해야 해서 하는 거라고 대답하던 나에게, 글쓰기가 그립다는 감정은 생소한 것이었다.
글쓰기도 영상 제작도 나에게는 그 무게가 비슷하다. 시작은 그게 무엇이 되었든 항상 무겁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나서 남는 것이 달랐다.
글은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있었다. 안개처럼 형체가 모호하게 떠다니는 생각들이 글을 쓰는 동안 정리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면이 글을 쓰며 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영상 작업은 그런 게 없었다.
영상의 시대라는 말에 반박할 생각은 없다. 글보다는 영상이, 긴 영상보다는 짧은 영상이 파급력이 크다.
하지만 시대가 그렇다고 해서 나도 그 물살을 타야'만' 한다는 생각에는 반발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상을 시작한 계기는 그 생각에 동조해서였지만)
내면의 소리를 듣는 걸 '고집'이라고 생각했다. 내 고집을 내려놓고 좀 더 시대에 맞는 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움직여 봤지만 스스로에게 남는 게 적었다.
그렇다고 영상에 집중했던 시간들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글쓰기에 대한 그리움은 평생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글을 읽지 않는 시대에 내 글을 읽으러 찾아와 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절히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이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느끼기 힘들었던 글 쓰는 즐거움과 함께.
그리고 이제는 나의 변덕도 품어보려고 한다. 그 누구보다 한결같고 꾸준하고 싶지만, 난 그게 참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항상 변한다는 사실도 인정하기로 했다.
언젠가 또 나의 마음이 변해 글쓰기와 멀어지는 날이 올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글을 쓰는 나를 애정하며 나아가 보려고 한다. 조금은 느슨하게, 하지만 꾸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