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은 끝날 수 있는 것일까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사라지면서 의정갈등은 모두 마무리되고, 의료대란만이 남았다.
전국 전공의 1만 3천여명 중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가 약 7개월이 되었다. 그 7개월 동안 극소수의 전공의만이 복귀했고 8월 2일 기준 약 8.5%에 불과한 1151명의 전공의만이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전국 병원의 응급실은 1만 번이 넘도록 응급 진료를 제한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00번 많은 수치다. 권역센터 응급실 의료진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약 44%가 감소하였으며, 응급실 근무 의사 1명당 월별 평균 진료 환자 수가 161명에서 198명으로 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정부와 언론은 계속해서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서 대화를 나눠야 이 의정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정갈등은 이미 끝났다.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사직처리 되었으며 대학병원을 완전히 떠났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도 모두 마감되어 사직한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으로 돌아갈 방법도 없다. 대학병원을 그만둔 전공의 중 3800명은 병역 미필자로 내년 3월에 입대할 예정이며, 일부는 미국의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일부는 미용이나 통증 분야에서 열심히 의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내 동료 중 한 내과 사직 전공의는 금융권 회사에 취업을 했으며, 한 소아과 사직 전공의는 6개월 이상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을 하고 있으며, 한 산부인과 사직 전공의는 두바이의 미용 의사 채용공고에 지원을 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공의들이 이제 남아있지가 않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를 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사라지면서 의정갈등은 모두 마무리되고, 의료대란만이 남았다.
지금 상황은 마치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어려워질 전망이 되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더 인정받거나 더 안정적인 일을 찾아 떠난 상황과 같다. 이 와중에 정부는 반도체회사 사장들과 교수들을 불러모아 그들을 달래려고 한다. 이미 발표한 정책을 돌이킬 수는 없기에 사장들과 교수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약속하며 협의하자고 한다. 극적으로 협의 타결이 된다한들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올까? 이중 대다수는 공기업으로 이미 취업을 했거나,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거나, 스타트업이나 자동차 업계 등 다른 산업으로 떠나버렸기에 돌아올 노동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협의를 할 전공의가 존재하지 않는데 정부는 누구와 협의체를 만들고 누구와 협의하고자 하는가?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들의 신뢰를 잃은지 오래되었으며, 전공의 신분을 잃은 전공의들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회원도 아니다. 약 1만명의 전공의들이 한순간에 일반의 신분의 개개인이 된 것이고, 이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들을 강하게 묶어줄 수 있는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의료대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제 의정합의로 전공의들이 기적적으로 모두 돌아올 방법은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의료대란이 해결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지 수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지지율이나 선거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정말로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살릴 수 있는 진짜 의료개혁이 필요한 때다. 떠난 전공의들을 포함한 일반의들이 앞으로 자발적으로 전공의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강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필수의료를 떠난 전문의들이 돌아와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충분히 고민을 해봐야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