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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Jan 30. 2024

프라하는 호락호락하지 않아

베를린 프라하 비건 여행ㅣ플릭스 버스 타고 프라하 넘어가기



국경 넘기



섬은 아니지만 실상 섬이나 다름없는 한국에 살다가 유럽에 갔을 때 신기한 것 중 하나는, 국경을 쉽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우리는 베를린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프라하로 넘어갔다.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넘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가항공 : 다른 교통편과 비교했을 때 '저가'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공항까지 가서 짐 검사하고 수속 밟는 절차도 번거로워서 패스

기차 : 기차 타고 국경 넘는 로망이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DB는 일찍 예매해야 저렴한 티켓을 살 수 있다.) 그리고 DB는 지연되거나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도 잦다 하여 일정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실제로 우리가 프라하로 넘어갈 당시 DB파업이 있었다.)

버스 : 가장 저렴했고, 절차도 가장 간단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플릭스 버스 예매하는 법

* 플릭스(Flix) 버스 외에도 레지오젯(Regiojet) 버스도 있다.



플릭스 버스는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예약할 수 있다.


1. 출발지와 도착지, 일정을 입력하여 검색하면, 예약 가능한 버스가 좌르륵 나온다.

*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2. 원하는 버스를 선택한 뒤 이름을 입력하고, 좌석을 선택할지 말지 결정한다.


* 좌석을 선택하려면 추가 요금을 결제해야 한다. 한 번은 추가 요금을 내고 좌석을 선택했고, 한 번은 좌석 선택 없이 이용해 봤는데, 둘 다 별로 차이가 없었다. 맨 앞자리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굳이 돈 더 내고 좌석 선택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3. 짐칸에 맡길 수 있는 짐 하나, 들고 탈 수 있는 짐 하나는 버스비에 포함되어 있다. 

* 짐이 더 있다면 추가 요금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4. 이메일 주소와 폰 번호를 입력한다.

* 이메일로 티켓이 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



5. 결제하면 끝!

* 신용카드, 페이팔, 구글 페이 등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이제 프라하로,




한국에서 계획을 짤 땐 친구나 나나 의욕이 넘쳤었고, 그랬기에 우리는 오전 8시 버스를 예약했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우리의 체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밝혀졌고, 프라하로 넘어가기 전날에는 베를린이 아쉽다며 저녁까지 꽉꽉 채워 돌아다녔었다.  


다음 날 아침 8시 버스를 타려면 아무리 늦어도 7시에는 숙소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 과거의 우리를 원망하며 시간을 좀 늦춰볼까 했지만 취소 수수료가 생각보다 커서 그냥 감행하기로 했다.




12월의 베를린, 오전 8시 즈음



정류장 전광판에 어떤 버스가 올 예정인지 뜨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는 대략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리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오전 8시 버스를 타고 오후 1시쯤 프라하에 내려서 점심 먹고 프라하 관광 시작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는 걸 몰랐지, 이때는





버스는 지연 없이 출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짐칸에 캐리어 싣고 버스에 탑승, 버스에 탑승할 때 표만 검사했는지 여권도 같이 검사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표만 검사했던 것 같은데...)


* 캐리어가 아니라 백팩같이 쉽게 들 수 있는 짐은 분실(이라고 쓰고 누가 훔쳐 간다고 읽는다)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뭘 찍고 싶었던 걸까... 아마 USB 충전 단자가 있다는 걸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 버스 탈 때 주의할 점

페트병에 든 음료는 들고 탈 수 있지만, 테이크 아웃 잔에 담긴 커피 같은 음료는 들고 탈 수 없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여유롭게 가려고 했더니 안 된다고 거절당했다. 친구랑 둘이 원샷하고 버스 탔다.)





그리고 우리는 프라하에 잘 도착했다, 로 끝나면 참 좋으련만... 프라하로 가는 길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던 도중, 꾸벅꾸벅 졸던 난 패딩이 갑갑해서 대강 벗어놓고 본격적으로 자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 프라하에 도착했고 잠에서 깬 난 패딩을 입고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지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긴 했지만 특별히 냄새가 나진 않았는데 왜 갑자기 냄새가 심해진 건지 영 이상했다. 


그런데 그 냄새가 다름 아닌 내 소매에서 나고 있었다...? 아까 졸다가 패딩을 벗어 따로 접어놓지 않고 그냥 의자에 뒀었는데, 그러면서 소매 한쪽이 버스 창가 쪽 벽과 좌석 사이에 끼어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뭐가 묻어있었던 건지 소매를 빼서 다시 입었더니 거기서 지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저기... 누가 버스 안에다 오줌 싼 거예요..???





프라하의 돌바닥을 무시하지 마세요


네네, 프라하 예쁜데요, 전혀 눈에 안 들어왔고요...



지린내와 함께 버스여행은 끝났고, 이제 숙소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 트램 타고 20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프라하의 트램은 구식과 신식 두 종류가 있었는데, 구식 트램은 계단을 올라가서 타야 했다. 캐리어를 들고 계단까지 오를 에너지는 없었기에 신식 트램이 오기까지 기다려서 그걸 탔다.




옷에서 지린내 나서 우울함...



트램에서 무사히 내렸고, 도보로 10분 정도만 가면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함) 


그런데 우리가 프라하를 너무 얕봤던 것일까... 돌바닥으로 유명한 프라하, 돌바닥에서 캐리어 끌다가 바퀴 나갈 뻔했다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봤다. 하지만 10분 정도 거리니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게 잘못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도착했을 당시 프라하에는 눈도 많이 내렸다는 것. 눈과 돌바닥의 콜라보는 정말이지.. 사람을 미치게 했다. 두 손으로 캐리어를 밀어도 잘 안 밀릴 정도여서 (아스팔트에서 캐리어를 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말 크나큰 에너지가 필요했다. 설상가상으로 숙소로 가는 길은 온통 오르막 길이었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어깨, 팔, 손목 등 온갖 부위에서 근육통을 느낄 수 있었고, 10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를 30분 걸려 겨우겨우 도착했다. 



프라하 여행 팁 1

캐리어가 무거울 때는 웬만하면 택시나 우버 타고 이동하세요. (특히 눈까지 왔을 땐 더더욱) 

아스팔트에서 캐리어 끄는 거 생각하고 이동했다는 정말 큰코다칩니다... 체력 약한 분들은 이것 때문에 여행 컨디션 다 망칠 수도 있어요. 




왜 전등을 찍었냐고요? 뻗어 있거든요. 일어나서 사진 찍을 힘도 없었거든요.^^^^



숙소는 참 깔끔하고 예뻤는데 그걸 찍을 힘도 없어서 짐 던져놓고 뻗어버렸다. 진심 몸살 나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기에 시내 관광은커녕 밥 먹으러 집 앞에 나갈 힘도 없었다.






새벽부터 움직인 데다가 점심시간은 한참 지나서 엄청 배고팠던 우리는, 밥은 먹어야겠다는 의지로 배달 음식을 선택했다. 마침 아시안 푸드가 있어 볼트로 주문했는데... 


친구가 주문한 쌀국수는 국물이 다 새어서 도착했다. 그릇에는 국수만 남아있었고, 국물은 봉지에 다 흘러나와 있었다. 나는 비건으로 추정되는 야채볶음국수를 주문했는데 이렇게 아무 맛도 안 나는 볶음국수는 난생처음 먹어봤다. 기름에 야채랑 국수를 버무린 맛이랄까...  


너무 배가 고파서 먹긴 먹었는데 둘 다 맛없다는 말만 돌림노래처럼 되풀이했다. 해외 여행하면서 향신료나 낯선 재료 때문에 입맛에 안 맞았던 경우는 왕왕 있었는데, 낯선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맛없는 음식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다시는 배달 음식을 이용하지 않았다.



프라하 여행 팁 2

프라하에서 뭘 먹기 전에는 검색부터 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되도록이면 꼼꼼하게 검색해 보고 평이 좋은 곳을 가세요.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었다가는 정말 맛없는 음식을 만날 수 있어요. ^^^^

(이건 이 "배달 사건" 이후에도 배고프다고 근처에 있는 식당 들어갔다가 또 맛없는 음식을 만난 후 아주 큰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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