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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직이기 Aug 09. 2024

씽크스마트출판 <문예잡지 평6호> 다시 움직이기_1


다시, 움직이기_ 박진영

          


  무용. 무용. 무용. 이제 진짜 못해먹겠다. 오늘도 현대무용 수업을 하러 가는 중에 너와 나, 이 애증의 관계를 이제는 정말 끊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나방 마냥 무용에 미쳐서 20대를 보냈다. 공연을 하고 춤을 추며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했다. 그렇게 30대를 고군분투했다. 눈을 떠보니 나는 무용만 하고 마흔 살이 되어있었다.     


  내 길을 성실히 파고 걷다보면 막연하게나마 무언가를 이룰 거라 생각했다. 마흔의 지금, 무용도 예술도 밥벌이 앞에서 힘을 잃어가고, 무용으로 밥벌이를 하느라 분주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일상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고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그렇다. 이게 현실이었다. 이것이 내가 원했던 삶이었나. 과연 이렇게 살기 위해서 그토록 춤에 내 자신을 쏟아 부었나. 대체 내게 남은 게 뭔가. 그동안 나는 대체 뭘 한 걸까.     


  와르르. 내 존재가 통째로 무너졌다. 나는 세차게 후두려 맞고 땅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내 삶이 깡그리 부정당하는 참혹한 기분이었다. 나는 마흔 살에 갑자기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서 눈을 뜬 사람처럼 기막힌 혼돈에 빠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무용을 계속 할 힘도 이유도 의지도 없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었던가. 사실 그동안 춤을 춰오면서 ‘무용을 계속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힘들어서 죽네 사네 하네 마네 하면서도 끌어안았다. 끌어안고 꾸역꾸역 가면서 그렇게 그 속에서 갈 길을 찾곤 했다.     


  그런데 이제 정말 끝이다. 이 징하고 끈질긴 인연을 끊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대체 헌신이 무슨 의미이고, 인생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대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진짜 모르겠다. 암담함과 혼돈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몸부림쳤다.     




...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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