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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방에 사는 여자 Sep 24. 2024

김 강용, 현실+상(像)

따개비의 사정


물이 빠져야 보인다.

바위 밑동, 배밑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것들.

절대 떨어지지 않고, 악착같이 붙어 있는 따개비.

바닷물이 가득 차 있을 적에는 그곳에 있는 줄은 아무도 모른다. 물이 빠져나가야만 모습을 드러낸다.

한때는 파도를 따라가고 싶었을 것이다.

시커먼 밑창이나 지키며 들러붙어 있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고 싶어 하염없이 일렁이는 마음을 어루만졌다. 흔들리는 몸뚱아리를 더욱 단단히 붙잡아 매었다.

세상은 저토록 넓다 한다.

무한한 의미를 찾아 마음이 용 솟을 때마다 바위에 몸을 바짝 대었다. 이제는 뿌리가 내리고 바위가 되어 간다. 누가 알 것인가? 따개비의 사정을.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지 잊어 가며,  깊은 곳에서 파도가 치면 피리를 불었다. 세상아 너무 그리 너만 아름답지 말어라. 나도 이제는 바다를 품었단다.

물이 차면 보이지 않는다.

누가 알 것인가? 따개비의 사정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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