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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방에 사는 여자 Jul 26. 2024

한 시간 차이로  팔자가 바뀌다

"엄마!  내 아가 수첩 어딨어?"

"아가 수첩? 그건 왜 찾는데?"

오늘은 도서관에서 듣는 수업이 있어서 일찍 나가 봐야 하고, 둘째도 깨워서 밥을 먹이고 학원에 보내야 하는, 바쁜 날인데 갑자기 때 아니게 아가수첩을 찾는 큰딸래미, 아직 한밤중처럼 자고 있어야 할 아이가 웬일로 아침부터 깨어서  돌아다닌다. 서랍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있다가 찾아주겠다고

말했으나 아니라고 빨리 찾아보라고 성화였다.

거기에 자신이 태어난 시간이 쓰여 있을 거란다.

그러더니 자기가 태어난 산부인과에 전화를 하면 태어난 시각을 알 수 있을 거란 정보를 인터넷 보았다며 병원을 검색하여 번호를 알아내고 전화를 하였다. 딸은 2년 전부터 쯤 사주에 진심이었다. 인터넷으로 사주 풀이 공부를 집요하게 하였다. 자신의 인생이 이토록 힘든데 그것은 지신의 책임은 아닌 것 같으니 분명 팔자 때문이라고,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알고 싶어 했다. 결혼 전에는 점도 보고, 사주도 보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싫다는 나를 졸라서 사주도 보러 가고 십만 원이나 들여서 부적도 쓰게 한 아이였다.


어젠가는 몰래 친구랑 둘이서 사주 카페에 가서 사주도 보고 왔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어찌나 인터넷으로 공부를 많이 했는지 딸이 하도 말을 많이 해서, 공부는 안 하고 사주풀이 공부만 했냐고, 그 시간에 공부하라고 했단다.

어쨌든, 자신이 인터넷으로  공부했을 때나, 사주 카페에서나 부모 하고는 안 맞고 일찍부터 떨어져 지낼 팔지라고 했단다. 그래서인지 뭔가 맘에 안 들거나 화가 나면 "이러니까 엄마랑은 안 맞는 거야! 이러니까 일찍 떨어져 지낸다잖아!"

했다. 나는 "일찍 떨어지면 좋지 독립해서 자기 인생 살게 하는 게 엄마의 최종 목표인데?" 말하곤 했다."나야 좋지!"


병원에서는 십 년간의 자료만 보관을 한다고 안타깝게 말했다고 했다. 나는 둘째를 깨워 간단한 주먹밥으로 아침을 챙겨 주고, 안방 서랍을 뒤적여서  산모수첩을 찾아내었다.

아이의 발도장이 찍힌 칸 아래에 출생시각이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나았는데 당일 아침  8 시쯤 병원에 도착하여 일빠따로 수술하였으니 태어난 시각이 9시쯤이라고 말했었는데, 9시 56분이라고 쓰여 있었다. 새로 알게 된 정보로 인터넷을 뒤적이던 아이는 "이러면 운명이 바뀌는데"라고 중 얼렸다. 그러더니 엄마는 게 도움이 되고 올곧게 자신을 보살피는, 큰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한다. 엄마는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라 자신을 잘 닦아 준다나! 아이고 두야! 머리가 질끈 아팠다.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본 궁합에 나는 물이고 남편은 돌이라서 잘 맞는다고  했었다.


그러나 결혼생활 내내 힘들고 고달팠는데 나중에 들으니, 나는 평생을 남편을 닦아 내느라 허덕 지고 남편은 덕분에 다이아몬드로 빚 나는 사주라고 했다. 서로 학을 떼고 일찌감치 떨어져 나가면 좋을 것을, 나는 또 얼마나 이아이를 닦아내야 한단 말인가!! 한 시간 차이로 바뀐 운명 앞에서 나는 태연하게" 그래도  같은 엄마가 아니라 도움이 되는 엄마라니까 다행이다"라고 입에 발린말을 해놓고, 시냇물 사주고 뭐고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 그것과 함께

오늘 하루 재미있게 흘러가보자고 웅얼거리며 집을 나섰다. 아침부터 폭염이다. 우리 엄마는 왜 나를 닭모이 주는 오 새벽에 낳았을꼬,  식복은 타고났다지만. 덕분에 오랫동안 비만으로 살았지 않는가! 한 시간만 더 참다가 나올걸 그랬네. 또 어찌 알겠는가? 쌈박한 인생이 되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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